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여왕’ 박근혜 ‘선거의 법칙’ 철저분석

2009.10.06 11:00:30 호수 0호



지원사격 ‘뒷심’이 판도 좌우…박근혜 선거 역할 무엇?
직접 유세는 거절, 재보선 곳곳서 한나라당 간접 지원

10월 재보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10월 재보선 지원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10월 재보선이 ‘미니 총선’ 규모로 확대된데다 야당에서 손학규 전 대표,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거물급 인사들이 지원유세에 나섬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바라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직접적인 지원유세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충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현 정권과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던 박근혜 전 대표가 한쪽 추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안에 대한 발언은 여전히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정중동이라는 고유의 정치 행보에도 큰 변화는 없지만 곳곳에서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싹트고 있다.

이전까지 박 전 대표는 정치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다. 자신만의 정치적 위치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여야를 망라한 최대 대권주자로 꼽혔다. 친박계는 박 전 대표의 정중동 행보 속에 숨은 의중을 ‘여론의 시선이 박 전 대표에게로 집중되면 대통령 임기 중 청·장년기를 보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정중동 행보에 담긴
‘선거의 여왕’ 박근혜 복심

하지만 몇몇 인사들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선거를 지원해 달라”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해 달라”고 해 도움만 받아가고 후일 ‘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도 언뜻 속내를 드러냈다.

어쨌든 박 전 대표는 ‘침묵’해 왔다. 현안에 대해서는 가끔 입모양이라도 만든다지만 ‘선거’에 대해서만은 철저히 ‘원칙’만을 강조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가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나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친박계 후보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 의사를 표했지만 대외적으로 그는 선거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당이 다시 한 번 박 전 대표에게 지원을 부탁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지난 8월 “10월 재보선 공천을 마무리한 뒤 박 전 대표를 찾아뵙고 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원을 간곡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 담보된다면 박 전 대표는 당의 큰 지도자로서 애당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박 전 대표가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현장지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박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면서 당을 위기에서 구했던 선례가 있는 만큼 직접 재보선 현장을 다니면서 후보자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보선에 뛰어든 박희태 전 대표도 여러 차례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부탁했다. 정몽준 대표도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는 말로 은근한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10월) 재보선이 중요하니 (박 전) 대표께서 관심 많이 가져달라”는 정 대표의 끈질긴 구애를 “지금 당에서 잘하고 계신다”는 말로 일축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박 전 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며 “친박계 인사들이 재보선에 출마하는 상황에서 그가 나서는 것은 여러 가지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연히 당에 속해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칼을 들이밀 수도, 그렇다고 당 밖에서 뛰고 있는 친박계 인사들을 도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손 들어주기’ 불가 원칙
조용한 미소로 선거판 흔들

그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면서 “‘침묵’이 그 대표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그의 손짓 하나에도 많은 의미가 실리고 있다. 그가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친박계 인사들에게 ‘박심’이 실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 것.

때문에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박 전 대표를 향한 당 지도부의 도움 요청이 그의 직접적인 선거 지원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거는 책임있는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고 수차례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며 이는 몇 차례 재보선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 지도부가 원하는 것은 요지부동인 박 전 대표를 움직여 ‘박풍’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박풍’이 당 밖에서 불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박풍을 업은 친박계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금배지를 차지한 것 같은 사태가 다시금 벌어지는 것을 회피하는 일종의 ‘선거의 기술’인 셈이다.

최근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해빙무드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은 일말의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특사로 유렵을 방문하고 돌아왔으며 친박계 최경환 의원이 9·3 개각을 통해 지경부 장관에 발탁됐다. 이후 청와대를 찾은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43분 동안 독대했다.


재보선 곳곳에서 나타나는 친박계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지난 8월 박 전 대표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직접 참석하면서 ‘박심’이 실린 후보로 여겨져 온 심재엽 전 의원이 강원도 강릉 공천에서 떨어졌다. 심 전 의원은 공천심사 중 권성동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여론조사에서 7~15% 밀려 낙천했다. 그러나 그는 공천 결과에 승복했다.



또한 경남 양산에서는 친박계가 이곳에 출마한 박희태 전 대표를 지원하고 있다. 박희태 전 대표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이윤성 국회부의장과 박순자 최고위원, 이상득·안경률·진수희 의원 등 친이계 핵심 인사들 외에도 허태열, 송광호 최고위원을 비롯해 홍사덕·이경재·서상기·한선교·김선동, 윤상현·김세윤·박민식 의원 등 친박계가 총출동해 힘을 실어줬다.

경남 양산에도 친박계 유재명 전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출사표를 냈음에도 대다수의 친박계가 박희태 전 대표를 지원한 것이다.

낙천 후 무소속으로 경남 양산에 출마키로 한 유 전 연구원은 “10월 1일쯤 탈당해 무소속 출마선언을 한 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친박계가 박희태 전 대표를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개인적 친분 정도지 친박계가 지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판단으로는 박 전 대표가 박희태 전 대표를 돕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부 친박 의원들이 복당 및 당협위원장 문제에 애쓴 박희태 전 대표에게 개인적인 ‘보은’ 차원에서 힘을 보태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는 부산 경남 지역의 친박 의원들이 박희태 전 대표의 선대위 발족식에 함께하고, 이달 중 1~2차례 지원유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친박 인사 당 공천 승복
박희태 전 대표 지원 나서

이에 대해 여권 내 일각에서는 “선거 판도를 뒤엎을 ‘박풍’이 불지 않는 것만 해도 당이 선거를 치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주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친박 의원들이 박희태 전 대표를 지원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계파간 화합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다.

 당외 박 전 대표의 ‘세력’으로 분류되는 친박연대의 움직임도 박 전 대표의 ‘간접적 지원’을 짐작케 한다.

10월 재보선에서 수원 장안 출마를 검토했던 이규택 친박연대 대표는 출마 결심을 접었다. 서청원 대표가 박 전 대표와 친박연대 후보를 내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무소속으로 나서야 하는데 이는 정치적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당명도 변경키로 했다. 서 대표가 구속 수감 이틀 전 박 전 대표와 만나 창당 과정을 얘기하다 ‘친박연대’라는 이름을 쓰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0월 재보선에 나간다면 당명을 바꾸기로 했다.


술렁이는 친박연대
이름 바꾸고, 후보 안 내고

이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공천파동이 있었고, 박 전 대표가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기 때문에 친박연대를 결정하고 선거를 치러서 몇몇은 살아 돌아왔다. 결국 ‘친박연대’는 총선용이었던 거다. 선거가 끝나면 친박연대를 해체하기로 했는데 (서 대표에 대한) 재판이 있다 보니 (당명 개정은) 판결 이후로 끌게 됐고, 박 전 대표에 사실상 상당한 부담을 많이 주게 됐다”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서 대표가 ‘친박연대 이름을 이제는 쓸 수 없죠’라고 하니 박 전 대표가 ‘명분이 없으니’라고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면서 곧 당명 교체에 들어갈 것임을 전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최근 박 전 대표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측근들이 여권 주류와 손을 잡으라고 하자 ‘뭘 어떻게 도와주죠’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태도를 고수했던 그이지만 슬슬 몸풀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중도 서민행보로 지지율을 회복하고 각종 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쳐가면서 박 전 대표도 이 대통령의 손을 잡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그를 위협하는 대권주자는 없지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살아난데다 정몽준 대표, 정운찬 총리, 이재오 전 의원 등 잠재적인 여권 대선주자들이 나날이 성장해가면서 경계감을 가져야 하는 분기점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반기부터는 박 전 대표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한다고 알려진 만큼 10월 재보선 이후 여야가 충돌할 수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한 발언으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전보다 동적인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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