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그라운드의 악동’정수근<스토리>

2009.09.08 09:58:40 호수 0호

양치기 소년의 최후 “이번엔 아닌데…”

악동 정수근의 야구인생이 벼랑 끝에 몰렸다. 술집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의혹에 구단 측이 퇴출결정을 내린 것.

사건이 알려진 후 폭행사건을 신고한 주점 직원이 허위신고를 했다고 고백하는 등 사건의 진위 여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단 측은 단호했다.

롯데구단 측은 “진위와 관계없이 정수근이 자숙할 시간에 음주를 한 자체가 선수 신분을 망각한 처사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다”며 정수근을 내칠 것을 분명히 했다.

불미스런 사건에 여러 번 휘말렸던 전적은 결국 그의 선수생활에 중대한 위기를 안기고 만 것이다.

지난달 31일, 또 한 번 정수근(32)의 음주폭행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이미 여러 번 폭행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수근이었던 터라 놀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만 복귀한 지 한 달 만에 터진 사건이란 것에 실망감이 더해졌을 뿐이었다.

복귀 한 달 만에…



사건은 지난 8월31일 오후 11시45분쯤에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 경찰서에 정수근이 음주상태에서 행패를 부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한 사람은 호프집 종업원 A(37)씨. 이에 해운대구 재송지구대 경찰관 2명이 긴급 출동했다.

그러나 주점 종업원은 출입구에서 경찰을 가로막으며 “정수근씨가 행패를 부리지 않으니 돌아가 달라. 다시 행패를 부리면 신고하겠다”라고 말했고 이에 경찰은 5분간 대기하다가 철수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정수근은 “호프집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맥주 2잔밖에 마시지 않았고 전혀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며 행패소동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신고를 했던 A씨도 허위로 신고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롯데가 4강에 들지 말지 위태로운 상황에서 선수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얄미워 허위신고 했다”고 구단 직원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근의 주장과 종업원의 고백이 사실이라면 한낱 해프닝에 그칠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롯데 구단 측은 사건의 진위와 관계없이 ‘퇴출’ 결정을 내렸다.

롯데 구단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에 접수된 음주, 행패 신고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정수근이 자숙할 시간에 음주를 한 자체가 선수 신분을 망각한 처사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폭행시비 신고 사건으로 구단 측 ‘정수근 퇴출’ 통보
화려한 폭행 전력으로 해프닝으로 끝날 사건도 중징계


롯데는 또 “여러 차례 명예회복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려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정수근과는 앞으로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1995년 데뷔해 15시즌을 보낸 정수근은 불명예스럽게 프로야구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정수근은 담담히 구단의 퇴출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지 안 좋은 일이 많아 구단에서 결정을 한 것 같다”며 “팬들이나 구단에 죄송하다”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에 대해선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정수근은 “정말 난동을 부려 운동을 못하게 됐으면 억울한 면이 없을 텐데 맥주 한잔 마시다 자고 일어나니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웃어넘길 수 있을 만한 해프닝에 선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 이유에는 정수근의 화려한 전적이 자리한다. 잊을 만하면 벌어졌던 폭행사고는 조금씩 그를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첫 번째 폭행사건은 2003년 2월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벌어졌다. 당시 정수근은 한국식당에서 새벽까지 선수들과 술을 마시다가 현지 동포와 주먹다짐을 벌였다. 결국 경찰서에 끌려간 정수근은 공무집행 방해와 폭행 혐의로 하와이 지방법원에 출두했고 450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2004년 7월에는 해운대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났다. 이때도 술이 문제였다. 정수근은 술을 마신 뒤 시민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벌금 500만원을 내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무기한 출장금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정수근은 만취상태로 집으로 가다가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주차타워 앞에서 경비원 신모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과 발로 신씨의 얼굴과 허벅지 등을 때렸다.

또 폭행을 말리던 동료 경비원 김모씨의 복부를 때려 결국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그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귀가를 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순경에게 욕설과 폭행을 한 것. 결국 정수근은 부산 남부경찰서에 입건됐고 같은 날 오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처럼 반복되는 폭행 사건에 KBO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무기한 실격징계를 내린 것. 그리고 1년 후인 지난 7월 KBO의 결정으로 정수근은 드디어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난달 31일 또 다시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로써 구단에서 퇴출당하며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정수근은 지난 3일 처음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췄다. 이날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서 소명 기회를 얻었던 것.

또 한 번 ‘무기한 실격’

그는 이날 “내 명예만은 되찾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야구를 못하게 돼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잘못된 사실 때문에 사회에 낙인이 찍힌 채 살 수는 없지 않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BO는 정수근에게 무기한 실격징계를 내렸다. KBO는 “상벌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신고자와 선수 본인의 진술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선수가 경기 외적인 행위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기에 야구규약 제145조 3항(마약 및 품위손상행위)에 의거,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KBO는 향후 정수근의 진술이 사실로 확증될 경우에는 재심의를 하기로 결정, 회생의 길을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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