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고위인사 로펌행 논란

2009.09.22 09:31:08 호수 0호

돈이 좋아서? 아니면 놀기 싫어서?

검찰에 몰아친 인사태풍으로 새 둥지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이런저런 구설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로펌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부장이 사표를 낸 지 불과 두 달 만에 둥지를 튼 법무법인 ‘바른’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이 전 부장이 졸지에 박 전 회장의 ‘방패’가 된 셈이다. 이 전 부장은 물론 법무법인 바른도 박 전 회장의 항소심 변론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 사표 두 달 만에 박연차 변론 로펌행 
문성우 전 대검차장도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합류


난다 긴다 하는 검찰 내 굵직한 인사들이 너도나도 로펌에 새 둥지를 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검찰총장과 담당 검사들이 물러나고,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발탁 과정에서 동기와 윗기수 전원이 사표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검찰 내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퇴임하면 로펌으로 출근



자의 혹은 타의로 검찰을 떠난 이들은 시간차는 있지만 대부분 로펌행을 선택, 명패를 ‘변호사’로 바꾸고 있다. 
검찰총장 인사에서 김준규 총장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은 법무법인 동인에 자리 잡았으며 명동성 전 법무연수원장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합류했다.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은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변호사로, 이준보 전 대전고검장은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로, 김수민 전 인천지검장은 법무법인 영진 대표변호사로 명패를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도 사표를 낸 지 두 달 만에 법무법인 바른을 새 둥지로 선택했다. 문제는 법무법인 바른이 박 전 회장의 법률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가 피의자였던 이를 ‘변호’한다는 데 대해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것.
이 전 부장에 앞서 검찰을 떠난 문성우 전 대검차장도 바른의 대표변호사로 합류했다는 것도 논란을 키웠다. 문 전 차장 역시 박 전 회장 수사 당시 검찰 내 2인자였기 때문이다.

바른 측은 1심 이후 박 전 회장의 항소심 변론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며 논란을 진화했다. 이 전 부장은 검찰이 박 전 회장에게 징역 4년 및 벌금 300억원을 구형한 직후인 지난 10일 바른 측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박연차 게이트’의 수사책임자로서 바른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 측이 박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변론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영입 제안을 승낙했다는 것.
이 전 부장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박 전 회장의 1심 선고가 지난 16일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 내달 1일부터 정식으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박 전 회장은 1심에서 290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정 관계 인사들에게 수십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포탈한 세금이 290억여 원에 이르고 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45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중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이미 세무조사와 벌금으로 결국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납부하게 됐다.

또 매년 3억 달러 이상의 외화벌이로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 장학금 및 복지사업에 거액을 기부해온 점, 직원 등 4만여 명이 탄원서를 제출한 점, 고령에다 건강이 악화됐고 사실관계를 자백,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창 vs 방패 누가 강할까

특히 재판부는 “뇌물수수 사건의 경우 뇌물공여자 협조 없이는 수사가 불가능한 점도 참작했다”고 전해 검찰이 20여 명에 이르는 정·관계 인사들을 기소한 이번 수사에서 박 전 회장의 공을 형량에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부장과 관련된 논란은 “공인 신분이 아닌 자연인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나 특정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변호사로 둔갑해 해당 사건 피의자의 변호를 맡을 경우 도덕성, 윤리성은 곤두박질친다. 아무리 봐도 개운치 않다”는 수준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하지만 고위직 판·검사 출신의 잇따른 로펌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관예우 등의 폐해가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라는 법조3륜이 견제와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통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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