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업체 ‘양다리 소개팅’<실체>

2009.12.08 09:50:37 호수 0호

‘마음’도 주고 ‘돈’도 빼앗기고

배우자를 찾으려고 결혼정보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발맞춰 결혼정보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문제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묘한 수법으로 회원들을 농락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것. 직업이나 미모가 우수한 회원을 여러 명에게 소개시키거나 애인이 있는 회원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양다리 소개팅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가정이 있는 회원들조차도 버젓이 처녀·총각 행세를 하기도 해 피해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결혼정보업체 우수회원들 양다리 소개팅 주선
업체 늘어나고 우수회원 공급 어려워 각종 편법 난무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모(35)씨는 6개월 전 지인의 소개로 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작은 영세업체란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커플매니저를 만난 뒤엔 더욱 신뢰감이 생기기도 했다. 유명 결혼정보업체에서 일하다 이 회사로 옮겼다는 커플매니저는 비교적 꼼꼼하게 이씨에 맞는 맞춤상담을 해줬다. 그리고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A(30·여)씨를 소개받았다.

“애인 있는 여자였어?”



A씨를 처음 본 이씨는 한마디로 ‘횡재’한 기분이었다. 여자를 고르는 눈이 까다로워 연애 한번 제대로 못했다는 그는 한눈에 그녀에게 반했다. 누가 봐도 호감을 가질 만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싹싹하고 명랑해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을 만큼 A씨에게 빠져들었다.
다행히 A씨도 이씨에게 호감을 보였고 두 사람은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이씨에겐 아직 9번의 소개팅 기회가 남아있었지만 다른 여성을 소개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커플매니저에게도 알렸다.

그렇게 3개월여를 교제하다 이씨는 A씨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그런데 A씨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것. 그는 갑작스런 청혼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그런데 그 뒤로 A씨는 이씨의 전화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A씨를 놓칠 것 같았던 이씨는 A씨가 근무하는 병원까지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A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다른 남자가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고백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고백은 이씨를 더욱 화나게 했다. 사실 이씨를 만나기 전 같은 결혼정보업체에서 다른 회원과 만난 A씨는 이 남성과 교제를 시작했다. 그런데 업체에서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한번만 더 다른 회원과 만남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닌데 한번이라도 더 다른 남자를 만나 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업체의 설득에 넘어간 A씨는 결국 이씨를 만났고 두 남자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A씨가 선택한 남자는 이씨보다 먼저 만났던 남자회원이었고 청혼을 받자마자 이씨와 결별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업체에게 농락을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민 이씨. 그러나 커플매니저는 오히려 당당했다. A씨가 다른 남자와 교제하고 있는 줄 모르고 소개를 시켰다는 것. 그러면서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 줄 테니 걱정 말라며 선심을 베푸는 투의 말까지 했다고 한다.
A씨는 “생각 같아선 회비라도 돌려받고 싶지만 돌려받을 가능성이 낫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포기했다”며 “양다리 소개팅을 시켜준 것보다 뻔뻔스러운 업체의 태도가 더 기가 막힌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한 회원을 여러 회원에게 소개를 시키는 것은 일종의 관례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결혼정보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일등 신랑감, 일등 신부감으로 불리는 우수회원들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이 방식은 더욱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영세업체들의 경우 학벌과 능력, 외모까지 받쳐주는 싱글남녀들이 가입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기 때문에 애인이 있는 회원들까지도 소개팅전선에 투입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

심지어 커플매니저 등 회사직원들을 회원인 양 소개를 시키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 업체들의 입장은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하다. 회사 직원들도 미혼남녀이고 충분히 회원들과 만남을 가질 만한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 업체들의 해명이다.
결혼정보업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결혼정보업체에 관한 상담 건수는 2007년 1318건, 2008년 1466건에 달했다. 또 피해를 당한 사례는 2008년에만 169건에 이른다. 이 중 115건이 계약해지 거부로 인한 피해이고 19건이 소개 미이행, 13건이 조건 미충족, 16건이 회원 관리 소홀이었다.

정모(32·여)씨도 결혼정보업체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얼마 전 업체에서 소개해준 남성과 만남을 가졌다. 자신이 요구한 조건과 일치한다는 말을 믿은 그녀는 기대에 부풀어 약속장소에 나갔다. 그러나 외모나 직업, 성격 등 어느 것 하나 원하는 조건과 맞지 않았기에 업체 측에 해약을 요구했다.

업체 측은 다른 남성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설득했지만 정씨는 별다른 기대감이 들지 않았다. 이 업체에서는 비슷비슷한 상대밖에 만나지 못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업체 측은 계약해지를 거부했고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나머지 돈을 받지 못한 상태다.
가입비 환불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 또한 예사다. 서울에 사는 B씨는 한 결혼정보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B씨는 10명의 여성을 소개받기로 하고 가입을 했지만 2회를 소개받은 뒤 더 이상 소개받을 필요가 없어 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본사에 연락을 해 봐야 된다는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환불을 지연했다고 한다.

‘먹튀’ 업체까지

회비만 받아 챙기고 두문불출하는 영세업체들도 있다. C씨는 올해 초 100만원의 회비를 주고 Q모 업체에 가입했다. 7명의 여성을 소개받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만남을 가진 뒤로 커플매니저의 연락이 뜸해졌다. 무엇인가 이상하단 생각이 든 C씨는 업체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는 불통이고 사무실이 있던 자리도 다른 업체로 바뀐 상태였다고 한다.

C씨는 “업체가 망한 건지 아니면 ‘먹튀’를 하려고 유령회사를 차린 건지는 몰라도 돈 100만원을 날릴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결혼정보업체들이 2000여 개에 달하고 있어 믿을 만한 업체를 고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업체를 선택하기 전에 대표자 신원, 인터넷 등록여부 등을 알아보고 계약하기 전에도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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