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우회로 타고 여의도행‘쌩쌩’

2009.10.13 09:41:13 호수 0호

재보선·2월 조기전대 무산에 ‘제3의 역할’로 돌파구
장관급 이력에 공적 쌓기…여의도 복귀 가능성 ‘활짝’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은평을 재보선 출마와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여의도 복귀를 고민했으나 9·3 개각 인사들과 같이 임명장을 받고 사실상 개각 인선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맡았다. 이 위원장은 출근 첫날부터 간부회의를 한 시간 앞당기고 하루 한 곳의 현장을 방문하는 ‘1일 1현장’을 선언하는 등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안색은 복잡하기만 하다. ‘실세의 귀환’이 미칠 파급효과와 그 속에 스며있는 이 위원장의 속내를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길고 긴 ‘유배생활’을 보냈던 이재오 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를 등에 업고 돌아왔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일 이 대통령에게 국민권익위원장 임명장을 받았다. 국민권익위는 10여 년 전 국민고충처리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곳이다. 현 정권 들어서는 고충처리위, 행정심판위, 국가청렴위를 통합해 대통령 산하기구로 확대 개편됐다.

야당은 이번 인사에 날선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국민권익위는 그동안 국민들의 인권과 관련돼 활동한 경력이 있거나, 이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이들로 임명해왔던 오랜 관행이 있는데 이 전 의원이 국민권익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것이다.

실세 위원장에 도장 ‘쾅’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 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그 순간 사실상 이명박 권익위원회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여러 가지 ‘해결책’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임하는 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새로 출범한 정몽준호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이 전 의원의 정치 복귀에 불편한 기색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친박계와의 갈등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임기 초부터 강조했던 ‘섬기는 공무원’을 독려하는 한편 국정운영 후반기를 맞아 불거질 수 있는 공직사회의 부패를 경계하는 효과도 가진다.

이 전 의원으로서도 국민권익위원장은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언제 재보선 해당 지역이 될지 모르는 은평을과 정몽준호의 출범으로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2월 조기전당대회를 기다리느니 ‘제3의 역할’을 통해 정치 역량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국민권익위는 잠재가능성이 큰 곳이다. 같은 장관급이기는 하지만 법과 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 행정 경험을 쌓는 데 유리한 행정부처 장관들과는 달리 국민권익위는 ‘실세’ 기관이 될 요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내 중도실용 노선을 실현할 부서는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는 국정운영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고 위원장인 이 전 의원의 성장가능성도 크다는 것.

국민권익위는 부패방지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 비리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의 독직이나 비리 문제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검·경과의 업무협조도 강화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도 취임식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강도 높은 개혁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권력형 부패, 토착 부패, 공직부패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8·15 메시지를 거론하며 “이를 근절하는 일은 우리 위원회의 부패방지 업무와 직접 관련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는 이제 ‘중도실용’ 국정철학구현을 위한 핵심 부처로서 거듭나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일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구태의연한 ‘이념주의’ ‘관료주의’가 남아있다면 모두 벗어던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권익위원회는 이제 현 정부의 ‘중도실용’ 국정철학 구현을 위한 핵심 부처로서 거듭나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관료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확 고치자”는 글을 남겨 다시 한 번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비판이 앞서고 있다. 출근 첫날부터 회의 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1일 1현장’을 선언하는 등 의욕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암행어사’가 되자고 해 놓고는 사진사와 동행하고 자신의 행보를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하는 등 곳곳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국민권익위원장의 역할에만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수많은 국가 핵심정책 등에 관여, ‘정치인 이재오’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의 역할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이 위원장의 파워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도 이를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이 지난 5일 인천 경인 아라뱃길 건설현장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방문한 것을 아프게 꼬집었다. 경인운하 현장을 방문해서 관계자를 질타하고 재개발현장을 방문해서 재개발관련 정책토론회를 하는 것은 국무총리가 할 일이지 국민권익위원장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버리지 못한 ‘정치인’

야권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거의 국무총리급 행보를 하고 있다”면서 “국민권익위원장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정부조직법을 다시 한 번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비꼬았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정치권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3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각오다. 그는 “잘못하지 않는 이상 3년을 다 채우고 나가겠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중도실용’을 구현할 핵심 부처를 맡은 데 대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정치권은 이 위원장의 새로운 출발에 관심을 내비치면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전쟁, 대선후보 경선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안에 그의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정치인 이재오’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