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의 복당을 앞두고 민주당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4월 정 의원이 재보선 출마를 위해 뛰쳐나간 후 대리전으로 이어졌던 지금까지의 대결구도와는 달리 정 의원과 정세균 대표가 ‘외나무다리’에 마주섰기 때문이다. 정 대표와 정 의원은 급히 주류와 비주류로 세를 나누고 언제 올지 모르는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다. 친노·386 인사들은 정 대표를 지원하고 비주류 인사들은 정 의원을 돕고 나선 것. 이 와중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동교동계에 정가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세 불리는 정세균·정동영, 사람 모으고 명분 모으고
고개 갸웃거리는 동교동계 ‘이쪽 도울까 저쪽 도울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다시 뭉친 동교동계가 ‘킹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안팎의 대부분의 계파들이 ‘줄’을 정한 것과는 달리 동교동계는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모두에게 “좋지도 싫지도 않다”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교동 속내 ‘오리무중’
문제는 이들이 나름이 정치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는 DJ와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인사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민주진영의 ‘큰 어른’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랜 정계 활동으로 방대한 인맥과 깊은 심계를 가지게 됐다는 점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DJ의 최측근이자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이들인 만큼 DJ의 정신을 잇겠다는 이들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지지할 ‘산증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명분’을 쥐고 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정 대표도, 정 의원도 동교동계에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정 대표는 ‘민주대연합’을 거론하면서 복당 대상에 동교동계를 올려놨다. 한화갑 전 대표가 먼저 수혜를 봤다. 이어 설훈 전 의원이 경기 부천 원미을 지역위원장에 임명됐다.
정 의원은 DJ의 서거를 계기로 동교동계와 거리감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DJ가 입원해 있을 때부터 매일같이 병실을 찾으면서 항상 DJ의 곁을 지키고 있던 동교동계 인사들과 눈도장을 찍었다는 것.
서거 후에는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고문과 식사 자리를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고문의 한 측근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여러 차례 식사자리를 함께 했으나 올해 들어 따로 자리를 마련한 적은 없다”면서도 “정 의원과 권 고문이 자주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한 관계자도 “동교동계 인사들이 정 의원과 따로 만난 것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한 때 ‘동교동계 적자’라고 까지 불린 정 의원이 아니냐. 동교동계 인사들과는 사이가 가깝다.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가 일각에서 정 의원이 권노갑 고문을 겨냥, ‘정풍운동’을 벌이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서면서 동교동계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말이 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말이다.
이에 대해 이 동교동계 관계자는 “이미 앙금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특히 DJ의 유지인 ‘화해와 용서’에 따라 남아있던 불편함도 다 버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DJ 서거 후 매주 화요일 동교동계의 묘소 참배에도 함께 하고 있다. ‘화요일 참배’는 이희호 여사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에 동교동계 인사들이 동참하면서 정례화된 것으로 권노갑·김옥두·한화갑·한광옥·김홍업 등 동교동계 전·현직 의원들이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희호 여사, 동교동계 인사들과 같이 매주 화요일 김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일까. 동교동계도 정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14일 권노갑·한화갑·한광옥·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핵심인사들은 정 대표를 만나 “다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정 의원의 복당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동교동계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정 대표와 정 의원 중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 마느냐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복당’은 민주진영의 통합을 위한 원칙이었을 뿐 동교동계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뜻 같은 이 찾아라?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이와는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동교동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적극적인 주장이다. 두 번의 정권을 창출하는 데 동교동계가 중심이 돼 활약했던 만큼 그동안의 ‘경험’과 ‘정치력’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갑 전 대표도 “적어도 동교동계가 당을 운영했을 때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고, 더 발전할 수 있었다”며 동교동계를 정세균 대표 체제 이후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전 대표 자체도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한 전 대표측 관계자는 “수권정당이 될 만한 여력을 갖춘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민주당 안팎의 인사들을 만나고 지방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