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잠룡’ 차차기 대권행보 밀착취재

2009.10.06 11:03:46 호수 0호

2017년 승천 꿈꾸는 잠룡들 “꿈은 크게 이상은 높게”

앞선 차기 대권주자 뒤로 몸 푸는 차차기 주자들
오밀조밀 여권 잠룡들 목소리 키우고 몸집 불리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 뒤로 차차기를 노리는 잠룡들의 기세가 매섭다. 아직 ‘거물’로 불리거나 대권 전면으로 나설 만한 정치력을 키우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만하다. 여권에는 이미 차기를 노리는 이들과 차차기 주자들이 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차기보다는 차차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정치 판도야 언제든 뒤집힐 수 있지만 그러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내실을 채워나가며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정치권 차차기 주자들을 따라가봤다.

정치권 인사들이 ‘대권’ 꿈을 꾸고 있다. 개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대표,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 대선 경험이 있거나 향후 대권 도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들도 있지만 가깝게는 2012년, 멀리는 2017년을 바라보며 긴 호흡을 가다듬는 이들도 있다.




박근혜·정몽준 뒤로
늘어선 ‘다음’ 주자들

한나라당에는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당의 새 선장이 된 정몽준 대표가 대선가도에서 투톱을 형성하고 있다. 그 뒤로 이재오 전 의원과 홍준표 전 원내대표, 원희룡·남경필·정두언·박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군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자천타천 친이계의 ‘실세’라 불린다. 친이계를 양분하던 이상득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중심축이 이 전 의원에게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도 대단하거니와 MB직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대부분 초선이라 대권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점이 그를 ‘친이계 대표주자’로 삼게 했다. 

이 전 의원은 최근 한참 공을 들이던 여의도 복귀에서 한 발 물러섰다. 조기전당대회가 늦춰지고 은평을이 10월 재보선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내년 2~3월, 길게는 7월까지 차분히 때를 기다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는 주변에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라는 말로 이 같은 심정을 전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측근들도 “앞으로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호흡을 고르고, 중장기 그림을 그리는 여유를 갖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전 의원의 태도 변화를 친박계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정치권에 복귀해 친이계의 중심인물로 움직일 때 친박계와 깊게 파인 골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사이가 이전처럼 냉랭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이 전 의원으로 하여금 화해의 손을 내밀게 했다는 평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전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에 대해 ‘좋은 지도자’라며 당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친이와 친박이 함께 미래를 열 시점이 됐고 국민들도 그것을 원하고 갈등을 해결, 해소할 시점에 왔다”면서 “화합과 화해를 위해 필요한 일,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모든 것을 비우고 할 것”이라고 당 내 화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결국 이 전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제3의 길을 선택, 여의도 복귀는 이후로 미뤘다.
홍준표·원희룡·남경필·정두언·박진 의원은 체급 늘리기와 이슈 선점에 매진하고 있다.

홍 의원은 잠시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원내대표로 당 곳곳을 조율하고 야당과 기 싸움을 하며 지친 몸에 활기를 되찾는 한편 당에 닦아놓은 터전을 공고히 다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오랜만에 변호사로 돌아가 원내대표 시절 당시 공보부 대표로 자신을 적극 보좌했던 김정권 의원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그는 박연차 게이트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의 변론을 맡아 무죄 선고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법무부 혹은 노동부장관으로의 입각은 무산됐지만 서울시장 선거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꾸준한 체급 늘리기
신인서 노련미 ‘풀풀’

남 의원과 원 의원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불리는 원조 소장파다. 남 의원은 원조 소장파에 걸맞게 현 정부를 향한 쓴소리에 거침이 없다. 그는 ‘중도실용과 정치개혁을 논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중도실용에 대해 “진정성이 있느냐, 실제 내용과 준비가 돼있느냐는 게 핵심인 것 같다”며 “좌와 우의 혼합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짬뽕이 아니라 어떻게 선택적으로 혼합해나가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에 대해서도 “아직 상당 부분 ‘말의 정치’에 머물러 있다”면서 “부동산 일자리 사교육 세금 문제 등에 있어 아직 중도실용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인사청문회와 관련, “국민에게 과거와 현재 한나라당의 이중 잣대를 고백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 의원은 4월 재보선 참패 후 당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쇄신위 활동이 계파에 휘둘렸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33개항의 만장일치 쇄신안을 당청에 제출했다. 최근에는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 대표를 맡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 의원도 녹색성장이라는 이슈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 7월 ‘녹색성장 실천전략 보고회’를 가진 데 이어 최근 ‘21세기형 도시전차 도입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녹색경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한 교육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 의원은 최근 “중도개혁세력이 당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때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한나라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면서 “이젠 한나라당도 중도개혁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중도개혁론을 재강조하고 나섰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서 내리 3선을 하며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박 의원은 ‘북한’에 시선을 두고 있다. 최근 가진 ‘북한 인권 증진 세미나’에서 박 의원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한의 인권을 증진시키고, 북한이 정상적으로 국제 사회와 교류하면서 개방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 검토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대선은 누가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느냐를 묻는 시험과도 같다. 이 대통령이 ‘경제’를 내세웠다면 그 이후는 또 새로운 시대적 과제들을 안고 있지 않겠느냐”면서 “대선을 바라보는 이들이 서둘러 이슈를 선점하고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출신 지자체장 중에서도 주목받는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주자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경우 여야 정치권에서만 수두룩한 경쟁자들을 만나야 한다.

지자체장의 매력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많은 정치인들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이 자리가 가지는 특이성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이나 홍보, 조직에 있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까다로운 제약을 받는 반면 지자체장은 공식적인 활동만으로도 충분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홍보 전략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면서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보다 경기도를 홍보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간접적인 홍보방식이 많다. 이는 자신의 노출 빈도가 늘어난다는 점도 있지만 경기도에 대한 그의 애정을 표출, 지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을 만드는 데도 유리한 면이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함께한 이들은 대선은 물론 현 정부까지 이어진 S라인(서울시 인맥)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MB직계라 불리는 이들 중 상당수도 서울시 인맥이다.


행정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도 ‘득’이다. 지자체장을 경험하는 것이 국무총리나 장관을 거치며 행정경험을 쌓는 단계를 거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청계천’이라는 공든 탑으로 대권으로 직행했던 만큼 ‘한강 르네상스’라는 자신만의 브랜드 만들기에 열심이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주저함이 없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 정치분석가는 “지자체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울 때는 그만큼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정책적으로만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기간, 민주진영에서는 대선주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김두관 전 장관, 추미애·천정배 의원까지 용꿈을 꾼 이들이 수두룩하다.

당시 정가 일각에서는 “후보군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대선에 나선 다양한 후보군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면 17대 대선이 2012년이나 2017년까지 이들이 클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 정 의원과 손 전 대표는 정세균 대표와 함께 야권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다른 이들은 차차기까지 조심스러운 한 발 한 발을 떼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아 각종 노동 이슈마다 함께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미디어법 강행 처리 이후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민생포차’와 함께 전국을 돌고 있다. 전국 곳곳의 시민들과 만나고 대학 특강을 통해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는 민주진영의 통합을 위해 ‘시민주권모임’을 꾸렸다. 김두관 전 장관도 시민주권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주권모임을 통해 보폭을 넓히는 한편 경남 양산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을 지원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친노신당인 국민참여정당(가칭)에 참여의 뜻을 밝혔다. 한 전 총리가 애초부터 신당과 거리를 뒀고 이 전 총리도 시민주권모임을 통한 민주진영의 통합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유 전 장관은 국민참여정당 발기인대회에 보낸 축사에서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길을 가는 창당 발기인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러분들이 짐작할 만한 이유로 아직 발기인 가입을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함께할 날이 올 것”이라는 말로 막판 합류를 시사했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군
2017년 다시 돌아온다

정가 한 인사는 “야당은 아직 옥토를 조성하지 못했다”면서 “정세균 대표가 ‘스타프로젝트’를 말했지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만한 이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은 국감 등에서 저격수의 역할을 하는 만큼 ‘뜰’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면서 “잠재적인 대권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대권 전쟁에 나서야 전체적인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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