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가도 밟는 박근혜, 지방선거 노리는 한명숙·심상정
당권 넘보는 추미애, 이미경·최영희 60년만의 백호랑이
새해 정가에 여풍이 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법 처리에서 두각을 나타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의 대응에 정치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한명숙 전 총리, 심상정 전 의원,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여성 정치인들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조윤선 의원의 당내 최장수 대변인 기록 행진과 호랑이띠 여성 의원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방선거와 재보선,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올 한 해를 장식할 굵직한 정치 행사를 바라보는 여성 정치인들의 기세가 사뭇 날카롭다.
지난 대선 이후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여풍’의 한계점을 훌쩍 지나쳐있다. 여권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차기권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 전 대표는 각종 정치 이슈에서 자신의 정치력을 실험하고 있다.
정치 이슈 쥐고 흔들어
세종시 수정은 올해 박 전 대표가 거쳐야 할 수많은 정치 이슈 중 가장 먼저 맞닥뜨린 사안이다. ‘세종시 원안+α’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그는 올해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일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우리 모두 올 한 해 신뢰와 화합, 도약을 위해 한마음이 돼서 뛰고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강조한 ‘신뢰’는 세종시 수정에 대한 그의 기본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종시 정국에서 박 전 대표는 정면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변함없이 ‘신뢰’를 강조하는 것 외에도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1월에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개인 일정 등 여러 사정 때문에 1월 방문은 어렵다”며 고사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 정국 이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등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박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설지 여부는 정치권의 오감을 자극한다. ‘선거의 여인’에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나 전당대회에 나선다면 선거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풍의 기세는 6월 지방선거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이름을 올린 여성 정치인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박영선·추미애 민주당 의원,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경험이 있는 강금실 전 장관의 이름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 중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혀온 한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친노계 모임인 ‘시민주권’ 신년 오찬에서 지방선거와 관련, “야권과 민주세력이 연합하고 뭉친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요청하는 결정에 따를 각오이며 마지막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보다는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대표와 겨뤄 패한 후 절치부심해왔다는 것. 그러나 당장은 당 지도부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문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 의원은 지난해 연말 한나라당 의원들만으로 노동법을 표결 처리해 당 지도부와 징계 여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지난 국감 등에서 정부를 떨게 한 ‘저격수’ 박영선 의원과 오랜 당 대변인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은 각각 당내 후보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심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와 7월 재보선 서울 은평을 출마를 두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장관은 경기 광명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경기도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과 ‘범띠’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2008년 3월17일 원외에서 대변인으로 영입된 후 지난해 11월29일까지 623일 동안 대변인을 지내며 당내 최장수 대변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여야를 통틀어 최장수 대변인 기록은 박희태 전 대표가 가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과 민자당 시절 4년3개월(1988년 12월~1993년 2월)간 당 대변인을 맡아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조 대변인이 7월 전당대회를 거치고 당내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박 전 대표의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생일 맞은 호랑이 ‘어흥~’
올해 유난히 활약이 기대되는 ‘범띠’ 정치인 중에는 이미경, 최영희 민주당 의원 등 여성 정치인들도 있다. 이들은 1950년생으로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백호랑이띠’이기도 하다.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에 올라 있으며 최 의원은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정평이 나있다. 국회 복지위와 여성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이후 보수와 진보성향 시민단체 모두에게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됐다.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이 선정한 여성위 신사의원으로도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