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뛰기’ 정세균 vs ‘막판뒤집기’ 정동영

2009.11.10 09:35:20 호수 0호

손학규 쉬는 틈에 결승점까지 전력질주



<정세균>

3승 기반으로 대권 향해 첫 걸음 … MB와 대립각
민주개혁세력 안고 세종시 문제로 제2의 DJP연합

<정동영>
복당은 세월아 네월아, 지방선거는 목전 ‘속 탄다’
민주개혁세력 통합 의지·용산참사 ‘친서민행보’



10월 재보선 후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면 승부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민주개혁세력 통합과 친서민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체된 당 지지율과 함께 자신의 지지율에도 한 단계 도약을 꾀하고 있는 것. 선거 후 다시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 전 대표의 존재감을 메우면서 명실상부한 야권 대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해결의 선봉장으로 나서서 판세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치 판도에도 변화가 오기 마련이다. 승리한 이가 있으면 패한 이가 있고, 얻은 이가 있으면 잃은 이가 있다.

10월 재보선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은 이는 손학규 전 대표다. 손 전 대표는 재보선 후 야권 주요 대선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순식간에 순위가 껑충 뛰어올라 박근혜 전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의 뒤를 이어 대선주자 선호도 3위를 차지했다. 호남에서는 1위다.

여의도 밖의 선두들
야권 2인자들이 뛴다

하지만 재보선 후 활발한 움직임은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에게서 보이고 있다. 다시 칩거에 들어간 손 전 대표와 이달 중순 친노 신당 입당을 앞두고 있으나 뚜렷한 정계 복귀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는 유시민 전 장관에 비해 정 대표와 정 의원은 원내외에서 차근차근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 대표는 이번 재보선으로 내리 3승을 거뒀다. 1승으로 민주당 대표가 되고 4월 재보선에서 2승을 거두며 수도권 민심을 확인했다. 10월 재보선에서의 3승은 도약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10월 재보선 후 “이번 재보선 결과는 유권자가 민주당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집권 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심판과 견제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작은 승리에 만족하고 도취해선 안 되며 대선이라는 큰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민주당이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를 위해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에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대선에서 크게 패한 후 당의 기초체력이 너무 약화돼 그동안은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쪽이었지만, 이제는 중도 진영을 향해 외연을 넓히기 위해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말고 운동장을 폭넓게 쓰겠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는 정 대표의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동행한 재보선 당선 의원 3명은 모두 노 전 대통령과는 거리가 있던 이들이다. 김태환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었고 정범구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찬열 의원은 한나라당에 속해 있다 손 전 대표와 함께 당적을 옮긴 케이스다.

이들이 민주당의 이름을 걸고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민주당이 그만큼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또한 정 대표가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계기로 야권 통합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에 대해 “민주당은 기득권에 집착하기보다는 가슴을 열고, 이해관계를 뛰어넘겠다. 다른 개혁세력들과 대의에 맞는 통합 논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묘소와 이희호 여사를 연달아 찾아 당의 정체성도 이어갔다. 정 대표는 묘소 참배가 끝난 후 권양숙 여사를 만나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 유지에 따라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또한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걱정하셨던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문제 등이 변질되지 않게 본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이런 정체성을 이어가겠다. 두 분 대통령님께서는 가셨지만, 그 전통과 정신이 민주당에 살아있다”고 말했다.

정세균표 친서민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맞장’

정 대표는 당 안팎을 단단히 정비하는 것으로 내실을 기함과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민주당은 6개월이 민주당과 정치인 정세균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난 4월과 이번 10월 시험을 잘 통과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결과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여야 경쟁시기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지방선거까지 7개월이 남아 있는데 앞으로 6개월 동안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과 민주당과 정세균이 진검승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실제로는 부자와 기득권을 대변하면서 말로는 친서민을 외쳤다. 이렇게 말로는 친서민을 외치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맞서서 민주당이 진정한 서민정책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디어법·세종시 등 정치 이슈 대신 신종플루, 휘발유 값 등 생활 이슈로 친서민행보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일에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4대강에 들어갈 돈으로 교육, 복지, 사람에 투자하는 예산을 만들 것”이라는 ‘사람 투자’로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친서민’과는 차별화를 꾀했다.

당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표방해 온 실사구시 노선의 연장선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 해결사로
복당 대신 서민 정치인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은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정면 승부를 건 것은 민주당이 그동안 내실을 키웠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그가 야당 대선주자로 성장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며 “정 대표는 제1야당을 1년여 동안 이끌었음에도 그 지지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최고 권력자와 각을 세움으로써 신사에서 전사로 변신했듯, 중진에서 정치 거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은 제2의 DJP연합과도 같았다”면서 “DJ가 충청의 맹주였던 JP와 손을 잡았듯 세종시 문제를 두고 충청권과 손을 잡았기에 충청뿐 아니라 충청향우회의 세가 큰 지역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보선뿐 아니라 대선이라는 큰 승부를 생각한다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민주당으로 끌어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친서민행보를 비판하면서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침묵하고 있는 다수’를 끌어안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열정을 보여 왔던 미디어법과 용산참사 문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용산참사 현장을 가장 많이 방문한 정치인으로 꼽힐 정도로 용산참사 문제 해결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정 대표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유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하고 미사를 드리려고 틈틈이 시간을 내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전주에서 상경한 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지난 9월 동료 의원 31명의 서명을 받아 ‘용산참사 해결 촉구결의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인간·진실·치유를 위한 용산참사 해결 3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발의한 용산참사 수사기록 3000쪽 공개를 강제하는 ‘용산참사 수사기록공개법’이 그 첫 번째다.

또한 ‘용산참사재발방지법’이라는 재개발 제도 개선에 관한 법안을 위해 지난 8월부터 학계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 3일 국회에서 용산참사 재발방지법 마련을 위한 토론회도 가졌다. 제도 개선 없이는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토론회에서는 재개발 피해자, 특히 상가 세입자에 대한 제도적 개선안으로 권리금의 법적 보상체계와 강제 철거의 규제장치 마련 등을 제시했다. 갈등해소를 위한 분쟁조정기구의 설치 등의 내용도 거론됐다.

이달 말 발의할 ‘공권력 피해자 치유법’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방안을 장기적으로 시스템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현장을 찾고 3대 법안을 준비하는 것 뿐 아니라 용산참사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남일당 소식’을 발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용산참사 해결을 통해 정 의원이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말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많은 날들이 흘렀지만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용산참사 문제의 중심에 서서 문제제기뿐 아니라 대안을 마련, ‘1인 정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정 의원의 움직임에 대해 “여러 현안에 치여 ‘용산참사’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민주당이나 정치적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등과는 달리 현장 속의 정치인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하면서 “이를 정동영식 ‘친서민 행보’로 풀이한다면 4월 재보선 출마로 좁아진 입지를 세우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한편에서는 정 의원이 야권의 통합 논의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 의원이 “통합 논의가 몇 개월간 말만 나왔을 뿐 실체를 갖추지 못했다”면서 “통합작업에서 구심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원심력이 작동하고 있다. 이제부터 내가 나서 통합을 향한 역할을 하겠다. 많은 분을 만나겠다. 통합을 바탕으로 민심의 지지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한 것이 그의 발걸음이 향할 방향을 가늠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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