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움직이는 동교동계·상도동계 잦은 만남
지역 정가 측근들 부추김에 ‘후계자’ 정치재개까지 한번에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만남이 잦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최로 화합 만찬을 가지면서 한층 가까워졌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민주화추진협의회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내년 초에는 동교동계가 답례 형식으로 식사자리를 마련,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대규모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이러한 ‘화해모드’가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함께 민주화를 위해 싸웠으나 권력 앞에 갈라섰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모임의 정례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주 얼굴을 맞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급속히 사이를 좁혔다. 병환 중이었던 DJ의 병실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찾으면서부터다. 지난달 25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DJ의 서거 100일 기도회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상도동계 인사들과 참석했다. 다음 날에는 YS의 주최로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 만찬’이 있었다.
정치시계 아직 ‘째깍째깍’
지난 17일에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은 얼굴을 마주했다. 4·19 동지회 및 6·3 동지회 출신 등이 주축을 이룬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보고 싶은 얼굴들’이라는 송년오찬에서다. 이날 오후에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로 이뤄진 민주화추진협의회의 월례총회를 겸한 송년모임이 있었다.
‘왕년의 정치거물’들이 정가 안팎의 시선을 끌 만큼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까닭에 이들을 바라보는 정가의 눈초리도 예사롭지 않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다 지역 정가에서 막후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어 이들의 영향력이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잦은 만남의 배경에도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움직임을 ‘정치세력화’와 연계시켜 보는 이들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민추협을 주목하고 있다. ‘제2의 민추협’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2의 민추협’으로 ‘국민화합추진협의회’가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민추협 인사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국추협’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정치적 목표와도 이어진다. 민추협의 역할이 민주화 추진이었다면 국추협은 국민화합을 위해 정계 원로들의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민추협 출신 한 인사는 “‘제2의 민추협’을 바라는 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나 상도동계 모두 본인들에 의해 지역감정이 심화되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반성하고 있다”면서 “이제나마 지역감정을 완화시키고 화합을 이뤄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내년에 줄줄이 있을 선거도 이들의 움직임을 부추긴다. 지역 정가에서 ‘어른’으로 불리는 이들이 많다 보니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역할’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동교동계나 상도동계나 여야에서 주류가 아니다 보니 이들과 관계된 지역 인사들 사이에서는 혹여 공천에서 배제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치 일선으로 나서고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의 경우 정세균 대표가 지난달 26일 광주와 전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 “민주당이 과감한 변화를 해야 하고, 특히 호남에서 과감한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홍업 전 의원과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 ‘2세’들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 대부분이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들은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2세들의 후원자로 뜰까
김 전 의원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비리전력자 공천배제’라는 공천심사위의 기준에 걸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탈당 후 전남 무안·신안에 무소속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DJ 서거 후 정치활동 재개를 염두에 두고 복당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이 노리고 있는 곳은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이기는 하지만 19대 총선에 출마한다면 ‘양보’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전 의원이 목포라면 김현철 부소장은 경남 거제다. 그는 18대 총선에서는 ‘금고형 이상의 경우 공천신청 불가’라는 규정 때문에 거제 출마 선언 보름 만에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거제를 방문, “정치는 여기에서 해야 한다”는 말로 19대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여연 부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면서 ‘다음’을 노려보겠다는 것. 김 부소장은 “2년 정도는 연구소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해 이후 지역으로 돌아와 민심을 잡을 것임을 넌지시 전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나 상도동계 인사들 중에서도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2세’들을 돕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서 “2세들은 DJ나 YS의 정치적 기반을 잇기 수월할 뿐 아니라 부친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데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