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후계자 전쟁서 눈물 삼켰다?

2009.12.08 09:19:34 호수 0호

한명숙 서울시장 불출마 진짜 이유



당내 서울시장 후보 자리 굳히던 한명숙 돌연 불출마
겉으론 “재단에 힘쓰겠다” 속내엔 ‘친노 후보단일화’

야권에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방선거를 6개월여 남기고 있음에도 다들 발걸음을 재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다. 민주당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자리를 굳히던 한 전 총리는 돌연 불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출마선언을 했던 것이 아닌지라 공식적인 불출마 선언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고사하고 있다. 이는 한 전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재단 이사장을 맡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 한편에서는 속사정은 다르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한명숙 전 총리가 불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한 전 총리는 최근 “당분간 ‘노무현재단’ 일에 전념하고 싶다”면서 “직접 나서기보다는 좋은 후배들을 키우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는 뜻을 주변에 전했다.

한 전 총리를 ‘빅카드’로 여겼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애써 감추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한 전 총리의 불출마설을 언급하며 “한 전 총리의 불출마는 한 달 전부터 내부에서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담담한 어조를 이어갔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아직 지방선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한 전 총리가 출마를 할지 말지는) 모르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물 건너간 서울시장 출마

그러나 한 전 총리가 최근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나서면서 서울시장 불출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는 친노친당인 국민참여당이나 친노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시민주권모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시민주권모임의 초석을 다졌으나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시민주권모임 공동대표직을 사임했다.

지난달 17일 충남 연기군에서 시민주권의 주최로 진행된 범친노계인사들의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회의에도 한 전 총리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가 주변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고사하고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사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공동장의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회인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출범 후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한 전 총리의 불출마에 더 깊은 속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가 그동안 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왔던 데는 본인의 의지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후계자’로 주가가 급상승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승부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당 안팎에서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됐다. 한 전 총리 본인도 지난 9월 시민주권모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과 연대를 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합의해서 누가 어떤 역할 해야 하는지 적절한 역할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는 말로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때문에 당 주변에서는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뜻을 굳히고 준비에 들어갔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정치권은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전이 가시화되려는 찰나에 발을 뺀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친노 진영이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서울시장에 나설 ‘대표주자’를 따로 선정했을 가능성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친노 진영이 신당에 참여하고 있느냐, 아니냐를 두고 나눠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친노 인사들이 신당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당이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한 만큼 민주당 안에 있는 친노 인사들과 겹치기를 피하기 위해 내부 정리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 친노 인사들 중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부천시장을 준비하고 있고 복기왕 전 의원은 아산 시장, 정영두 전 청와대 비서관은 김해 시장, 김성환 전 청와대 부대변인은 노원구청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의원은 이미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참여당에서도 김충환 전 청와대 비서관은 대구시장,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주시장,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입당 시 경남지사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가능성 문틈으로 ‘빼꼼’

친노 진영에서 한 전 총리 대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이로는 유시민 전 장관이 유력하게 꼽힌다. 유 전 장관은 최근 대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민참여당 서울시장 창당대회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대통령을 다시 만들자. 내가 할 수 있으면 하고, 내가 못하면 할 수 있는 사람과 힘을 합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디딤돌’이 필요하고 ‘디딤돌’로 가장 이상적인 것이 서울시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전 총리보다 유 전 장관의 승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도 한 전 총리의 불출마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서거정국 이후에는 오세훈 시장을 앞지르지 못했다. 반면 유 전 장관은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그러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내년 2~3월경 본격화되는 만큼 상황이 변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의 측근 인사는 ‘불출마설’에 대해 한 전 총리가 “나간다고 한 적도 안 나간다고 한 적도 없다. 지금까지 상황을 회피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 인사도 “현재로선 결론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꼭 나서야 할 상황이 올 경우 출마 쪽으로 결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말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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