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 사건으로 폭격 맞은 국세청<현장>

2009.12.01 09:24:45 호수 0호

심기일전 새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국세청 그림로비 의혹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폭로전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몸은 철창에 갇혀있지만 입만 열면 파문을 부르고 있는 형국이다. 직접 만든 녹취록과 문건을 바탕으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유임 로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이 쟁점화됐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게이트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한상률 게이트’로 명명하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상태다. <일요시사>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폭로전 양상 띠며 세간 떠들썩…직원들 좌불안석
“진위 가리고 진상 명명백백 밝혀야” 목소리 높아


현재 그림로비 파문으로 쟁점화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한상률 전 청장이 진짜 유임을 위해 여권 실세에게 10억원을 전달했는지 여부와 유임에 대한 감사 표시로 충성적 마음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실시했는지 여부다.

<쟁점1>한상률 전 청장 유임 로비특혜의혹



이 문제가 쟁점화된 것은 안원구 국장 측에서 로비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한 전 청장이 유임하려면 정권 실세에 10억원을 전달해야 하는데 7억원은 한 전 청장 자신이 마련할 테니 3억원을 주면 국세청 차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는 게 폭로의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한 한상률 전 청장의 대답은 ‘아니오’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 전 청장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올버니 소재 뉴욕주립대 연구실에서 뉴욕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3억원 요구 건에 대해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에는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청와대 직보설에 대해선 “두 번이나 하향 전보 발령시켜 신임도하지 않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내가 전화로 보고했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이냐”며 반박했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에서 만난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재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인사 로비 실제 여부, 한 전 청장이 직접 로비자금 10억원을 조성했는지 여부, 전달됐다면 전달된 통로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그룹 정보담당자는 “안 국장은 사실 국세청 요직을 거쳐 정권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안 국장이 실제로 정권 최고위층으로부터 압력을 받았을 공산은 높다”고 말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충성심의 발로였다’는 분석도 현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는 안 국장 측이 제기한 의혹에 의해서다.

<쟁점2>태광실업 세무조사

익명을 요구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단초를 제공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상황을 한 전 청장이 청와대에 수시로 직접 보고했고 지난해 7월 한 전 청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화로 청와대에 보고하는 장면을 두 차례에 걸쳐 직접 목격했다는 안 국장 측의 의혹 제기가 어느 정도 신빙성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몇 가지 정황들을 기자에게 꼽았다. 우선 지난해 부산지방국세청의 법인 세무조사 대상기업 476곳 중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2곳만 본청 지휘를 받는 교차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을 투입해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조사국은 국세청 최정예로 꼽히는 팀이란 게 그 이유다.

또 다른 정황으로 안 국장의 행보를 꼽았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당시 안 국장은 세무조사 과정에 참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었음에도 세무조사에 참여한 것은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당시 안 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좌천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안 국장 측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이 자신에게 태광실업의 베트남 현지 법인의 계좌추적 등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서울 종로구에 자리 잡고 있는 국세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한 모습이 역력했다. 새출발을 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국을 강타하는 메가톤급 핵폭탄이 터지자 불통이 튈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그림로비 사건이 ‘폭로전’으로 치닫는 등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의 비화 조짐이 일고 있어 불안하다”며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후폭풍은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밝혔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은 “내부에선 사건과 관련돼 어느 정도 알고 있어도 아는 척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다. 자칫 유탄이라도 맞을까 조심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만 충실히 하고 있다”면서 “어서 빨리 조용하게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안 국장 측의 폭로는 아직까지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견해도 많았다.
국세청 인근에서 만난 김모(회사원)씨는 “안 국장 측의 일방적 주장인 것 같다. 아직 확인된 것은 없지 않냐”고 반문하며 “물론 국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자의적인 해석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사실이라면 세무조사를 한 게 개인의 부패수단으로 사용됐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국세청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 되는 만큼 해당 의혹의 진위를 가리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파문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미끼로 뇌물을 수수하고 인사청탁을 위해 위아래가 모두 로비에 나서는 불건전한 조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잠재우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엄중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했다. 

“제발 유탄은 없었으면…”

한편 검찰은 폭로전 양상을 띠면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그림로비’ 사건 수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 전 청장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안 국장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에 미술품을 강매한 정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보강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시선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수사의 결과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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