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황제 ‘정본좌’가 덜미를 잡혔다. 지난 2006년 잡힌 ‘김본좌’보다 1만 건이나 많은 음란물을 인터넷에 퍼트렸다. 3개월 만에 정본좌가 벌어들인 돈은 1000만원. 그가 올린 수만 건의 음란물은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퍼져나갔다. 이로써 “제 2의 김본좌는 또 나올 것”이라는 김본좌의 예측은 3년 만에 맞아 떨어졌다.
컴퓨터 6대로 웹하드에 야동 2만6천 건 유포
김본좌 덜미 잡힌 후 3년 만에 등장 ‘떠들썩’
경북 김천의 한 원룸. 방안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6대의 화면에는 음란물이 떠있다. 이 음란물들은 어디론가 부지런히 전송되고 있다. 음란물이 도착한 곳은 웹하드. 이곳에 가입한 회원들은 오늘도 업로드된 음란물을 포인트로 사들이고 있었다.
음란물을 올린 이는 김천에 사는 정모(26)씨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음란 동영상을 유명 웹하드 사이트에 올려 1000만여 원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위반)로 정씨를 구속했다.
역대 최강 헤비 업로더
그가 3개월 동안 올린 음란물은 무려 2만6000건. 2006년 덜미를 잡혀 유명세를 탄 야동의 본좌 ‘김본좌’보다 1만 건이나 많은 음란물을 유포시켰다. 3년여 만에 덜미를 잡힌 ‘정본좌’인 셈.
경찰에 따르면 뚜렷한 직업 없이 노동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정씨는 인터넷에 음란물을 배포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들어오는 웹하드 사이트는 돈밭으로 보이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에 ‘전업 헤비 업로더(불법저작물을 다량으로 인터넷에 올려 이득을 챙기는 사람)’가 되기로 작심하고 웹하드 업체에 동업을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원룸에 컴퓨터를 설치한 뒤 유명 웹하드 사이트 3곳에 9개의 아이디를 만든 뒤 음란 동영상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은 미국, 일본, 러시아, 유럽 등 각국에서 P2P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영상을 올린 시각은 주로 심야시간. 정씨는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이른바 ‘노모’ 동영상을 주로 올려 웹하드 회원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는 포르노 검색 차단을 피하기 위해 야동계에서만 통하는 각종 은어를 제목 앞에 달고 수만 건의 음란물을 올렸다.
정씨는 자신이 올린 동영상을 회원들이 한 번 다운받을 때마다 70원가량의 돈을 받았다. 회원들이 동영상을 다운받으면서 쓴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그는 웹하드 운영업자 신모(37)씨 등과 벌어들인 돈을 1:1로 나눴고 3개월간 번 돈은 1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정씨의 본좌 생활은 경찰에 의해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의 컴퓨터와 내장형 하드디스크 20개에는 7000편이 넘는 야동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할머니가 병에 걸려 입원해 생계가 어려워 음란물을 유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와 함께 오모(24)씨 등 26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신씨 등 웹하드 업체 대표 6명도 음란물 유포 방조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씨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는 김본좌. 원조 ‘야동 황제’로 불리며 웃지 못할 파장을 일으켰던 김씨는 2년6개월 동안 1만4000여 편의 음란물을 올리다 2006년 10월 구속됐다. 당시 김씨는 야동을 유포한 이유에 대해 “할머니가 눈 수술을 하는 등 돈이 필요해 음란물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씨가 화제가 된 것은 당시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본 음란물의 70%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음란물을 즐겨보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자자한 인물이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이슈가 됐던 대부분의 음란물에는 김씨의 아이디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에 그를 ‘본좌’(인터넷상에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말)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그런 그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자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김본좌께서 연행되시매 경찰차에 오르시며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하시니 경찰도, 형사도, 구경하던 동네주민들도 고개만 숙일 뿐 말이 없더라”라는 것으로 성경 구절을 패러디한 문장이다.
신조어인 ‘지못미’가 생겨난 것도 김본좌의 영향이 컸다. 당시 네티즌들은 근조리본과 함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줄인 지못미를 댓글에 다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경찰에서 김씨는 “네티즌들을 고소하고 처벌하더라도 음란물 유통은 계속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음란물을 찾기 때문에 음란물 제작이나 유통을 근절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대규모 고소로 ‘헤비 업로더’의 경우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2의 김본좌’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2007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지금은 수도권에 있는 한 회사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동 박멸 이뤄질까?
김씨가 예측한 대로 제2의 김본좌는 3년 만에 등장해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헤비 업로더들을 잡는다고 해서 음란물 유통이 근절될 거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김본좌가 구속됐다고 해서 음란물 유포가 줄지 않았듯 정본좌의 구속도 별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며 “음란물 제작과 유통 시장의 확산세를 막기엔 어떤 방법도 역부족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