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정가를 떠도는 찌라시에는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의원이나 단체장 등 정치인들을 음해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출마 후보들과 정당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정 사무총장은 “지난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사설 정보지는 주로 정치, 경제계 후일담이나 연예인 스캔들 등 언론보도나 일반인이 접할 수 없는 음성적인 정보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일부 루머 수준의 내용이 유출돼 유언비어나 뜬소문으로 확대 재생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보지의 특성상 익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IT를 매개로 그것을 퍼 나르면서 확대 재생산을 시키는 것은 정부의 흉기로 타인을 해치거나 사회전체에 큰 혼란을 야기 시킬 수가 있다”면서 “지난 2008년도 최진실 사건으로 사설 정보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은 이후 한동안 뜸하더니 요즘 또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을 했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사설 정보지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고 또한 마타도어 등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치는 사람들은 이러한 부분을 활용을 하는 측면도 있을 수가 있다”면서 “깨끗한 선거, 공정한 선거를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사설 정보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찌라시에 대한 대책으로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한 음성적 정보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단속’과 ‘수사기관의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한 사람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강조했다.
당장 정 사무총장 자신도 찌라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유포된 찌라시에 그가 사무총장 자리를 고사한 사연이 올라온 것. 이 찌라시에는 정 사무총장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장광근 사무총장의 후임 자리를 제안 받고도 이를 강력히 고사했다고 나와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사무총장보다 차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모 의원의 과거 인품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여당 중진의원들의 비리 연루설, 현직 단체장과 민주당 고위당직자의 알력 관계, 정운찬 총리의 교체설 등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내가 보고받은 음성적 찌라시에는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려는 사람들과 관련된 황당한 얘기들이 수두룩했다”며 “누가 누구와 결탁 관계에 있고, 무슨 비리가 있고 하는 식으로 전국의 단체장이 다 언급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음해성 글과 지역구 주민 사이의 입소문으로 번져가는 루머들이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한 인사는 “나름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찌라시’도 큰 선거가 가까워지면 상대방을 견제 혹은 음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정보’들로 넘쳐난다”며 “이러한 ‘카더라 통신’이 지역사회에 퍼지면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누가 퍼트린 헛소문인지 찾고 진실을 밝히기도 전에 선거가 끝난다”면서 “상당수 선거 출마자들은 이러한 ‘진실규명’은 선거 뒤로 미루고 ‘맞불작전’으로 나선다. 선거판에 열기가 가열될수록 소문과 의혹은 넘쳐나니 결국 선거가 혼탁해질 수 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