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아 기르던 조카딸 6년간 성폭행한 인면수심 외삼촌 중형
남편 범행 알고도 묵인하고 동조한 외숙모도 법의 심판 받아
아동성범죄로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어린 조카를 6년 동안 성폭행한 외삼촌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죽은 누나를 대신해 조카딸을 데려 온 외삼촌은 조카가 중학생이 된 날부터 끊임없이 수치스러운 성관계를 강요했다. 우연히 남편의 행각을 알게 된 부인은 한술 더 떠 성폭행 장면을 지켜보기까지 하며 범행을 눈감아 준 것으로 드러났다.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외삼촌은 “조카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19)양이 외삼촌 임모(42)씨와 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2월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마저 A양을 부양할 능력이 없게 되자 임씨가 “죽은 누나를 대신해 조카를 키우겠다”고 자처한 것.
그러나 임씨의 행동은 외삼촌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대해 통제했고 비정상적으로 조카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그러다 2003년 A양이 중학생이 된 후로는 더욱 노골적으로 조카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고아원 보낼 거야”
2003년 8월에는 안방에서 자고 있던 A양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방문을 걸어 잠궜다. 그러나 방문이 잠긴 것을 수상하게 여긴 임씨의 아내 이모(39)씨가 베란다 창문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임씨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뒤 또다시 A양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던 것. 이번엔 아내도 방해물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씨는 울며 저항하는 A양에게 “삼촌과 성관계를 갖는 건 일종의 프로젝트다. 이런 프로젝트를 해야 집안 일이 잘 풀리고 불화가 안 생긴다”라고 말하며 성관계를 종용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삼촌과 외숙모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갈 곳이 없었던 A양은 속수무책 성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임씨는 집과 콘도 등을 오가며 A양을 수시로 욕보였다.
A양이 저항을 할 때면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거나 욕설을 퍼부어 성관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성폭행을 한 뒤에는 “이 일이 밝혀지면 모두 처벌받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고 협박을 해 신고마저 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방식으로 임씨가 조카를 성폭행한 것은 무려 6년. 그동안 A양은 2번의 임신중절수술을 받았고 자살까지 시도하는 등 감당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조카가 만신창이가 되는 가운데서도 두 부부의 행각은 날로 흉악해져갔다. 부인 이씨는 A양에게 “외숙모가 도와 줄 테니 외숙모 앞에서 외삼촌과 성관계를 해라”라고 말해 성폭행 장면을 지켜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엽기적인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임씨의 친구를 데려와 2대2로 성관계를 맺는 등 변태적인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A양은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을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올해 5월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빠가 임씨를 찾아와 따졌으나 임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후에도 임씨는 자신의 행각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조카와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말까지 뱉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짐승 같은 부부는 결국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이상철 부장판사)는 임씨에게 어린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임씨의 아내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여러 차례 낙태를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인이 반성하기는커녕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씨에 대해선 “남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범행에 적극 가담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저질러 비난받아 마땅하나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 중이고 ‘사촌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판결이 알려진 뒤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피붙이를 수년간 성폭행할 수가 있느냐’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집안 내에서 일어나는 친족 성폭행은 비일비재하다. 집 안에서 은밀히 일어나는데다 가족의 치부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꺼리는 탓에 실태가 숨겨졌을 뿐이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이뤄졌던 상담유형을 살펴보면 전체 상담건수 1430건 중 14.3%인 204건이 친족 성범죄였다. 이는 2004년 136건, 2005년 212건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자신의 가족을 차마 철창에 가둘 수 없어 쉬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임을 감안하면 그 수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한 관계자는 “친족에 의한 성폭행은 대부분 집 밖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그 실태가 감춰져 있다”며 “드러나지 않은 근친의 성폭행 사례는 의외로 많다”고 밝혔다.
성행위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한 어린이들의 경우 애정표현과 성폭행을 구분하지 못해 범죄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동기에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한 여성은 “아버지가 ‘사랑해서 그런 거다’라는 말을 하며 성폭행을 했다”며 “성인이 된 후에야 아버지의 행동은 애정표현이 아닌 성폭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숨겨진 친족 성폭행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친족 성폭력 대책으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친족 성폭행이란 비정상적인 가정에서나 일어나는 드문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이 문제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터부시되는 일이라고 쉬쉬하며 숨길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끄집어내야 더 곪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는 가해자를 위한 교정 프로그램의 마련이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당하는 것보다 더 씻을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는 만큼 특별한 교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신체적·정신적인 상처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친족 성폭력의 경우 수년간 덮여 있다가 결혼할 무렵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