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돌출행동 속내

2010.01.05 09:21:54 호수 0호



여권 내 리더십 ‘흔들’ 세종시 주도권 ‘휘청’
비주류 목소리에 힘 싣고 제3의 자리 찾기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가 도드라지고 있다. 정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야당에 회동을 제안하는가 하면 당원협의회 당원교육에서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와도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하지만 정치권은 정 대표의 이러한 태도가 당내 비주류의 목소리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제3의 위치를 찾을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논란의 축이 되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와의 엇박자를 낸 데 이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야당에 회동을 제안했다. 여야 대표가 만나 꼬인 정국을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정국을 해소하는 모임을 가질 것을 다시 제안한다”며 ‘3자 회동’을 다시 제안했다.

며느리도 모른 회동 제안

민주당은 크게 반겼다. 하지만 이번엔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진 정 대표의 제안에 청와대가 난색을 표했다. 친이계도 반기를 들었다. 결국 정 대표의 제안은 정부와 여당의 소통부재만 보여준 채 유야무야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회동 제안 과정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불화가 깊어졌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회동의 원인이 됐던 예산안은 원내 문제로 당헌·당규상 투톱체제인 한나라당에서는 원내대표가 맡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과도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나홀로 제안’이 안 원내대표와 의견 조율 하에 이뤄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민주당이 정 대표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사전에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제안인지 깜짝 발언인지 알 수 없었던 것.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야 대표의 회동 제안은 사전에 제안이 와서 실무진간 합의가 이뤄진 후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예산안 처리는 원내문제인데 정 대표가 회동을 제안해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말했다.

실제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회동 제안에 대해 “예산 심사는 입법부의 고유 권한인데 예산심사까지 걸고 넘어지겠다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번 회동 제안과 관련, 정치권은 10월 재보선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상실한 정 대표가 정국에 무리하게 끼어들려다 일어난 ‘사고’로 분석했다. 그러나 사고가 겹쳐지면서 정 대표의 움직임은 ‘의도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2일 ‘남양주갑 당원교육 및 송년회’에 참석해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 대표는 “야당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발등의 불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말 국민들이 바라는 사업인가에 관해서는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서둘러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이나 세종시 같은 이슈들이 주요 정국현안이긴 하지만, 당장 국민들에게는 일자리 창출이나 물가안정 같은 이슈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여지는 분명했다.

결국 ‘사고’가 거듭됐다. 게다가 정 대표의 발언은 소장파 등 비주류에서 터져 나온 4대강 회의론과 만나 사안을 키웠다.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이미 비주류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던 야당과 대화를 해야 한다거나 예산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표출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가 한 인사는 “정 대표가 ‘따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강경한 친이계와 미묘한 갈등을 보인 끝에 자신의 길을 찾기로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내에서 정 대표의 위치는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다”면서 “안 원내대표와는 처음부터 상호 견제가 이뤄지고 있고 장광근 사무총장도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청와대는 여당 대표인 그의 발언에 무게감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대표의 움직임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친이계의 주류에 편승하지 못한 정 대표가 다수의 비주류와 결집해 제3의 위치를 구축할 수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정치권 몇몇 인사들도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하루바삐 ‘길 찾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는 거대여당의 대표지만 ‘식물대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등 현안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정운찬 총리에게 밀렸고, 원내 문제는 안 원내대표가 꽉 잡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공간을 찾기도 여의치 않을뿐더러 친이계 내에서조차 부유하고 있는 것.


정면돌파로 방향 전환

정 대표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할 계기로 조기 전당대회가 주목받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는 소장파에서 제기한 것으로 친박계와 이재오계 모두 ‘반대’를 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찬성’이다.

그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전대 주장에 대해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사실 나도 조기전대를 해서 ‘승계대표’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조기전대 개최 시 박 전 대표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는 불확실한 반면, 정 대표로서는 ‘승계대표’라는 걸림돌을 치울 수 있는 기회로 인지하고 있는 것.

전대를 계기로 소장파와 일부 중진들과의 본격적인 연대도 가능하다. 이들 사이에는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는 위기의식 외에도 차기 대권주자로 이 대통령과 일부 각을 세워야 하는 정 대표와 현 정부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는 소장파의 코드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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