스타강사 꿈꾸는 학교 교사들의 비애

2010.02.16 12:01:13 호수 0호

격무에 시달리고 권위 추락에 한숨짓고


일부 스타강사들의 시험지유출 사건으로 서울 강남 유명 입시학원 강사들이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고 연봉을 받는 인기강사가 되기 위한 강사들의 고충이 속속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공교육을 책임지는 학교교사들이 사교육의 현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실태 역시 드러났다. 교사의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학교를 떠나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그들이다. 현직 교사를 통해 학원강사의 길을 택하는 교사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일부 입시학원 강사 가운데 전직 교사 출신 수두룩
과도한 업무 시달리다 학원행으로 발길 돌린 교사들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 중인 여교사 A씨는 언제부턴가 ‘학원강사가 되면 어떨까’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선생님을 꿈꿔왔고 힘들게 임용고시를 통과해 교사가 됐지만 불과 3년 만에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A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 이 길을 택했는데 막상 교사가 되고 보니 꿈꿔왔던 교사생활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교사생활에 대한 회의가 매일 반복되다보니 차라리 수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학원강사가 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라고 털어놨다.

칼퇴근은 옛날 일



A씨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학교교사를 그만두고 학원강사가 되고 싶은 첫 번째 이유는 수업 외에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다. A씨가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7시30분이다. 일반 직장인보다 한 시간 가량 빠른 출근시간이다. 이 시각부터 A씨의 업무는 시작된다. 회의 후 공문들을 처리하고 수업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덧 수업시간이 시작된다. 그 후 짜여진 시간표대로 수업을 한다.

물론 중간 중간에도 할 일은 많다.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의 지도와 상담 등도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퇴근시간인 4시30분이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칼퇴근은 어렵다. 교사가 된 후 언제 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것이 칼퇴근. 친구들은 자신들보다 한 시간 반이나 빠른 퇴근시간을 부러워하지만 그야말로 속도 모르는 말이다. 퇴근 후에도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주로 공문처리와 보고서작성이 대부분. 여러 기관에서 수없이 오는 공문들을 처리하다보면 어느덧 저녁시간이 넘어가기 일쑤다. 야근을 하면 수당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제 겨우 신입교사티를 벗은 A씨가 야근 수당 란에 사인을 하는 것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란다. 하는 수없이 집에까지 일거리를 싸안고 가 업무를 보는 날도 부지기수라고.

이렇다보니 정작 수업준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늘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 교사가 됐지만 그곳에 쏟아 부을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자 학원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강사가 되고 싶은 두 번째 이유는 땅에 떨어진 ‘교권’이다. A씨는 “예전에 선생님들이 받았던 절대적인 존경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예우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학생들에겐 그것조차 바라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결정적으로 A씨를 실망시킨 것은 학원에서 배우는 수업이 훨씬 더 이해가 잘 되고 재미있다는 한 학생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뒤 A씨는 가슴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고 한다. A씨는 “무엇보다 내 능력이 학원강사와 비교해 떨어진다는 말이 상처가 됐다”며 “이럴 바에는 수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학원강사가 되어 내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고 털어놨다.

학원강사로 전업하기 위해 사표를 낸 교사도 있다. 임용고시에 합격해 지난해 3월부터 꿈에 그리던 교직생활을 하던 B(여)씨다. B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잠깐 직장생활을 하다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돈을 벌 수 있는 몇 년을 허비하는 결과였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B씨는 “교사가 되면 최소한 30년은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데 남들보다 몇 년 늦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원 졸업 후 B씨는 두 번 만에 임용고사에 합격했고 한 중학교에 임용이 됐다. 힘들게 교사가 된 만큼 자부심도 컸다. 그러나 실제 교사생활은 생각과는 달랐다. 결국 B씨는 수년 간의 노력을 뒤로 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주위에서는 “배부른 소리하지 마라”,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 두느냐”, “거기서 못 버티면 어느 직장에서도 못 버틴다”는 등의 말을 쏟아 내며 B씨의 선택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이들처럼 여러 이유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눈을 돌리는 교사는 적지 않다. 실제로 교사자격증을 버리고 학원강사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도 많다.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형 입시학원 강사 814명 중 교사 출신이 19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3.46%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재수학원으로 유명한 대성학원은 강사 408명 중 157명이 교직에 몸담았던 이들인 것으로 나타나 40%에 가까운 강사가 전직 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실태의 이면에는 교사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실이 자리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치원 및 초ㆍ중ㆍ고 교원 7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6%가 교직 생활에 대해 ‘매우 만족’(5.56%)하거나 ‘비교적 만족’(46.04%)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원으로 가는 선생님들

‘보통’과 ‘불만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33.38%, 15.02%였다. 이 교직 만족도는 2년 전(67.8%)에 비해 16.2% 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교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도한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와 갈수록 떨어지는 교권으로 인해 교사로서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교직을 스스로 버리는 결과를 만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모든 시간을 빠르게 성적을 올리는 방법 연구에 할애하는 학원강사와 다른 업무에 신경을 쏟아야 하는 학교교사의 수업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교권 추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런 현실에 좌절한 교사들이 학원강사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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