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온 ‘하노이파’ 자국 여성 납치 돈 뜯다 쇠고랑
불법 체류 자국동포들 상대 인질로 잡고 범행 수단 활용
한국에서 일하는 동포 여성을 납치해 몸값을 뜯어낸 베트남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남의 나라를 주 무대로 악행을 일삼은 조폭은 ‘하노이파’. 산업연수생으로 위장해 입국한 이들은 전국에 총책을 두고 도박판을 벌여 돈을 버는가 하면 불법체류 중인 자국 노동자들을 상대로 환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하루살이를 하던 자국 여성에게 몹쓸 짓을 하다 붙잡힌 것. 이처럼 날이 갈수록 활개를 치는 외국인 조폭들의 행각을 살펴봤다.
베트남 북부의 폭력조직 ‘하노이파’ 조직원 출신으로 지난 2007년 4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한 A(27)씨는 같은 나라 출신인 B(27)씨 등과 자국민을 상대로 돈을 뜯을 계획을 짠다. 이들의 범행대상에 걸려든 것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여성 C(23)씨. 노래방 도우미로 많은 돈을 모았다는 소문을 들은 후였다.
“동포라고 봐 주지 않아”
A씨 일당은 지난 6월 말,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던 C씨에게 물파스를 뿌려 차로 납치한 뒤 4시간 동안 감금하고 협박을 했다.
이들 일당은 “마약이 필요한데 돈이 없다. 말을 안 들으면 죽여 버리겠다”는 등의 말로 협박해 3000만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일당의 협박에 견디다 못한 C씨는 결국 베트남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연락했고 몸값 5000달러를 A씨 일당에게 건넸다.
A씨 일당의 범행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6월 초에는 경남 김해에 사는 베트남인 D(28)씨를 찾아가 “네 친구가 우리에게 빌려간 돈을 갚아라”라며 흉기로 위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 등 5명을 인질강도 등 혐의로 구속하고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하노이파 조직원들의 범행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에는 동포들에게 도박판을 알선해 거액을 챙긴 조직원들이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외스포츠 도박사이트에 대신 돈을 걸어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챙긴 혐의로 불법체류 베트남인 E(27)씨 등 2명을 구속했다.
E씨 등은 지난 2007년 초부터 해외에서 운영되는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대신 돈을 걸어준다”며 전국에 있는 베트남 노동자 수백여 명을 모았다.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자국인들도 예외는 없었다. 이들은 돈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도박액수를 점점 늘여가는 수법으로 돈을 갈취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인 도박자금은 모두 30억원. 이 가운데 조폭 일당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돈은 무려 12억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갈취한 돈은 대부분 조직의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물 건너온 조폭들의 세력은 점차 확장되는 양상이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조직원들이 대부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1일부터 7월20일까지 ‘외국인 범죄조직 척결 관련 기획수사’를 펼친 결과 108명의 조직원이 덜미를 잡혔다. 형사처벌된 외국인의 국적은 베트남이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6명, 필리핀 11명, 태국 6명, 파키스탄 5명, 기타 11명 등의 순이었다.
이들이 주로 노리는 것은 하노이파와 마찬가지로 불법체류 중인 동포들이다. 강제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범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꺼리는 약점을 노린 것이다.
최근에는 수년간 금품을 갈취해 온 방글라데시 조폭들이 덜미를 잡혀 외국인 조폭의 실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불법체류 중인 동족들을 협박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고 환치기를 해 부당이득을 챙기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4월28일 수원, 안산지역에 거주하는 자국인 불법체류자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불법 환치기를 해온 방글라데시인 조직폭력배 두목 F(35)씨 등 3명을 갈취 및 외국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행동대원 G(39)씨 등 9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 입국해 불법체류 중인 동족 방글라데시인 250여 명에게 “불법체류사실을 신고하겠다”며 협박 및 폭행하는 수법으로 1인당 30~40만원씩, 28회에 걸쳐 모두 10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30억원 상당의 불법 환치기로 이득을 챙겼다. 본국으로 돈을 송금하려는 자국인에게 자신들을 통해 송금할 것을 요구한 뒤 5~10%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뒤 불법 환치기를 해온 것.
F씨 등은 또 국내에 입국한 뒤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모두 15명을 본국으로 강제 출국시켰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2007년 초부터 자국 식료품점을 운영, 이곳에서 폭력조직체를 구성하며 불법체류자 소재 파악조, 협박조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영역싸움을 벌이던 베트남 조폭들의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해묵은 지역감정으로 남방파와 북방파 두 파로 나뉘어 다툼을 벌여왔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섬유공장이 밀집해 있어 베트남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 장안동. 사건이 벌어지기 1년 전 남방파 조직원을 납치, 감금해 돈을 빼앗은 북방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설욕전이 벌어진 것이 싸움의 주된 이유였다.
세 확장…“한국인도 위험”
이들은 가짜 권총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다른 조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는 등의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처럼 외국인 조폭들이 날이 갈수록 활개를 치자 가뜩이나 늘고 있는 외국인 범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범죄전문가는 “지금까지는 외국인 조폭들이 주로 자국 동포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세력이 확장되면 한국인들까지도 범죄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