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복당 앞두고 측근 통해 집안단속
공천 방식 바꾸고 조기전대론 차단 노려
‘강적’의 출현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두터운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 복당신청서 제출로 정동영 의원의 복당이 성큼 다가오면서 정 대표의 방어막도 점차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주요 당직 인선을 단행해 체계를 정비하고 대표로 선출되면서부터 준비해온 ‘뉴민주당 플랜’을 가동했다. 공천 방식을 변경하는 등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도 제어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주류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조기전당대회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동영 의원의 복당을 기점으로 민주당 내부에 수많은 움직임들이 읽히고 있다. 당직 인선과 뉴민주당 플랜, 공천 개혁 등 대부분 지방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일련의 ‘변동 사항’들을 정 의원의 복당 이후를 견제한 ‘대비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당 뒤에 숨은 수 싸움
정 의원의 복당은 정세균 대표와의 암묵적인 합의로 성사됐다. 이들은 복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하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적지 않았다. 이를 최근 단독 회동에서 풀었다는 것. 정 의원이 회동 후 복당신청서를 제출하고 당 지도부가 환영의 뜻을 표하는 등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것도 ‘모종의 합의’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막후의 치열한 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 의원은 복당신청서를 제출한 후 “지난 재보선 기간 당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백의종군의 자세로 가장 낮은 길, 가장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하지만 정 의원의 말에 그대로 수긍하는 이는 많지 않다. 대선 후 많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당시 당내 최대계파를 이끌던 정 의원이 복당하게 되면 당내 세력구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와 교류를 확대해 온 정 의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비주류가 주장하는 조기전당대회에 정 의원이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올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복당을 앞두고 당내 인사들과 잦은 만남을 갖고 세를 넓히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이 비주류는 물론 동교동계와도 손을 잡으려 한 것으로 안다”면서 “전북에서의 영향력은 이미 확고한 수준이지만 전남을 포함, 민주당의 안방을 차지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정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로 꼽힐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 의원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당에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민주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정 의원의 복당 전에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 정 대표가 측근을 통해 진보성향 시민단체, 정치권에 나서지 않은 386 인사, 재야 인사 등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말이 퍼지고 있는 것.
정가 한 인사는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기관이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정 대표의 위기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정 대표와 정 의원이 전북지역에서 받은 지지율이 30여 배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는 “정 대표와 정 의원 모두 전북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면서 “여론조사 결과는 정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대권주자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당직 인선을 두고도 말이 많다. 정 대표는 비서실장이었던 강기정 의원을 교체, 지방선거 기획업무를 맡겼다. 정세균 체제 출범과 함께 비서실장으로 정 대표를 지원했던 최측근 인사를 곁에서 떼어 놓은 것.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강 의원이 정 대표의 대권행보를 준비하기 위해 물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을 가동하고 공천제도에도 손을 대고 있다. 뉴민주당 플랜은 민주당의 혁신을 위한 청사진으로 정 대표가 취임 후 누차 강조해왔던 것이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과 김효석 의원은 ‘생활정치’를 한 축으로 잡고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당 혁신과통합위원회가 마련한 전국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는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여부가 논의됐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각계 인사로 이뤄진 전문가그룹 및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공천심사위가 1차로 압축한 후보군을 상대로 심층토론을 거쳐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자를 뽑는다는 것.
주류 측은 시민공천배심원제에 대해 “밀실공천을 막고 시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공천으로 선거 선점
하지만 비주류 측은 “혁신·통합위가 지방선거 공천권을 중앙으로 넘겨 정 대표의 공천권을 강화하려는 당헌·당규 개정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심원단의 구성과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정성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 지도부에 권한이 주어질 지방의원 15% 전략공천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기전대 주장은 주류 측의 반발에 막혔다. 비주류 측은 조기전대 주장에 이어 아예 조기전대를 치를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지도부가 사퇴한 후 비상대책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최재성 의원은 “동네 불장난하듯 전대 문제를 불쑥 던지면 국민이나 당원들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