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촬영 동영상에 애태우는 여성들 사연

2009.08.18 09:36:46 호수 0호

동영상 한 바퀴 돌리고 애간장 다 녹네!

포르노 동영상에 등장한 여성들의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함께 성관계를 맺을 때는 남성이 ‘보관용’이라는 철저한 약속을 하고 동영상을 촬영했지만 결국 그것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는 것. 뿐만 아니다.

자신 몰래 동영상이 촬영되고 그것이 유포된 여성 역시 마찬가지의 고통을 입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러한 음란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는 사실. P2P 서비스는 각 개인의 컴퓨터와 컴퓨터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서버를 압수하거나 인터넷에 있는 한두 개의 파일을 없앤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음란 동영상의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사례를 취재했다.

‘보관용’ 말 믿었다가 인터넷 유포 ‘발등 제대로 찍혔다’
문제는 P2P 서비스…단속 어려워 피해 여성 속출 급증


한때 모델을 지망했던 26살의 꽃다운 나이인 최모양. 현재 그녀는 매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극심한 대인 기피증을 앓고 있다. 대낮에도 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고 밤에도 반드시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한 채 외출을 하고 있다. 외식은 꿈도 꾸지 못할 일. 거의 대부분 배달을 시켜 먹거나 아는 사람이 음식을 포장해 오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이민까지
생각할 정도

최양이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2개월 전부터다. 한때 남자친구와 찍었던 섹스 동영상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뛰어난 외모 덕분에 주변에 사귀자고 하는 남성들이 많았고 대부분 부유한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그녀에게는 늘 남자친구가 있었고 때로는 난잡한 관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남자친구가 섹스 동영상을 촬영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그녀도 거부했지만 술과 약간의 환각 작용이 있는 약물을 먹은 뒤 스스럼없이 촬영에 임했고 그 뒤 별 탈이 없었다. 6개월 후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다른 남자를 사귀면서도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남자친구의 또 다른 동성친구를 만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그 친구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뭔가 의아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녀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청천벽력의 소리를 듣고 말았다. 자신이 바로 음란 포르노 동영상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는 이제 거의 1년이 지나가던 시점이었다. 그 사이에 그녀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동영상은 수백만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포르노를 보는 남성들에게 그녀는 이미 ‘스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한동안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울부짖고 실신하기도 몇 차례.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몇 주 후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동영상을 다운받아 CD에 녹화해 경찰서를 찾아갔다. 경찰에 전 남자친구에 대한 신원 조회를 한 결과 ‘현재 외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입국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신과 치료에 대인기피증, 외출은 꿈도 못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성들이 ‘무조건 촬영거부’


그녀는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각 P2P사이트에 연락을 했지만 그 역시 절망적인 결과만이 있을 뿐이었다. P2P는 각 개인의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수천, 혹은 수만 명의 개인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전부 지우기 전까지는 그녀가 출연한 동영상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그녀는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로 이민을 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나마 외국에 가면 한국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마음이 편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모양은 단 한 번의 섹스 동영상 촬영 때문에 자신의 창창한 미래를 접을 수밖에 없었고 도피자 아닌 도피자의 생활을 해야할 위기다.

하지만 최양과 같은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다. 사실 인터넷에서 얼굴이 공개된 여성들은 거의 비슷한 피해 사례를 호소하고 있다. 김모(20)양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원조교제를 한 적이 있다. 학교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을 뿐더러 집안도 불우했기 때문에 가출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그때 만난 한 남성은 그녀와 성관계를 맺기 전에 15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물론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서 만난 남성이다.

그런데 막상 남성을 만나보니 원래보다 더욱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 남성은 4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밀면서 한 가지 ‘옵션’을 걸었다. 바로 캠코더로 섹스 장면을 촬영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남성은 단순히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며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녀 역시 ‘이야기가 다르다’며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결국 50만원이라는 돈에 합의해주었다.

문제는 그 남성이 동영상을 ‘추억용’으로 간직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용’으로 촬영했다는 것. 남성은 촬영 직후 해당 동영상을 모 음란사이트에 150만원을 주고 팔았고 그녀의 얼굴과 신상은 전 인터넷에 퍼지고 말았다. 특히 남성은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학교, 이름, 나이까지 녹화하는 치밀함을 보였고 동영상의 가격을 더욱 올리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단 한 차례 촬영으로
창창한 미래 접어

김양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성형수술 비용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 물론 그녀는 그 사건 이후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주유소, 편의점 등 다양한 알바를 전전하고 있다. 경찰과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피해 여성들의 사례가 상당수 알려져 있다. 대부분 신고를 하고 동영상을 배포한 남성을 처벌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더욱 ‘비열한’ 것은 해당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얼굴은 철저하게 모자이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은 조금의 피해도 보지 않고 여성들의 인생을 망치는 남성들에 대해서는 공분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재미있게 보는 남성들이 무척이나 많다. 포르노를 즐겨본다는 직장인 J(33)씨는 “솔직히 얼굴이 등장하는 포르노가 더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곳에 등장해 엄청난 고통을 입은 여성의 입장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때로는 보면서 그녀를 ‘철없는 여성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동영상 자체가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귀띔했다.

J씨의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다. 동영상의 촬영이나 유포의 책임이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바로 이점이 더욱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는 사람’이 있으니 ‘파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헤어진 여성에 대한 복수의 의미나 혹은 단순한 재미로 이 같은 행위를 하기도 한다. 폰카의 경우 화질도 좋고 순식간에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더할 수 없이 좋은 휴대용 캠코더이기도 하다. 폰카의 경우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르노 마니아들에게도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추억용’ 알고 보니
비즈니스용으로 촬영


자영업자 N(38)씨는 “솔직히 전문 배우들이 등장하는 포르노도 많이 보다보면 질리기 십상이다. 보다 새롭고 신선한 얼굴을 찾아 헤매는 것이 또한 포르노의 특성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폰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10대 청소년부터 30~40대 어른들까지 누구나 휴대폰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또한 그만큼 많은 음란 동영상이 촬영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동영상 유출이 꼭 의도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추억’이나 ‘보관’용이었지만 휴대폰을 잃어버린 뒤 타인에 의해 유포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유포자 자체를 찾아낼 수 없고 따라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피해를 당한 사람은 있는데 그것을 책임질 사람도 없고 또 책임진 사람을 찾아서 처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성관계가 촬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한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옷도 벗지 않고 성관계도 맺지 않는다. 그저 놀이터에서 장난스럽게 노는 모습이나 혹은 스타킹을 갈아 신는 정도가 내용의 전부다. 하지만 그녀의 동영상은 오히려 더욱 ‘페티시’의 개념에서 음란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녀의 경우 옷을 전혀 벗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을 거의 100% 공개하고 있다. 화면이 진행되는 시간이 총 30분이라면 그중에 20여 분 정도는 얼굴이 노출될 정도다.

핸드폰 분실로
인터넷 주인공 될 수도

따라서 이 동영상을 본 남성은 거의 대부분의 그녀의 얼굴을 식별해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동영상이 일반 포르노 동영상과 함께 검색이 되기 때문에 은연중에 ‘포르노물’을 취급받는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도매급’으로 취급을 당하는 셈이다. 결국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여성들 스스로가 동영상 촬영에 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들이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에서 촬영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돈의 유혹에 흔들려 팔 수도 있고 또 핸드폰을 잃어버려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에 유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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