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동거를 빙자한 장기계약 성매매가 유행하고 있다. 현재 동거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는 한 포털에서만 수백 개가 검색되고 있다. 회원 수가 많은 카페의 경우 최대 30만명까지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동거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이런 카페에서 동거할 사람을 구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들의 동거에는 항상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하지만 결혼 전에 서로를 더 알고자 하자는 동거의 의미는 퇴색된 채 오로지 ‘조건’과 ‘계약’에 의해 동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그들의 동거가 ‘장기계약 성매매’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최근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동거에 대해 취재했다.
최근 오로지 섹스와 잠자리를 맞바꾸는 형태의 동거 열풍
남성은 외모, 여자는 경제적 능력 따져 동거파트너 구해
최근 몇 년 사이 동거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했다. 특히 결혼 전에 상대와 궁합을 맞춰보는 ‘혼전동거’는 많은 이들이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모 지방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80%가 혼전동거에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대학가에서도 동거는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특히 타지방 출신 학생들끼리의 동거는 ‘절약형 동거’란 이름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서로 연인이면서도 깊은 관계의 경우에는 월세, 식대 등을 따로 따로 지불하지 말고 동거를 하면서 절약하자는 것. 여기에 독립적인 공간에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건 없을 듯하다고.
이 같은 동거는 그나마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사랑’과 ‘절약’이란 명분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동거 형태는 이런 최소한의 명분도 없는 채 오로지 섹스와 잠자리를 맞바꾸는 형태의 동거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이 동거녀를 구할 때는 거의 90% 이상 외모와 얼굴을 따지게 된다. 반면 여성은 남자의 경제적 능력이 1순위다. 물론 외모, 정서, 성격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역시 경제력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이 같은 동거를 원하는 여성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이 경제적 능력은 있지만 좀 더 절약을 하고 싶은 경우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다. 특히 후자의 경우가 가장 전형적인 ‘장기계약 성매매’라고 할 수 있다. 가출 청소년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이 섹스와 살림을 댓가로 잠자리와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합의 동거에
옵션이 있다?
이는 해당 카페에 게시된 글만 봐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계약 동거를 원한다는 한 여대생 이모(20)씨는 “솔직히 예전에는 동거란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그나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찾다보니 유흥가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젊은 나이에 술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 결국 눈을 돌린 것이 바로 동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이어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동거 생활이 편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술집에서 여러 명을 대상으로 몸을 파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현재 내가 원하는 것은 월 200만원 정도의 돈이다. 이 정도면 준다면 사람 죽이는 일만 아니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녀들이 동거를 선택하는 똑같은 심정으로 남성은 동거녀를 찾는다. 바로 자신이 원할 때 마음대로 섹스를 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이다.
동거녀를 찾고 있는 서모씨는 “사랑과 연애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거기다가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매번 성매매 업소를 다닐 수도 없고 만약 단속이라도 된다면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서씨는 이어 “설사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사랑은 6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은 바로 동거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이것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 비용을 따져보면 나쁠 것도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믿을 때까지
확인 또 확인
특히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40대의 남성들은 이 같은 ‘동거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꼽힌다. 일단 경제적으로 완전히 안정된데다가 20~30대처럼 왕성한 성욕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살림을 하고 섹스에만 좀 신경 써주게 되면 돈은 물론 한껏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 일부 남성들은 미성년자와의 동거를 꿈꾸는 위험한 상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성년 성매매가 엄격하게 처벌 되다 보니 바깥에서 미성년자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에 들어앉힌 후 성매매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일부 남성들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발휘하기도 한다. 일단 최대한 성인 나이에 가까운 여성을 선택한 뒤 숙식을 제공하지만 처음 2~3개월은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다.
그 후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서야 본격적인 잠자리를 한다고. 물론 성인일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며 관찰하는 것이 기본적인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계심은 남자만 갖는 것은 아니다. 여자도 남자의 신원이 확실한지 검증하고 싶어 한다는 것. 특히 최근에 일어난 경악할 만한 연쇄살인 덕분에(?) 이런 경계심은 더욱 늘어났다고 한다.
경제적 능력 있는 40대 남성 블루칩 각광
10~20대 장기계약 성매매 부작용 우려도
심할 경우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명원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혹시나 뭔가 잘못이 있는 남자라면 최악의 상황에서 ‘감금’이나 범죄 피해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들도 여자들에게 실물 사진을 원하게 된다. 무엇보다 섹스가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충분한 사전확인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시작된 동거는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될까. 결과는 ‘반반’이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증언이다. 실패하는 경우는 특히 여자 쪽에서 이런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계약 동거 경험이 있는 김모(26)씨는 “그냥 생각만 할 때는 너무 낭만적인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칠고 힘든 일도 아니고 편안히 집에 있으면서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김씨는 이어 “하지만 막상 동거를 하다 보면 현실은 틀리다. 매일 밤 원하지도 않는 섹스를 해야 할 때도 있고 마누라가 아닌 이상 그런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월 200~300만원에 성노예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자조했다.
또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은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일에는 미래의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실패하는 여성들의 경우 본인이 ‘성을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심한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동거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런 동거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쿨’한 관계를 잘 유지했다는 것에 있다고.
3년째 동거를 유지하고 있는 주모(35)씨는 “동거를 하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감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주씨는 이어 “그러니까 너무 빠져서도 안 되고 반대로 너무 거리를 두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상황을 이렇게 적절하게 컨트롤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때는 동거 생활도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감정 빠지지 말고
배려는 지속하고
사실 이제 동거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동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상하게 보거나 대놓고 적극적인 반대만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새롭게 변형된 장기계약 성매매다. 특히 아직 자신의 인생관이 확고하게 굳어지지 않은 10~20대의 장기계약 성매매는 향후 잘못된 인생의 길을 걷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