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2009년’ 망년회 탈선 천태만상

2009.12.15 09:24:05 호수 0호

오늘만큼은 ‘몸’도 ‘마음’도 마음껏 망가져 버려!

본격적인 망년회시즌이다. 직장인들은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망년회를 앞두고 들뜨고 설렌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제대로 망가져 보자’는 모토 아래 탈선에 가까운 망년회를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 평소엔 양심의 가책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던 일들도 망년회엔 거리낌 없이 저지르기도 한다. ‘내년부터 잘하면 되지’라고 스스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십상인 탓이다. 성매매업소 탐방 망년회, 하룻밤 불장난 망년회 등 탈선 망년회 천태만상을 알아봤다.

망년회 빌미로 ‘망가지는’ 탈선계획 짜는 직장인들
변태 성매매업소 등 망년회 코스에 넣어 계획하기도


경기불황, 성매매특별법 등으로 인해 건전한 망년회를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마시고 죽자’는 전통적인(?) 망년회가 대세를 이루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룻밤을 즐기는 계획을 짜는 직장인들이 눈에 띈다.

“마음껏 망가져보자”
대담해지는 망년회



직장인 A(34)씨는 한 달 전부터 망년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함께 망년회를 즐길 멤버는 알고 지내던 남자 직장동료들. 여자동료는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여자가 끼어선 안 될 코스로 이뤄진 망년회이기 때문이다. A씨와 동료들이 구상한 망년회는 유흥업소, 그중에서도 여종업원과 함께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업소 탐방이다.

A씨는 “기왕 망가지는 망년회라면 화끈하게 놀아보고 싶어서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이번 망년회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밤업소를 자주 찾는 남성들에게 업소 정보들을 캐고 다닌 것도 몇 주째란다. 결국 A씨는 완벽한(?) 망년회코스를 짰다고 한다.

가벼운 소주 한잔에서 시작되는 그들만의 망년회는 화끈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룸살롱, 변종서비스를 제공하는 안마시술소로 마무리된다. A씨는 망년회를 위해 일인당 50만원의 회비까지 걷고 망년회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A씨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코스의 망년회를 즐겼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평소의 회식이나 술자리라면 아무래도 꺼려지는 업소들이지만 망년회라는 특수한 상황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 역시 최근 참석했던 망년회자리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소위 ‘하드코어’ 업소라 불리는 유흥업소에 갔던 것. 평소처럼 소주집, 호프집, 노래방으로 향하는 코스를 끝낸 B씨와 동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드코어 업소에 가기로 의기투합했다.  여종업원이 나와 흥을 돋우는 업소라면 고개부터 저었던 B씨지만 그날만큼은 ‘한번 망가져보자’는 생각에 동료들과 함께 업소를 찾았다.

B씨는 “평소보다 많이 오른 술기운 때문인지 한해가 간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렸다”며 “집사람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하는 망년회인데 이 정도쯤이야 이해해줄 거란 마음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원나잇스탠드’를 목적으로 망년회를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 낯선 여성, 또는 남성과의 하룻밤으로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이들이다.

직장인 박모(36)씨는 알고 지내던 이모(33·여)씨에게 4:4로 함께 망년회를 보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미팅식의 망년회를 기획한 셈. 이씨는 박씨의 제안을 흔쾌히 허락했고 낯선 남녀 8명의 만남이 성사됐다. 박씨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결혼을 한 사람은 모두 6명. 그러나 결혼여부는 이들의 모임에서 중요하지 않다. 이씨는 “결국 이런 모임의 끝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 아니겠느냐”며 “모임에 나올 여자들도 이를 모를 리 없는데 망년회에 동참하겠다는 건 어느 정도 그럴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망년회도 1박2일
술기운에 작업 ‘술술’

아예 1박2일로 망년회 여행을 구상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특히 산악회와 같은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계획되는 망년회이기도 하다.한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이모(30)씨도 강원도로 떠나는 망년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씨가 망년회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마음에 두고 있는 회원과 함께 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몇 달 전부터 고백하고 싶은 여자회원이 있는데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다”며 “아무래도 들뜨기 쉬운 망년회인 만큼 평소보다는 고백하기 쉬울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문제는 일부 기혼자들이 이런 분위기를 노려 하룻밤 상대를 찾는다는 것. 산악회에서 활동 중인 C(45)씨 역시 산악회 망년회를 기다리고 있다. 낯선 여성과의 밀애를 목적으로 산악회에 가입한 C씨는 이번 망년회에 마음에 두고 있던 여성에게 제대로 작업을 걸 계획을 짰다고 한다.

C씨는 “산악회 회원 중 예쁜 미시들이 많고 잘만 하면 재미도 볼 수 있다”는 동료의 솔깃한 말에 1년 전 산악회에 가입했다. 그러나 C씨의 바람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다른 회원들은 쉽게 하는 연애가 C씨에게만은 쉽사리 기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C씨에게 이번 망년회는 절호의 찬스나 마찬가지다. 보통 남녀 간 불꽃이 튀는 순간은 등산을 할 때 보다는 하산 후 이어지는 뒤풀이 장소다.

그러나 보통 대낮에 이뤄지는 술자리인 만큼 금방 끝이 나는 경우가 많아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도 돌려보내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러나 망년회는 술자리가 목적인 만큼 작업을 할 시간이 좀 더 길거라는 것이 C씨의 생각이다. C씨는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면 아무래도 평소보다 효과적일 것 같다”며 “망년회 장소 인근의 괜찮은 모텔까지 물색해뒀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들뜬 망년회 분위기 이용해 하룻밤 불장난 꿈꾸는 남녀들
망년회 분위기 따라 더욱 짙어지는 직장 내 술자리 성희롱


불순한 목적으로 망년회를 기다리는 이들은 직장에도 있다. 회식 때만 되면 여직원 또는 남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벌이는 직장인들이다. 일반적인 회식과는 달리 핑계를 대고 불참하기도 쉽지 않은 망년회인 만큼 평소 점찍어둔 이성에게 작업을 걸 계획을 짜기도 한다. 이런 흑심을 품은 직장상사들로 인해 연말이 괴로운 건 성희롱의 대상이 되는 부하직원들.

IT업체에 근무하는 정모(27·여)씨는 12월이 되고부터 걱정이 앞선다. 언제 망년회 계획이 잡힐지 두려운 마음에 회사에 나오는 것이 고역이기도 하다. 유난히 남자직원이 많은 IT업체에서 일하는 탓에 직장 내에서 ‘꽃’으로 불리며 짙은 성적농담을 감수해내야 했던 정씨. 이런 정씨에게 회식자리는 언제나 피하고만 싶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지난달 있었던 회식자리에서 같은 부서의 부장에게 봉변을 당해 연말회식이 더욱 꺼려진다. 지난달 술자리에 이어 2차로 갔던 노래방에서 부장은 정씨에게 브루스를 출 것을 제안했다. 정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엉덩이를 뺀 어색한 자세로 춤을 추던 부장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정씨에게 몸을 밀착했고 허리를 감싸오기 시작했다.

불쾌한 마음에 부장을 밀어냈지만 부장은 정씨의 귀에 대고 바람까지 불어 넣으며 한껏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빠져나갈 구멍만 살피던 정씨. 결국 다른 직원들이 부장에게 노래신청을 하면서 지옥 같은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정씨에게 연말의 회식자리는 피하고만 싶은 자리다.

때문에 ‘언제 벽에 붙은 일정표에 ‘연말회식’이란 글씨가 써질까’란 두려운 마음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직장인 최모(29)씨는 최근 있었던 망년회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고 말한다. 여자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노골적인 성적 농담으로 최씨를 당혹스럽게 했다는 상사는 망년회 날짜가 잡힌 뒤 수시로 ‘꼭 참석해야 한다’고 당부를 했다.

하룻밤 어때?
망년회잖아~

찜찜한 기분으로 망년회에 참석한 최씨. 그날도 상사는 유독 최씨 옆에만 앉으려고 하고 짙은 농담을 건네는 등 불쾌한 행동을 일삼았다. 그러다 술이 얼큰하게 취한 상사는 끝내 최씨에게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는 은밀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처음엔 농담처럼 웃으며 말하던 상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해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던 최씨는 술에 만취한 뒤 택시에 오른 상사를 본 뒤에야 마음을 놨다고 한다.

최씨는 “그날 상사를 보면 마치 망년회만을 기다렸던 사람 같았다”며 “부하직원이란 걸 이용해 협박까지 해놓고 다음날엔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는 상사를 보니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직장인들은 망년회를 탈선의 기회로 삼으며 망년회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직장인은 “망년회 하루쯤은 망가져도 된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책임 못 질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술이 깨고 나면 백이면 백 후회하게 마련이다”라며 “연초부터 망년회에 벌인 행동으로 인한 구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건전하고 이성적인 망년회를 보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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