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괴담’ 떠돌자 다시 고개
사옥에 자금 올인해 위기 자초
건설업계에 ‘부도 괴담’과 함께 ‘사옥 괴담’이 떠돌고 있다. 미분양 증가, 원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연쇄 부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때 아닌 사옥괴담까지 회자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사옥괴담은 건설사가 사옥을 보유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게 주요 골자. 최근 몇 년 간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사옥을 산 후 어려움에 처하면서 이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옥괴담은 괴담에 그치지 않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외환위기 당시 극동건설, 동아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건영, 청구, 우방, 벽산건설 등이 사옥을 갖고 있으면서 부도가 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또 월드건설과 우림건설은 2007년 각각 서울 역삼동, 서초동에 빌딩을 매입해 사옥으로 활용했지만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건설사는 워크아웃 수습책으로 사옥을 처분했다.
현재 건설업계에선 월드건설과 우림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사옥을 가진 건설사들도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H사, S사, T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건설사는 모두 2007년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옥에 자금을 쏟아 부어 유동성이 꽉 막힌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 건설사는 할 수 없이 사옥을 팔고 다시 ‘셋방살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