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 <아바타>가 국내에서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원래 ‘아바타’는 ‘아바타라(Avatara)’로 신이 형상을 바꾸어 인간으로 세상에 나와 중생을 제도하는 것으로 인도의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유래된 말이다. 현재에 와서는 ‘분신’ ‘대리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 <아바타> 돌풍이 정가에도 이어지고 있다. 경인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세종시 정국은 이른바 ‘차기 대권’이라는 자원을 체득하기 위한 정치 ‘아바타’들의 사활의 건 전쟁터가 돼버렸다. 이른바 MB와 박근혜 전 대표의 전쟁에서 정치 ‘아바타’들의 생존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MB 종족별 아바타로 정국 장악 음모
아바타 대혈투 … MB VS 박 직접 나서
2월 임시국회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MB와 박근혜 전 대표 간에 치열한 혈전을 치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지난 4일 침묵을 깨고 수정안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10월 박 전 대표가 ‘원안 플러스 알파론’을 처음으로 꺼내기 전날 이미 ‘수정안 지지’ 의사를 표명해 박 전 대표와의 시각차를 드러낸 김 의원이 세달 만에 다시 한 번 수정안 지지 입장을 표한 것.
특히 세종시 수정안의 입법화를 앞두고 친박과 친이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의 좌장급인 김 의원이 친박계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김무성 반란’ 朴 진압 나서
김 의원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세종시 수정을 지지하는 내 입장은 바뀐 게 없다”며 “어제 오찬에서 정부의 수정안 홍보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고 재차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친박계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바 ‘김무성 반란’이었다. 먼저 박 전 대표의 친위부대이자 결사대인 박사모는 즉각 논평을 내고 “김무성 의원은 더 이상 친박이 아니라 친이다”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박사모는 “과거 경선 당시 잠시 친박 진영에 머물렀다고 친박이 될 수는 없다”고 규정한 후, “박사모에서는 이미 공개·비밀 투표를 통해 83%의 회원이 김무성의 정체성을 규정한 바 있다. 좌중이 인정하지 않은 좌장이 어디 있는가,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돌아선다면 제2의 전여옥이 될 것”라고 경고했다.
이후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른바 ‘김무성 반란’에 저지하면서 ‘작은 물결’로 그치게 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박 전 대표는 이날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오찬에 초대해 깜짝 회동했다. 여의도 인근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진행된 오찬에는 유정복·이성헌·이혜훈·한선교·구상찬 의원 등이 참석했다는 것. 이 중에 이혜훈·한선교 의원은 김 의원이 수장으로 있는 ‘여의포럼’ 핵심 멤버들이다. 즉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김무성 반란’에 참여하지 말라는 뜻을 암묵적으로 전달한 것.
이를 의식한 듯 김 의원은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소신은 여전하지만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책은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나 큰 흐름에서는 박 전 대표와 같이 간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이와 관련 한 정치전문가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박 전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던 김 의원이 몇 일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은 간단하다”며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이탈표를 막았으며, 암묵적인 경고를 보냄으로써 김 의원과 뜻을 같이 하려던 친박 인사들이 뜻을 접었다는 것이다. 또 김 의원에게는 마땅한 명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꼬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MB의 ‘김바타(김무성) 카드’는 무산됐다는 평가다. 지난 1월 세종시 정국에서 MB는 정몽준 대표를 통해 박 전 대표를 전면에서 공격했다. 이때만 해도 ‘정바타(정몽준)’는 朴과의 전쟁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또한 박 전 대표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등 효과적이었다는 것. 하지만 ‘정바타’의 힘은 백호(박근혜)를 공격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지난 3일 박 전 대표의 아바타들로 볼 수 있는 이경재·이성헌 의원 등은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말뜻을 왜곡했다. 당내에서 논쟁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분란을 만들었다”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고, 정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언론을 통해 간접 표현하는 것은 아주 안 좋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새로운 아바타로 등장한 사람은 세종시 야전사령관 정운찬 총리다. 2월 임시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친박계+야권’은 한 목소리로 수정안 문제를 들고 나왔고, 정 총리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이에 새로운 ‘정바타(정운찬)’는 4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친박계+야권’ 의원들의 융단폭격을 맞받아치면서 강경 발언도 불사했다.
이 과정에서 정 총리는 “정치인이 속한 정당, 계파 보스 목소리를 대리하는 분들이 국민보다 (계파를)앞세우기에 정쟁을 야기한다,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보가)달라져 안타깝다”며 박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친박계는 정 총리의 ‘보스’ 발언에 “어떻게 행정부에서 입법부 의원을 상대로 그렇게 막말을 하느냐”라며 분개했다. 친박계 핵심 인사인 이성헌 의원은 지난 8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나와 “대통령도 탄핵하는 것이 한나라당 전통인데 총리는 왜 안된다는 것이냐”며 반문한 뒤, “지금 정운찬 총리나 정몽준 대표가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제는 사과보다는 대통령이 수정안 철회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맹공격했다. 야권 또한 일제히 정 총리 해임건의안을 세종시 수정안 제출 시기에 맞춰 제출하겠다며 경고했다.
지친 몽준·운찬 MB 지원
제 2의 ‘정바타(정운찬)’가 연일 집중포화를 당하자 MB가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정우택 충북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자리에서 “우리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으며 이기려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며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는 MB가 ‘강도론’으로 박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한 것이다. 이에 박 전 대표는 10일 ‘강도론’과 관련해 “백 번, 천 번 맞는 얘기”라며 “그런데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