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남 증가 속 ‘강한 남자’ 열풍

2009.08.11 10:51:00 호수 0호

초식남?No~No~ 강한 남자가 대세

‘남성다움’과는 벽을 쌓은 채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초식남. 일본에서 건너온 이 새로운 남성상은 대중문화의 핫 트렌드로 꼽힐 만큼 관심의 대상이다. 기존 사회 특히 한국 사회가 남성에게 요구하던 여러 가지를 벗어던진 초식남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연애 상대로도 함께 일하는 동료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육식남’으로 불리는 강한 남성이 다시 사랑받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자기중심적 삶 사는 초식남 느는 가운데 강한 남자 바람
불황 지속되면서 리더십 가진 강한 남성 각광받는 현상 


언제부턴가 초식남이란 생소한 단어가 각종 매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선 전형적인 초식남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초식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초식남이 등장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의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만든 이 신조어는 초식동물을 남성에게 비유한 단어다. 말 그대로 ‘풀을 뜯어 먹고 사는 남자’라는 뜻.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소극적이며 여린 남성을 일컫는다.

“아버지처럼은 안 살아”



이들은 기존의 남성상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오랫동안 남성에게 지워졌던 책임이나 권한을 벗어던진 이들이 선택한 것은 자신만을 위한 삶. 외모를 꾸미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패션이나 뷰티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이들에게 관심 밖의 일은 연애나 결혼. 특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부여되는 결혼은 이들이 가장 기피하는 것 중 하나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했던 기성세대 아버지의 모습은 초식남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초식남이라고 말하는 이모(30)씨는 “가족들을 책임지기 위해 아등바등 젊은 날을 보내다가 정년퇴직 후엔 힘없는 중년남성이 되어 버린 아버지를 보며 저렇게는 살기 싫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며 “아내와 자식을 위해 평생 돈을 벌어 바쳐야 하는 것이 결혼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처럼 기존의 남성과는 많은 것에서 차이점을 보이는 초식남은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특히 초식남이 등장한 일본에선 30대 미혼남성의 74%가 스스로를 초식남이라고 생각할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30대의 젊은 층에서 초식남을 자처하는 남성들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초식남이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불황을 꼽는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이성관계에 돈을 쓰거나 결혼으로 처자식을 부양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남성들이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것도 초식남 확산을 부추긴다. 과거엔 경제생활이나 남녀사이에서 남성들이 주도적이었지만 점차 남성들의 힘이 약화되면서 경쟁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남성들을 양산했다는 것.

그렇다면 초식남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떨까. 이에 대한 정답은 ‘글쎄’다. 아직은 연애 상대로도 함께 사회생활을 할 직장동료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기애가 강한데다 남성다운 면모라곤 찾아볼 수 없는 등의 이유에서다.
직장여성 정모(33)씨는 “결혼적령기라 그런지 여성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남자에게는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수다 상대로는 좋을지 몰라도 연애 상대로는 끌리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대학생 김모(24·여)씨는 “남자다움을 과시하며 여자를 들었다 놨다 하려는 가부장적인 남자가 싫어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남자에 마음이 간 적도 있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와 연애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식남이 연애 상대로는 인기가 없다는 것은 설문조사로도 나타난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미혼 여성 171명을 대상으로 ‘초식남에 대한 성인남녀의 견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62%가 ‘친구로는 좋으나 애인으로는 싫다’라고 답했다.

이들이 꼽는 초식남의 단점은 역시 남성다운 매력이 없다는 것. 개인주의적이고 여자를 이끌어줄 줄 모르며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로 꼽혔다.
초식남은 기업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2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7%가 채용 시 ‘초식남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이 초식남을 꺼리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열정과 적극성이 부족할 것 같아서’(35.5%)였다. 또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녔을 것 같아서’(26.4%)와 ‘추진력·결단력이 약할 것 같아서’(20.0%)가 뒤를 이었다. ‘대인관계가 좁을 것 같아서’(11.8%)라는 대답도 있었다.
실제 초식남을 채용한 적이 있는 인사담당자들 중 68.2%는 업무만족도에서 초식남보다는 육식남이 높았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점차 초식남이 늘어가고 있지만 이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대신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남성다움으로 무장한 강한 남자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한 남자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촌스러운 옛날 남자로 각인되어 온 가부장적인 남성상은 남자로도 아버지로도 대접받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불황이 지속되면서 남자다운 면모를 가진 남자들이 주목받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앞날을 모르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강한 힘과 리더십,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에게 기대고 싶은 심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연예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남성그룹 ‘2pm’의 갑작스런 인기가 이를 보여주는 것. ‘짐승아이돌’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강한 남자냄새를 풍기는 이들은 기존의 아이돌과는 다른 면모로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케이스다.
여리고 섬세한 꽃미남들이 대세를 이루는 아이돌 그룹의 세계에서 이들이 무기로 내세운 것은 남자를 넘어 ‘짐승’에 가까운 거친 이미지다.

‘짐승 아이돌’ 열풍

근육질 몸매와 선 굵은 외모, 신인답지 않은 당당함과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는 남자다운 남자의 매력을 풍기며 여심을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곱상한 남자가 판을 치는 연예계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며 강한 남자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지속될수록 강한 남성들이 각광받는 반면, 자기중심적인 초식남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강한 남성을 갈망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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