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외교 최고, 국내선 우왕좌왕하다 ‘게임아웃’
대운하·747·비핵개방 3000 3대 핵심공약 좌초
야당 채점한 성적표 속 MB, 경제대통령 이름 무색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념일을 맞았다. 이날은 그가 BBK를 비롯한 각종 의혹을 딛고 48.7%의 대선 득표율과 53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다사다난한 날들을 보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파열음이 나기 시작해 광우병 사태로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이나 사과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야 했다. 주요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좌초됐고 이를 대신한 4대강 살리기 사업도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경제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놨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있는 이 대통령의 성적표를 알아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후 만 2년이 됐다. 곧 집권 중반기라고 할 수 있는 3년차에 접어든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치르고 나면 반환점을 도는 셈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거둔 성적은 몇 점일까.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동서리서치는 지난 8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0.0%(매우 잘하고 있다 7.2%, 잘하는 편이다 42.8%)로 나타났다. 반면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43.3%(잘 못하는 편이다 34.2%, 매우 잘 못하고 있다 9.1%)로 나타났다.
파란만장했던 임기 2년
전체 성적표 ‘동그라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2월 첫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4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6.2%였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3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45.0%, 부정평가는 49.5%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면서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후 차츰 회복세를 보였고 친서민, 중도실용 행보 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세종시 수정 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하지만 충청권에 국한된 문제인데다 내년 1월 수정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어서 지지율에 큰 변화는 주지 못했다.
동서리서치 조사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중 잘한 것으로 평가 받은 분야는 외교였다. 외교분야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57.6%에 달했다. 이는 내년 11월 한국이 의장국으로 서울에서 개최하게 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 많은 공을 들였다. 청와대가 내놓은 ‘2009년 외교성과 총결산’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11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라 16개국을 방문했다. 국제회의 등을 포함해 총 38차례의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총 비행시간만 190시간. 8일 정도를 특별기 기내에서 보낸 셈이다.
청와대는 올해 정상외교의 4대 성과로 국가이미지 제고, 신아시아 외교 천명, 녹색성장 분야 실질협력 증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꼽았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내년도 G20 정상회의를 한국에 유치한 것을 가장 큰 외교 성과로 꼽았다.
이 대통령뿐 아니라 ‘특사’들도 전 세계를 돌았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여의도에 ‘특사정치’라는 말이 돌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 대통령의 특사로 해외를 방문, 외교전을 폈다. 이 대통령과는 각을 세우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도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헝가리, 오스트리아, 브뤼셀(유럽연합), 덴마크 등 유럽 4개국을 돌았을 정도다.
이 외에 경제정책(49.4%) 대북정책(44.0%) 국내정치(37.6%) 교육정책(30.9%) 순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정치(51.9%)와 교육 분야(50.2%)의 경우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앞섰다.
국내정치에서 지적받은 부분은 이 대통령이 야당뿐 아니라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도 부족했다는 점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총 의석 299석 중 153석(비례 22석)을 차지했다. 이는 과반을 넘은 것으로 정국은 여대야소로 재편됐다. 민주당은 81석(15석)을 차지, 목표로 했던 개헌저지선(100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후 ‘초식여당’ ‘무기력당’ ‘두나라당’으로 불리며 집권여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경선이 끝났음에도 박근혜 전 대표를 위시로 한 친박계는 여전히 ‘여당 내 야당’으로 남아있다.
이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의 어떻게 됐을까. 이 대통령의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는 집권 1년차에 일찌감치 폐기처분됐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정국에서 촛불민심이 극에 이르자 청와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대운하를 포기했다. 그는 대운하에 대해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며 “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대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급부상했다. 야당은 이를 대운하 전단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닻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4대강은 복원시켜야 하고 대운하를 만드는 것은 다음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그 문제는 앞으로 차기·차차기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이고, 나는 시급한 4대강 복원을 하려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약으로 세웠던 정책
폐기되거나 흔들리거나
하지만 아직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48.4%)이 찬성(43.6%)보다 많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10년 내에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은 북한과의 불편한 관계로 운조차 떼지 못했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후 남북관계는 본격적인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전후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화해’를 말할 분위기는 아니다.
747정책도 빛을 보지 못한 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자리에서 “한국 경제, 10년 돼야 ‘747’ 성과가 나올 것이다. 이제 나는 임기 중 선진화의 기초를 닦는 일을 하겠다. 욕을 먹든 안 먹든 기초를 잘 닦으면 다음 정권이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서민 행보는 이 대통령이 ‘히든카드’로 내민 후 계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도강화론’을 처음으로 언급한 후 서민금융정책, 사교육비 경감 대책, 보금자리주택 확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등으로 대표되는 친서민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야당이 평가한 이 대통령의 집권 2년은 어떤 모습일까.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지적한 내용에서 그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서민경제가 살아나고 한 자리의 일자리라도 더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MB정부 2010 일자리예산안은 25.5% 감소, 1.2조원 감액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예산상 일자리 수 25만명 감소, 희망근로 67% 삭감으로 15만명 실직, 청년인턴 200억 삭감으로 5000명 실직, 인턴교사 500억 전액삭감으로 2만5000명이 실직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서 바라본 MB
초라한 2년 성적표
이 대통령이 “1년간 경제를 살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책위는 “일부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MB 1년간 경제성적표는 초라하다”며 “성장률 마이너스(IMF 이후 최악), 수출입도 건국 이래 최악(20% 내외 감소), 국가채무 최악(1년 만에 100조 최악 증가), 가계부채 최악(700조원 돌파, 가구당 4500만 수준), 실질임금 감소(기업 유보 사상최대, 근로자 임금은 삭감), 지방경제는 더욱 파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0.2%의 약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5%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것. 취업자는 20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내년 1월이면 미뤄뒀던 세종시 수정 문제로 정국이 소용돌이치게 될 것이라는 관측 탓이다. 또한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는 현 정권의 중간평가장으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