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개시 ‘MB 고민’ 짚어보니

2009.10.13 09:34:08 호수 0호

맑게 개이던 하늘 다시 먹구름‘우르릉 쾅쾅’

정기국회의 꽃인 국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불편한 시간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각종 문제가 제기되더니 급기야 국정조사 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9·3 개각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도래한 ‘정운찬 국감’으로 정운찬 총리의 상처도 커지고 있다. 정국을 뒤흔들 만한 거대 폭풍들은 국감 전에 논의가 되면서 ‘정책국감’의 날카로움도 예상 이상이다. 여기에 국감 후 10월 재보선이 찾아든다는 것도 그가 안색을 펴지 못하는 이유다.

중도 서민행보로 지지율 상승세 타는 MB 국감에 바짝 긴장
정몽준·정운찬 체제로 민주당 사격 뚫고 돌진 ‘전진, 앞으로’


미디어법, 세종시,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개헌…. 정국을 흔들 뇌관들은 이미 여야의 치열한 격론을 낳았거나 깊은 논의가 시작되면서 이번 국감에서는 폭발력이 십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부는 잔바람들이 하나둘 더해지면서 태풍, 그 이상의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이번 국감은 5일부터 24일까지 20일 동안 이뤄진다. 국감 첫날 법제사법, 정무, 외교통상통일위 등 8개 상임위별로 국감에 착수해 국감기간 동안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등 478개 기관에 대한 국감이 치러진다.

MB정부 핵심 정책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세종시 문제와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불길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이보다는 비정규직 보호, 복수노조 등 노동현안과 용산참사 수습책,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국감의 ‘3대 과제’로 경제 살리기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국감’, 민생을 살피는 ‘서민국감’, 정부정책의 오류나 부족한 면을 채우는 ‘대안국감’을 전면에 내세웠다. 야당이 정치 공세로 나서면 정책과 민생, 대안을 통해 이를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당의 민생정책의 신뢰감을 제고하고 현 정권의 실정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자감세, 적자재정 등 국가 경제적 문제점을 파헤치고 용산참사, 기무사·국정원의 민간사찰 등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한다는 계획이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당의 국감전략은 ‘민생 우선, 민주주의 회복’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세종시,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분석 및 대안 제시 등 6대 국감과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정운찬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도 끝까지 추궁, ‘정운찬 국감’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국감을 통해 여야가 격돌할 내용은 현 정부의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의 진정성 여부가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시키고 하반기 국정운영에도 중요한 지표가 될 핵심 사안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국감 결과는 국감 후 바로 있을 10월 재보선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가 한 인사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바닥으로 추락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한 40%대까지 끌어올리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고 향후 국정운영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말로만 비판받는 것과 각종 자료를 제시해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것은 파급효과부터 다르다”며 “민주당이 공격과 함께 당의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을 경우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세우게 될 것”으로 바라봤다.

중도실용, 친서민행보에 대한 것은 국감 전반을 통해,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제점이 제기될 사안이다. 한마디로 허실이 밝혀지기까지,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고 이 대통령과 민주당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당장 발이 묶일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까닭이다.

발목 잡힌 4대강 사업
‘4대강 저격수’ 곳곳서 등장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현 정부에서 시작해 현 정부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업”이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우리는 당당하게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고 거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10월 재보선을 겨냥한 생떼쓰기”라며 “단기적으로는 10월 재보선을 겨냥하고 장기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야당의 정권 흠집내기 책략이 시작된 것 같다. 이런 혹세무민은 개탄스럽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우리 사회를 광풍에 몰아넣은 촛불시위 때처럼 4대강 사업을 하면 물값이 오른다는 등 무책임한 공세를 펴는 것은 역사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감장 곳곳에서 4대강 사업의 편법 운영과 예산 문제 등 각종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홍희덕 의원은 환경노동위 국감에서 4대강 사업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까지 투입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국감장에서 녹색성장위원회의 ‘녹색투자 촉진을 위한 자금유입 원활화 방안’이라는 문서를 공개, 정부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개정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자전거도로, 생태하천복원사업 등을 민자 사업으로 전환하고, 여기에 국민연금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녹색펀드가 자금을 투입하려 한다고 했다.

4대강 사업 국정조사에 ‘정운찬 국감’, 낙하산 인사까지      
국감 문턱서 발목 잡히고 재보선까지 휘청할까 전전긍긍


김성순 의원은 국토해양위 국감에서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정부 대행이 아닌 자체 사업으로 수행하는 것은 하천법과 수자원공사법에 위배된다”며 수공이 법무법인 2곳 등에 의뢰해 받은 법률 검토 결과를 담은 내부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어 투자금 회수 방안에 대한 수공 이사진의 우려가 담긴 9월 28일자 이사회 회의록까지 밝히면서 적법성 논란의 불길을 일으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이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줄푸세’로 요약되는 박근혜 전 대표의 것과 대소동이하고 중도실용은 원희룡 의원이 주장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면서 이를 다 품기는 했지만 747 정책은 폐기처분됐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좌절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남길 만한, 국정운영 전반을 함께할 ‘공약’을 모두 잃은 셈”이라며 “녹색성장과 이를 대표할 만한 4대강 사업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만큼 4대강 사업이 정치권의 공격을 받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짚었다.
이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가 된 정운찬 총리도 고전하고 있다. 정 총리는 갖은 의혹이 제기된 인사청문회를 힘겹게 넘겼지만 국감에서 벌어지는 ‘2차전’에 휘청대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정 총리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고문직으로 겸직하며 약 1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직을 겸직한 것을 폭로했다. 심지어 사직했다던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직을 지난 9일까지도 보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청암재단 측은 지난달 29일 정 총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증언했으나, 대법원에서 발급하는 ‘청암재단 등기사항증명서’에는 현재까지 사직처리되지 않은 채 등기이사로 등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지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 총리는 ‘YES24 외에는 영리기업의 고문을 담당한 적이 없다’고 국민들께 공언했다”며 “정 총리의 표리부동한 태도는 공무원법 위반 여부 문제보다도, 청문회에서 전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며 질타했다.
청문회 이후에도 교과위뿐 아니라 정무위, 행안위 등에서 정 총리에 대한 의혹들이 연거푸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국감 후 야당과 공조해 총리해임권고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 코디마)도 국감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인터넷TV 사업이 부진하자 청와대가 코디마에 기금을 출연하도록 이동통신 3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코디마가 ‘낙하산 집합소‘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병헌 의원은 “코디마엔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특보였던 김인규 코디마 회장이 KBS 사장이나 방통위원장으로 오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고 말했다.

이문태 코디마 사무총장은 불교뉴라이트연합 발기인이며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불교 및 장애인 대상 선거 유세 활동에 참여했다. 신욱순 코디마 IPTV 정책국장은 이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담당했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수행비서로 일했던 이모씨도 현재 코디마에서 차장급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 의원은 “회원사 파견 출신 임직원들을 제외하면 전문성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꼬집었다.

28개 공공기관 임원에 여권 낙하산 인사 39명이 임명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철국 의원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감사 선임 현황을 조사해 본 결과, 28개 기관에서 39명의 사장 감사 이사가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인수위,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통령 인수위 관련자 8명, 한나라당 당직자 및 선거출마자 19명, 대선캠프 관련자 4명, 현대ㆍ서울시청 출신 4명, 기타 보수단체 관련자 4명으로 분석했다. 
 
국정동반자 ‘휘청’
낙하산 인사 명단 줄줄이

이성남 의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23개 연구기관 중 11개 연구기관장에 현 정부와 밀접한 인사들이 임명됐다고 주장했으며 낙하산 인사에 개입된 인물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감이라는 게 현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자리지 않냐”며 “이제까지 보여 온 이 대통령의 모습대로라면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이 가능하겠지만 국감 결과가 재보선으로 이어지면 상당한 외풍이 일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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