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OOO 모바일 화보 출시’ 등의 뉴스가 새롭게 뜨면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각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등극함은 물론 검색창을 뜨겁게 달군다. 모바일 화보 시장이 전성기만 못하다지만 그래도 돈이 되는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탕주의’를 노린 사기꾼들이 화보 시장에 들어와 물을 흐리고 있다.
화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누드 프로젝트
촬영하며 노출 수위 때문에 제작자와 실랑이
에이전트 K씨가 ‘화보→누드’로 계약서 위조
해외로 도피 오리무중…투자자들 ‘발만 동동’
모델 A양이 누드 사기극에 휘말렸다. 본인은 화보인 줄 알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알고 보니 누드 프로젝트였다. 결국 A양은 노출 수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이틀 만에 촬영을 접었다.
A양은 여전히 ‘벗을 수 없다’는 강경 입장. 때문에 더 이상 프로젝트 진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A양은 개런티 50%를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며 A양 아버지는 고소를 준비 중이다.
“분명 패션화보 촬영”
지난 7월 초순 기자는 A양이 분당 모 스튜디오에서 누드를 찍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수소문 끝에 A양 누드를 진행 중인 성인관련 B 제작업체와 통화에 성공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업체 관계자는 결국 A양 누드 프로젝트를 인정했다. ‘극비’라는 말을 사용하며 조심스레 입을 연 그는 “누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해 달라”는 비보도 조건을 내세웠다.
당시 업체 관계자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누드 촬영 계약서다. 현재 상반신(가슴)을 찍은 상태며, 곧 올누드를 시도할 것이다. 서비스 예정 시기는 8월 초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중간중간 “A양의 요구조건이 까다롭다. 안 벗으려고 버틴다. 그래서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는 등의 잡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제작업체는 “문제없다. 계획대로 서비스 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아니었다.
A양이 당했다. A양은 “누드의 ‘누’자도 꺼내지 말라”며 펄펄 뛰었다. 누드는 억만금을 줘도 안 찍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A양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누드 ‘영순위’였다.
TV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거절, 모델로만 활동 한 A양의 트레이드마크인 풍만한 가슴은 그야말로 ‘명품’. 때문에 모든 성인관련 제작업체들이 ‘군침(?)’을 흘렸다. 지난해 A양이 제의 받은 ‘누드 프로젝트’만 해도 수십 수백 건. 하지만 A양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런 A양이 어떻게 누드 촬영에 동의했을까. 정확히 이야기하면 A양은 화보를 찍었다. 즉 화보촬영인 줄 알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누드와 화보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누드는 신체 주요부분, 즉 가슴과 엉덩이 등의 노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화보는 다르다. A양의 한 측근은 “분명 계약서 상 패션화보 촬영이다. 그래서 계약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양의 코디를 담당한 S씨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A양은 란제리나 비키니 등을 입고 있었단다. 즉 최소한의 복장은 걸치고 촬영했다는 것이다.
제2, 제3의 피해자 속출
모바일 화보의 ‘핵심’은 노출이다. 대놓고 보여주느냐, 슬쩍 가려서 보여주느냐의 차이일 뿐 모바일 화보는 얼마나 관음증을 자극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화보 촬영 과정에서 노출의 수위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건 다반사고, 일부 홍보사는 화보의 콘셉트 자체를 ‘섹시’로만 과대 포장해 이를 두고 송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꼬였나. 제작사인 B업체는 ‘누드 촬영 계약서’를 가지고 있고 A양은 ‘화보 촬영 계약서’를 가지고 있다. 분명 둘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계약서는 언제나 한 장이다. 한 장의 계약서를 복사해 나눠 갖는다. 한데 제작사와 A양의 계약서는 다르다. 한 명은 ‘누드’라는 계약서를 들고 이통사와 접촉, 누드 서비스 날짜를 받았고 또 다른 한 명은 ‘화보’ 계약서를 들고 절대 벗지 못한다며 버티고 있다.
해답은 ‘계약서 사기’에 있다. 사기의 핵심에는 에이전트 K씨라는 제3의 여인이 끼어 있었다. 즉 에이전트 K씨가 제작사와 A양 사이에서 계약서로 장난을 친 것.
사건 경위는 대강 이렇다. 에이전트 K씨는 ‘화보 촬영’ 조건으로 우선 A양에게 접근했다. 높은 개런티를 약속하며 계약서에 도장을 받아냈다. K씨는 이 계약서를 살짝 위조해 ‘화보’를 ‘누드’로 고친 다음 B제작사를 찾았다. 때문에 A양과 제작사가 들고 있는 계약서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A양과 제작사의 노출수위 갈등으로 이틀 만에 중단됐다. A양은 ‘계약서’에 따라 화보촬영을 했고 제작서는 ‘계약서’를 내세우며 누드를 요구한 것이다.
당시 사진작가 K씨는 “A양의 누드는 화보보다 강한, 누드보다는 약한 그 중간단계쯤”이라 말했다. 물론 옷이 야했기 때문에 촬영 도중 가슴이 노출됐을지는 몰라도 결코 누드는 아니란다.
하지만 문제는 누드 공방이 아니다. 이번 누드사기 사건으로 인해 제2, 제3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A양은 남은 개런티 50%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당시 코디와 메이크업 등 스태프 역시 일체 개런티를 지급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위조된 ‘누드 계약서’만 믿고 이번 프로젝트에 돈을 댄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에 따르면 K씨가 펀딩한 금액이 최소 5억원 이상은 된다고 한다. 현재 에이전트 K씨는 해외로 도피해 오리무중 상태다. ‘한탕주의’를 노리던 투자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