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A사 악재와 풍수지리 역학관계

2010.02.16 11:53:42 호수 0호

대형사고 연타… 사옥 자리 탓?


A사가 고민에 빠졌다. 회사 실적은 나무랄 데 없지만 대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묘수 찾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러나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탓에 현재로선 뾰쪽한 수가 없는 상황.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다. 바람 잘 날 없는 A사의 속 끓는 사연을 담아봤다.


본사 이전 후 크고 작은 사건·사고 잇달아 ‘골치’
풍수가들 “당연”이구동성… “옛 사옥이 더 낫다”


A사는 지난 2008년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국내 최고의 빌딩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새 둥지에 안착한 회사 내부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끌끌’ 혀 찼는데…



“사옥 이전을 새 출발, 새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경영진들의 청사진에 직원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런 설렘도 잠시. A사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옥 이전 후 크고 작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일단 임직원 관련 ‘큰일’이 잇따랐다. 지난해 한 임원이 만취 상태로 술집에 불을 지르려다 경찰에 붙잡혀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또 다른 임원은 지방 출장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어 신입사원들이 탄 버스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하천으로 추락해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잘 나가던 임원이 갑자기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임원은 업무 과중과 조직 내 갈등, 잦은 인사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거셌다. A사는 이 와중에 오너 일가의 이혼으로 진땀을 흘렸다. ‘황태자’의 파경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년 내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A사는 지난해 업무적인 일로도 곤욕을 치렀다. 한 가정집에서 제품이 폭발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A사는 즉각 해당 모델 리콜에 나섰고 담당 사업부장이 옷을 벗었지만 따가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최근엔 핵심기술이 수년 동안 협력업체를 거쳐 경쟁사에 무더기로 유출돼 대기업답지 않게 기술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사는 사옥을 옮긴 뒤 벌어진 사건·사고들에 대해 어느 정도 수습을 마무리하고 재발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악재는 그냥 ‘운탓’으로 돌린 채 일련의 불행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만 바라고 있다. 일부에선 굿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를 보는 풍수가들은 “당연하다”며 혀를 차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옥 이전 직후 연달아 터지는 악재가 풍수지리와 무관치 않다는 것. 풍수지리학적으로 옛 사옥이 현 사옥보다 터가 낫다는 진단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한 유명 풍수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A사의 굴욕을 미리 점친 바 있다. 물론 이사 전 경고다. 그는 “신사옥에 비해 원래 사옥 터가 더 명당”이라고 단언했다.

“터는 크게 음택(묘지)과 양택(가옥)으로 나뉘는데 A사 부지는 완전한 양택입니다. 본관을 중심으로 건물들과 시설들이 좌청룡, 우백호, 현무 등을 형성하고 있어요. 특히 용맥을 타고 흘러나온 기가 평평한 땅을 이룬 ‘평지룡’형세에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연못 속으로 들어가는 ‘금구몰니’형입니다. 오너 대대로 부자가 될 터죠. 여기에 터와 오너 일가 개개인들의 궁합도 잘 맞아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A사 새터전의 평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는 신사옥 터를 감평하면서 연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길지가 아닙니다. 부를 창조하는 원천인 주작이 없고 좌청룡 우백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무 역시 보이지 않아요. 형세도 대체적으로 재운과 기가 빠져나가는 형상입니다. 건물들이 제각각 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국 위기와 시련이 잦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기업과 풍수지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너의 자택 또는 조상들의 묏자리 등도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사옥은 사운과 맞닿아 있다고 풍수가들은 입을 모은다. 풍수에 민감한 총수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총수들은 사옥을 이전하거나 새로 건립하면서 위치와 방향 등을 정할 때 아예 지관을 앞세워 옥석을 고른다.

하다못해 사옥 ‘뒷간’까지 풍수에 의존하기도 한다. 모든 터가 길흉화복의 원천지라고 판단하는 이유에서다. 풍수가 일종의 경영 지침서로 활용되는 셈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불황 땐 풍수 같은 운대에 기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기 빠지는 형세”

재계 한 관계자는 “거의 모든 재벌그룹 총수가 집이나 사옥을 옮길 때 명당자리를 알아보는 것으로 안다”며 “대내외적으로 시치미를 뚝 떼지만 사실 여간 신경 쓰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풍수를 미신 따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혹시나’하는 기대 때문에 기업으로선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옥 이전 후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악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A사의 속내가 딱 이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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