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나도는 ‘기획 검풍설’ 실체

2010.02.16 11:18:01 호수 0호

여의도가 때 아닌 검풍설(檢風說)에 휩싸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괴소문이 정치권에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는 것. 검풍이 여의도를 강타할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봇물을 이룰 수 있어 여야 모두 검풍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야권 인사들과 관련된 사건들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터라 검찰을 향한 정치권의 눈빛은 매서워지고 있다.

여의도 휘감은 검풍설 “지방선거 전 의혹 5~6개 터진다”
무죄 판결로 화살 빗나가자 민주노동당 향해 정조준



검찰이 ‘불법 선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검찰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선거사범과 ‘전면전’을 벌이기로 한 것.

“검찰 역량을 한 곳에 모아 집중 수사하라”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공안부 외에 특수부·형사부 인력까지 대거 투입, 선거사범 단속에 나섰다.

기존 선거사범 전담수사반원은 531명(검사 143명)명뿐이었으나 지난 9일 전국 18개 지검 선거전담 부장검사 등 80여 명이 화상회의를 열어 특수부·형사부 인력 572명(검사 92명)도 단계적으로 선거사범 수사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모두 합치면 1100여 명이 동원되는 셈이다.

불법선거와 전면전
‘구속감’ 직접 수사

봉욱 대검 공안기획관은 “불법 선거운동 등 반칙행위에 즉시 대응하고 과열 분위기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구속 기준에 해당하거나 금품 제공 액수가 큰 사건, 선거운동원이 많은 사건, 신종 선거범죄 등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범죄 사실과 상관없이 무더기로 남발되는 악성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9일 “악성 고소·고발 사건을 걸러내고 수사 중요성이 있는 고소·고발 사건들만 일선 형사부서에 넘기는 역할을 하는 ‘고소전담검사’직을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13개 지방검찰청에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소전담검사 담당 부서가 설치되면 검찰청에 접수되는 모든 고소·고발 사건은 1차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게 된다.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사건들은 종전대로 형사부서가 배당받아 본격 수사에 나서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체 각하시킨다는 것. 검찰은 개인 간 사사로운 이익 다툼이나 음해 목적으로 남발되는 악성 고소·고발 건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법 선거, 혼탁 선거를 줄이겠다’는 검찰의 의지와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검풍설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지방선거 전 정치권과 관련된 의혹들을 흘려 선거판도에 영향을 주려한다는 것이 검풍설의 골자다.

그 중 하나로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이 지목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현재 두 번째 공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 “길을 걷다 갑자기 날아 온 돌멩이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고 말았다”고 표현하며 “너무나 어처구니없어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돌을 던진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이 알고 그 목적이 또렷이 보이자 오히려 없던 힘마저 솟아난다”고 ‘정치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수사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조와 공무원노조 조합원의 정당 가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민노당 불법 정치자금 수수·관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민노당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를 통해 교사·공무원 출신 당원들의 불법당비를 납부 받았으며 이 중 100억원 가량을 공식 계좌로 옮겨 합법적인 자금인 것처럼 관리해 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공무원과 교사의 불법적인 정당 가입, 불법적인 정치자금 제공이지 민노당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며 “야당에 대한 탄압, 지방 선거를 의식한 기획 수사라는 용어는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야권 향한 검찰 공세
“설마… 선거 때문에?”


하지만 이번 수사가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 이후 갑자기 불거져 나온 데다 당초 전교조, 전공노의 정치 활동에 대한 수사에서 민노당의 정치자금 수사로 번졌다는 점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노당을 견제하기 위한 기획수사가 아니냐”는 야권의 반발도 만만찮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을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형평성 잃은 정치적 수사”로 규정했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교사단체 및 교사가 지난 7~8년간 한나라당에 대해서 했던 후원금과 지지활동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지적하며 “왜 유독 전교조만 압수수색을 하고 민노당만 압수수색을 하는 것인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시국선언 참가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보류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검찰 수사와 연결되며 ‘야권 견제용 수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경기도에서 독보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 영남지역에서 일정부분 세를 구축하고 있는 민노당 등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전 총리는 지난해 서거정국 후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김 교육감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고 있으며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 경기도지사 예비주자들에게 후보 연대를 제의받고 있다.

정치전문가들도 검찰 수사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표적이 대부분 야권에 맞춰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여의도가 검풍설에 휩싸이면서 최근 야권 의원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학교법인의 압수수색건에도 정치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 의혹 폭탄
검찰 손에 터질까 말까

검찰은 신흥학원 관계자들이 거액의 학교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신흥학원 관계자는 신흥학원 소속 신흥대학이 학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계산한 뒤 그 차액을 빼돌리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소환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사장인 강성종 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강 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 다른 의원들도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더 진행될 경우 횡령과 배임액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으로의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관련된 의혹들이 제기됐다 선거 후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한두번이었냐”며 “정치권의 이슈가 검찰 수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검풍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마라’고 했다”며 “검찰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 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을지, 불법선거·혼탁선거를 잡아내 박수를 받을 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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