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영부인들의 활발한 행보

2009.10.06 10:57:36 호수 0호



대통령 임기 중 활발한 활동 펼쳤던 영부인 다시 일선으로
권양숙·이희호 여사, 이사장으로 남편 추모·유지계승 사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달아 세상을 달리 하면서 시름에 잠겼던 영부인들이 재기에 나섰다. 권양숙 여사는 재단 ‘아름다운 봉하’의 이사장으로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평화센터’ 고문에서 2대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DJ 업적 계승과 빈곤퇴치, 남북협력 등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동지’이기도 해 향후 많은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영부인들이 슬픔을 털고 일어났다. 추모·계승 작업을 펼치는 재단의 이사장이 돼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국장 후 사단법인 ‘김대중 평화센터’의 이사장직에 올랐다.

‘김대중 평화센터’는 1994년 출범한 ‘아태민주지도자회의’가 2006년 2월 명칭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범한 곳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 등 DJ 업적 계승과 남북 화해 협력,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의 증진과 빈곤퇴치 등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학술회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행사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제2의 인생은 ‘이사장’

김 전 대통령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아 지난 2003년 퇴임 후 국내 정치 안정과 국제 평화 진작을 위해 일해 왔다.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손병두 서강대 총장, 박지원, 신건 의원 등 측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여사도 고문으로 참여했었다.


센터는 지난달 1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공석이 된 이사장직에 이 여사를 선임했다.
제2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희호 여사는 취임 인사말에서 “고인이 된 남편의 유지를 받들게 돼 감사하다”며 “센터의 설립 목적인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평화,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또 “빈곤한 이웃을 돕는 데도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총무비서관이었던 윤철구씨를 센터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이 여사는 이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김 전 대통령 추모를 빙자해 불법적 모금이나 출판을 하는 피싱 방지에 나섰다.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김대중 추모사업회’ ‘김대중 기념사업회’ 등 정체불명의 단체가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일반인들에게 마구잡이식으로 보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며 기금모금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 측은 “‘김대중’ ‘후광(김 전 대통령의 아호)’ 등을 단체명에 마음대로 넣으면 ‘저명인사의 성명이나 아호 약칭 초상 등을 포함하는 상표를 무단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상표법 위반이 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존함 사용 출판물 관리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존함을 이용한 활동과 사업을 하려면 사전에 유족의 동의를 구하거나 정식계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이 여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측 한 인사는 “국장 중 이 여사를 다시 보게 됐다”며 “힘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텼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호남지역에 이 여사의 정치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계실 때와 계시지 않을 때 이 여사의 위상은 다르다”면서 “김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이 여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대통령의 묘역과 생가관리를 맡고 있는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 이사장으로 노 전 대통령 추모 사업을 펼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음력 생일에 맞춰 지난달 24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가 복원식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인 강태룡 총동창회장이 터를 매입해 김해시에 기부채납한 뒤, 김해시와 경남도 재정으로 지난 2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완공한 생가는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국민과 ‘추억나누기’


참여정부 인사와 민주당 관계자, 시민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복원식에서 권 여사는 “한참 안 나오다가 오늘 나오니 가슴이 무겁고 이야기가 잘 안 된다. 많이 와 주셔서 고맙다”면서 “봉하마을이 외롭지 않게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면 고맙겠다. 봉하는 김해시, 경상남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의미 있는 장소가 된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이어 “처음 터를 마련할 때 어려움이 많았는데, 강태룡 회장이 협조해 줘서 된 것”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많이 찾아와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가 한 인사는 “대통령이 퇴임을 하면 영부인들도 자연스레 시야에서 멀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영부인들이 전 대통령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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