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내 또는 남편이 다른 이성과 외도를 즐긴다고 의심해 벌이는 복수극이 날로 잔혹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내가 외간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해 아내와 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아내가 불륜을 저질러 가족과 동반자살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가정불화로 인한 일가족 참극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배우자의 불륜을 참지 못해 배우자 또는 내연관계에 있다고 의심하는 상대방을 해하는 사건은 비일비재해 ‘불륜공화국’의 끔찍한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 1 아내 외도 의심해 처자식 살해하고 자살
사건 2 아내와 동승한 남성 흉기로 처참히 살해
30대 가장이 아내와 두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참변이 벌어졌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동반자살을 택한 사건들은 심심찮게 벌어져왔다. 하지만 이번 참극의 원인은 경제난이 원인이었던 다른 사건과는 달랐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남편의 의심이 화근이었던 것.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은 광주에 살던 A(38)씨.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밤 10시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모 아파트에서 A씨와 아내 B(38)씨, 아들(15), 딸(11) 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A씨의 처남이 발견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이…”
가족 동반자살 부른 외도의심
A씨의 처남은 “며칠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집으로 찾아와 보니 인기척이 없어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전고리를 부수고 집에 들어가 봤더니 동생 가족이 모두 숨져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남이 이들을 발견했을 당시 A씨는 다용도실 가스 배관에 목을 매 숨져 있었고 B씨는 거실에서 숨진 채로 누워있었고 자녀는 각자의 방에서 목이 졸린 채 숨져있었다. 참극의 원인은 A씨가 죽기 전 쓴 유서 한 장이 말해주고 있다.
A씨의 차량에서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불륜)이 나에게도 있을 줄이야. 사랑하는 내 여자를 유혹하지 말라. 가족과 동반자살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된 것. 유서에는 가족을 살해한 뒤 살인자로 살아갈 것인지 자신도 목숨을 끊을지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서에는 또 자신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된 연유에 대해서도 적혀있었다. A씨는 건설현장 식당에서 일하다 4년 전부터 유흥주점 실장으로 일했던 아내가 식당에서 일할 때 알게 된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고 의심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의심으로 인한 가정불화는 유가족들도 눈치 채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B씨의 유가족들은 “A씨가 아내를 지나치게 의심해 최근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또 유가족들은 “B씨가 알고 지냈던 남성은 B씨의 한 형제와도 친분관계가 있는 사이였다. A씨가 아내를 믿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A씨가 남긴 유서와 유가족들의 진술은 이번 사건이 불륜을 의심해 벌어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가족이나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 현상의 배경에는 불륜이 넘쳐나는 세태가 자리한다. 유부남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바람’은 유부녀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진 지 오래다.
특히 인터넷채팅이 대중화되면서 가정이 있는 남녀들의 은밀한 만남은 손쉽게 이뤄졌다. 그리고 이 만남은 내연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이는 ‘한국남성의 전화’가 발표한 조사결과에도 여실히 나타난 바 있다. 아내의 인터넷채팅 문제로 상담을 해 온 남성들 가운데 44.2%가 “아내가 채팅남성과 불륜관계를 맺었다”고 고백했던 것.
늘어나는 불륜만큼 불륜의 정황이나 증거를 포착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검색하거나 몰래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등 첨단기기를 이용한 방식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불륜 의심 복수극’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복수극의 방식도 나날이 잔혹해지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아내와 10년 전 사귀었던 남자에게 몹쓸 짓을 한 남편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모(44)씨는 아내가 결혼 전 교제했던 김모(35)씨와 지금도 내연관계를 유지한다고 의심했다. 화근이 된 것은 문자메시지 한 통. 김씨가 아내에게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고 아직도 두 사람이 만나고 있다고 의심하게 된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이씨는 김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유인해 감금했다.
이후 흉기로 김씨를 수차례 폭행한 뒤 옷을 벗겨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게 했고 이를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담뱃불로 김씨의 몸을 지지는 등 엽기적인 방식의 폭행도 이어졌다. 이씨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금 140만원과 480만원의 신용카드 결제비용 등 모두 600만원을 뜯어낸 것이다.
아내와의 관계를 의심해 아내의 직장상사에게 염산을 뿌린 엽기 범행도 일어났다.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모(39)씨는 아내의 직장상사를 서울 모처 사무실로 유인해 감금한 뒤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흉기를 이용해 얼굴에 상처를 입히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가했다. 또 “내 아내와 불륜관계란 것을 안다. 위자료로 1억2720만원을 내 놔라”라고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갑작스러운 범행에 위험을 느낀 직장상사는 풀어주면 돈을 보내겠다고 회유했다. 이에 이씨는 그를 풀어준 후 수차례에 걸쳐 ‘돈을 송금해라’라는 협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커져가는 불륜 의심
결국 범행으로 발전
그런가 하면 지난 9월에는 아내의 내연남을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이 덜미를 잡혔다. 이 남성은 자신의 처와 불륜관계에 있다고 의심하던 남성을 찾아 가 마구 때리고 주방에 있는 흉기로 목을 찔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내연남이라 의심하던 남성의 집에 찾아가 방화를 저지르고 목숨을 끊은 50대 남성의 사건도 있었다. 경북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C(47)씨는 자신의 아내가 이웃에 사는 D(65)씨와 간통을 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그러다 아내가 D씨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해 휘발유를 가지고 D씨의 집으로 가 방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후 C씨는 방화를 저지른 장소에서 농약을 마셔 목숨을 끊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내연남을 살해한 사건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 9월 경남 밀양경찰서는 아내와 함께 승용차에 타고 있던 남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이모(26)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9월21일 오후 10시45분쯤 밀양시 부북면 마암터널 입구 도로에서 아내(26)가 E(26)씨와 함께 승용차에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1톤 화물차로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E씨를 끌어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평소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던 이씨가 E씨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 뒤 화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사건 3 아내와 외도 의심, 알고 지내던 선배 살해
전문가“배우자와 충분한 대화로 의심·오해 풀어야”
지난 8월에는 자신의 처와 외도를 하고 있다고 의심해 알고 지내던 선배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전남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모(48)씨는 지난 8월31일 오후 10시쯤 전남 목포시 용당동에 있는 아내의 식당에서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가게를 찾은 이모(54)씨를 주방에 있던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혼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아내가 숨진 이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 아내와 선배 이씨와의 관계를 의심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외도 의심을 하던 배우자에게 몹쓸 행각을 벌인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쇠사슬로 묶어 가축우리에 방치한 40대 남성이 덜미를 잡혔다.
엽기적인 범행으로 아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남편은 한모(48)씨. 한씨는 다단계 일 등으로 매일 밤 늦게 집에 들어오는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는 아내의 가출로 이어졌다. 그 후 3개월 동안 아내를 찾아 헤매던 한씨는 지난 7월1일 오전 7시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 있던 아내를 발견했다.
오랫동안 애를 태우던 아내를 본 한씨는 분노가 끓어올랐고 아내를 강제로 차에 태워 집 근처 야산에 있는 염소 우리로 끌고 갔다. 그 후 한씨는 미리 준비해뒀던 쇠사슬로 아내의 목을 묶은 뒤 자물쇠까지 채웠다. 꼼짝달싹 못하게 아내를 감금한 한씨는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둔기로 온몸을 때린 뒤 그대로 방치해둔 채 떠났다.
“딴 남자 만날거면 죽어”
감금, 폭행하고 살해까지
꼬박 하루 동안 쇠사슬에 묶인 채 몸부림치던 아내는 결국 다음 날 새벽 손발을 풀어 민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위의 도움으로도 쇠사슬은 끊을 수 없었고 119 구조대가 출동해 쇠사슬을 끊고 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가 하면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던 부인의 무서운 복수극도 벌어졌다.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잡힌 F(33·여)씨가 장본인이다.
F씨는 지난 6월24일 오전 1시30분쯤 퇴근해 소파에서 잠을 자던 남편의 얼굴과 목, 가슴 등에 끓인 식용유를 부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혔다. 경찰 조사결과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F씨는 남편의 여자관계를 의심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불륜 의심으로 복수를 결심하는 것에는 80대 노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월12일 G(83)씨가 잠자고 있던 79세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
황혼의 노부부에게 닥친 끔찍한 최후 역시 의처증이 원인이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고 의심하던 G씨가 홧김에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한 가정문제 전문가는 “주변에 외도를 꿈꾸고 실제로 저지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혹시 내 아내, 남편도 바람을 피우는 것 아닐까’란 의심을 쉽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신만의 착각에 빠져 의심을 키우다 보면 화를 부를 수 있으니 배우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 의심과 오해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