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시즘’ 때문에 들통 난 연쇄살인범<스토리>

2009.10.13 09:52:50 호수 0호

8년 전 과거살인 흔적 ‘아직도 보관 중’


강호순과 닮은꼴인 연쇄살인범이 등장했다. 여자 속옷을 훔친 혐의로 덜미를 잡힌 범인은 경찰 조사결과 두 명의 여성을 살해한 살인마로 밝혀졌다. 살해 후 시신을 심하게 훼손하는 엽기범행을 저지른데다 성도착 증세를 보이고 죄의식이 없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졌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강호순과 비교된다. 이 같은 정황은 범인에 의한 더 많은 희생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성 속옷 절도범 잡고 보니 부녀자 두 명 살해한 연쇄살인마
공소시효 1년 앞두고 덜미…강호순과 유사한 사이코패스 성향


지난달 26일 오전 4시, 서울 광진구의 주택가에선 추석연휴를 앞둔 경찰들의 집중 순찰이 한창이었다. 그때 한 남성이 동네를 배회하는 것이 경찰들의 눈에 들어왔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쏘다니는 남성의 행동은 누가 봐도 미심쩍었다. 이에 경찰은 차에서 내려 이 남성을 쫓아가 신원 확인을 했다.

이어지는 남성의 행동은 더욱 이상했다.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 번호도 똑똑히 대지 못했다. 뭔가 있다는 낌새를 차린 경찰은 소지품검사를 했고 자동차 열쇠가 나오자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하나둘 늘어나는 범행

경찰의 예감대로 자동차에선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성 속옷 20여 점과 흉기,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범죄자란 것을 의심할 만한 것들이었다. 경찰은 이에 이 남성을 인근 지구대로 연행,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좀 전에 남성이 댔던 이름은 다른 사람의 이름이었고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는 1년 전 도난당한 전화였다. 실제 이 남성의 신분은 37세의 이모씨였고 그가 말한 자신에 대한 정보들은 그가 지어낸 것들이었다.

차 안에 있던 하드디스크에는 더욱 수상한 자료들이 담겨 있었다. 23명의 남녀 신분증 복사본이 저장되어 있었던 것. 이 중에는 2001년 서울 광진구 일대에서 살해당한 정모(당시 31세·여)씨의 신분증도 있었다. 증거부족으로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살인사건의 주인공이었다. 이 같은 정황들이 하나둘씩 나오자 경찰은 이씨를 집중 추궁하기 시작했다.

하드디스크에 있던 신분증 등을 증거로 한 경찰의 수사에 손을 든 그는 2건의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피해자 중 하나는 하드디스크에 신분증이 보관되어 있던 정씨.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1년 9월4일 오전 3시쯤 광진구에 있는 정씨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 잠든 정씨의 모습을 훔쳐보던 이씨는 몸을 더듬는 등의 추행을 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이씨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정씨의 옷을 벗긴 뒤 라이터로 이불과 옷가지에 불을 붙여 침입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 현금과 속옷,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달아났다.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경찰은 전담반까지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이씨를 잡지 못했다. 방화로 증거가 모두 없어진 탓이다. 자칫하면 미궁 속으로 빠질 뻔한 이 사건은 8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또 다른 살인사건은 1995년 10월18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의 한 약수터에서 벌어졌다. 당시 약수터에서는 주부 김모(당시 58세)씨가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당시 그녀는 약수터에서 20m가량 떨어진 숲 사이에 옷이 벗겨진 채 유기되어 있었다. 이 사건 역시 14년이 지나도록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경찰의 집중 수사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좀처럼 잡힐 줄을 몰랐고 공소시효를 불과 1년 앞둔 지금에야 범인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씨와 약수터에서 말싸움을 하다 격분해 주먹으로 친 뒤 머리를 돌로 쳐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씨는 두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범이란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씨의 변태적 성향과 시체를 훼손한 방식 등에서 또 하나의 살인마가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연쇄살인범 강호순. 여러 가지 면에서 이씨에게 강호순과 유사한 성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먼저 시체를 처리한 방식이 유사했다. 이씨는 피해자들을 살해한 뒤 심하게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살인 자체를 즐겼던 강호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시체를 훼손했다.

또 하나는 성도착증 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씨의 집에는 롤리타(아동 성애) 등 변태 성향의 하드코어 포르노 동영상이 담긴 CD 1000여 장과 외장 하드디스크 10개가 발견됐다. 여기에 ‘바바리맨’ 행위를 하다 입건된 전과와 여성 속옷을 훔친 전과 등이 있는 점이 성도착증을 띠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이코패스 증상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범죄심리수사관 조사결과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다가 갑자기 분노를 억누르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고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증상이 나타났다.

또 다른 희생자 있다?

세상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어린 시절 아차산 약수터에서 성인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진술했다. 유년기 당했던 성폭력 경험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굳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기존의 연쇄살인마들과 유사한 점이 발견되자 경찰은 이씨에게 희생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하드디스크에 보관되어있던 신분증 가운데 신원파악이 안 된 것들을 중심으로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이씨의 집에 있던 여성 속옷에서 DNA를 추출해 정밀 감정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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