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괴롭히는 것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 뿐만은 아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말하듯 ‘사내 스트레스’ 1위는 늘 인간관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인간관계의 문제가 점점 심해지면 ‘왕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직장 내 구조조정 등 상시적인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왕따 문제는 보다 심각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선 누군가가 ‘희생양’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마음 자체가 팍팍하게 변하면서 너그러움이 사라지고 그로인해 왕따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직장인들을 더욱 괴롭게 만드는 직장 내 따돌림 현상을 <미디어헤이>에서 취재했다.
사내 스트레스 1위 ‘인간관계’… 생존경쟁 밀리면 희생양
직장인 30% ‘나 홀로 출근·식사·퇴근’ 반복하며 생활
모 취업 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0%가 왕따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직장인 숫자에 비하면 상당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말 못할 고민을 속으로 삭이면서 ‘나 홀로 출근, 나 홀로 식사, 나 홀로 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함께 어울려줄 사람이 없으니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밖에 없다.
‘나홀로 직장생활’
외롭고 쓸쓸하고
그러나 이는 마음속의 ‘분노’로 쌓이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고 타인에 대한 복수의 감정을 품게 되어 한 개인의 정신적인 면에서 봤을 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스스로 퇴직을 하거나 심한 경우 자살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인 왕따로 인한 자살에 대한 통계가 없지만 외국의 경우 전체 자살의 15%에까지 다다른다. 그만큼 왕따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서로를 왕따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성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이기주의적인 성격 혹은 남들의 실수를 결코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왕따의 경험을 한 적이 많다.
A기업에 다니는 최모(38)씨는 “개인적인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라 회식이라든지, 직원들 간의 사적인 술자리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사내 정보에 점점 더 무지하게 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딴 세상에 있는 사람들처럼 여겨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이어 “솔직히 이제는 사내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돌아가지는지도 잘 모를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어울리며 직장 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다. 기왕에 이렇게 된 것도 된 것이지만 여전히 나는 개인의 사적인 생활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제 스스로도 사내 정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물론 그 스스로 사적인 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왕따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는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정신적 스트레스가 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왕따로 인해 두 번 정도 퇴직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이모(31)씨는 “워낙 강직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동료들의 잘못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딱 부러지게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혀 버렸고 모두들 나를 기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데 뭐가 잘못인가. 하지만 어느 사이 나 스스로도 그런 것에 적응해 가고 있는 듯했다. 두 번이나 퇴사를 하고 회사를 옮기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또 “지금도 그런 대인 관계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해 가끔씩 충동적으로 동료의 잘못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하면 이제 그런 것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물론 왕따를 당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보기도 하지만 반대편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내가 싫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은 것이 무슨 잘못이냐’란 것이다. 또한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은 어디에도 있으며 그런 사람들이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견해다.
C기업에 근무하는 채모(27)양은 “솔직히 살다보면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그럴 텐데 직장에서라고 그것이 없을 리가 있나.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왜 나랑 어울려주지 않느냐’고 항변하면 할 말이 없다. 싫은 사람과 굳이 어울려야 할 필요가 있는가”고 반문했다.
채양은 이어 “물론 말 그대로 ‘악의적인 왕따’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괴롭히는 것 그 자체로 쾌감을 얻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 스스로가 변해야 하고 자신이 집단이나 조직에 받아들여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막연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왕따의 시작은 꼭 성격이나 인간관계의 스타일만은 아니다. 실질적인 업무 능력도 왕따의 이유 중의 하나다.
Z기업 박모(35)씨는 “사실 자신의 업무를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 직장인의 의무를 져버리는 것이고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라고 강변했다.
악의적 왕따 놀이에
피해자 가슴은 ‘피멍’
박씨는 이어 “종교인도 아닌 직장인들이 그런 사람들까지 다 보듬고 껴안아야 하는가. 당장 자신에게 피해가 오면 입에서 욕이 나오고 그렇게 한 사람들을 꺼리게 마련이다. 이런 걸 두고 ‘불합리한 왕따’라고 말한다면 정말로 할 말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솔직히 일 잘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것 아닌가. 그뿐 아니라 타인이 조금 모자랄 때 앞장서서 도와주고 함께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은 왕따가 아니라 영웅 대접을 받을 것이다. 분명히 왕따가 되지 않는 수많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렇지 않다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분명 모든 동료들에게 환영받고 호감을 사는 사람들은 분명 있게 마련이다. 스스로를 왕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직장인들을 보며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때로는 회식 자리에서의 다양한 실수들이 왕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평상시에 취하지 않았을 경우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었지만 말 그대로 ‘술김’이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왕따로 정신적 스트레스 종종 퇴직으로 이어지기도
여성 동료를 술집 아가씨처럼 대하면 ‘왕따 지름길’
가장 대표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여성 동료를 마치 술집 아가씨처럼 대하는 태도다. 이럴 경우 여성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소문이 퍼지면서 바로 다음날부터 바로 왕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G기업 김모(25)양은 “제일 재수 없는 남자 직장인들이 바로 이런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싫다는데도 계속해서 술을 따르라고 말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그런 거 하고 싶으면 아가씨 있는 술집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양은 “그때 이후로 A란 남성은 우리 회사 여자직원들의 ‘적’이 되고 말았다. 어떤 여자 동료는 그를 ‘변태’로 취급하기도 했고 아예 말을 섞는 것조차 싫어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인과응보가 아닌가. 여자직원들을 술집 아가씨 취급하는 사람은 변태 취급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때로는 술자리에서의 사소한 말다툼이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것이 치명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전설’로 남을 가능성이 많다. 특히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상사와 맞장을 떴을 때는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늘 마음이 불안하고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한 술자리에서 상사와 맞장을 떴다는 N기업 이모(34)씨는 “사실 애초에 처음 시작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정치나 경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군데군데 마찰이 있기 시작했고 그것이 점점 번져 직장생활에서의 근무 태도까지 문제가 됐다”고 말을 꺼냈다.
이씨는 이어 “나중에는 그 상사가 의도적으로 나를 건드리며 계속해서 약을 올렸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욕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 후 상사에게 멱살을 잡혀 술집 밖으로 끌려 나온 뒤부터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술회했다.
다음 날 이씨는 상사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상사 역시 ‘술자리에서 한 일 가지고 무엇을 그러냐’라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영 마음속에서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다.
술 먹고 상사와
‘맞장’ 뜨기도
심지어 동료들에게도 ‘넌 이제 찍혔다. 승진할 생각을 하지 마라. 승진하고 싶으면 회사를 옮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물론 그 이후로 다른 상사들조차 그와는 술자리를 잘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과연 직장 내에서의 왕따는 본인의 문제일까. 타인의 문제일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반드시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실천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