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없는 한나라당 이재오-정몽준 ‘밀약설’ 전모

2009.07.21 10:43:13 호수 0호

‘난 당권 넌 대권’ 이상득-박근혜 방 빼!



당 행사 참석 포문 열고 ‘재오사랑’ 전국조직 단단히게 다져
발 빨라진 측근들 8~9월 조기전대 ‘실세 대표’ 군불 때기
차기 대권 노리는 정몽준, 박근혜 견제 위해 ‘의기투합’

당 지도부의 사퇴 요구를 기반으로 하는 조기전당대회 개최론과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당을 비판하고 있는 초선들로 어지러운 한나라당에 ‘왕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1년여 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100일 동안 근신해온 이재오 전 의원이 정치 활동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이 전 의원은 “자유롭게 활동 공간을 넓히겠다”며 향후 보폭을 크게 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때를 맞춰 이재오계가 8, 9월 조기전대 개최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러한 기류를 바탕으로 정치권은 이 전 의원의 조기전대 참여를 통한 당권 장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지 1년 반. 이재오 전 의원이 정치 복귀를 향해 잰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귀국 100일을 기점으로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향후 계획, 정치 현안에 이르기까지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이 없어졌다.
이 전 의원은 귀국한 지 100일이 지나자 “미국에서 돌아온 지도 100일이 지났고 정권이 출범한 지도 1년이 지났다”며 “아이도 돌이 지나면 걸어 다니지 않는가. 앞으로는 자유롭게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목청 트인 이재오
귀머거리 벙어리 생활 청산

10개월간의 미국 유학과 귀국 후 100일 동안 “한강과 무악재를 넘지 않겠다”며 정치권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지만 충분한 시간을 장님과 귀머거리, 벙어리로 지냈던 만큼 이제 움직여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대선이 끝난 지 일 년 반, 총선이 끝난 지 이미 일 년이 지났으니, 한 정치인이 자중을 하거나 심사숙고를 해야 할 물리적 기간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정치 재개에 대한 의지를 다시한 번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이 움직이자 그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를 두고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정계 복귀와 관련한 수많은 ‘가설’ 중 가장 유력하게 꼽혔던 것은 재보선 출마다. 이 전 의원의 전 지역구이자 그가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해 원내 복귀를 하는 것.

은평을 지역구 의원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을 얻었다. 지난 4월 재보선과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끊임없이 이 전 의원의 출마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문국현 대표에 대한 재판일정상 문 대표가 중도에 낙마한다고 해도 은평을은 10월 재보선 일정에 포함되지 않게 되면서 이 가설은 물 건너갔다.


이후 제기된 것은 ‘입각’이다. 7월 말이나 8월 초로 예상되는 청와대발 정계 개편에서 신설될 정무장관 등 장관입각설, 대통령비서실장 중용설 등이 난립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입각에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각할 생각은 별로 없다. 나는 역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로 돌아가 정치인으로 활동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이로 인해 조기전당대회 개최가 주목받고 있다. 당 쇄신위가 제출한 쇄신안에는 조기전대 개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박희태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조기전대 개최는 ‘시기’가 문제가 될 뿐 개최 자체에는 별다른 이견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최측근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쉼 없이 조기전대 개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지난 5월 재보선 참패 이후, 새 지도부가 구성돼서 소위 근본대책과 근원적 처방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그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고 조기전대를 강조했다.

주목받는 조기전당대회
선거 통해 단번에 당 장악

이어 “10월이든 내년 1월이든 이 전 의원의 전당대회 참여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당 쇄신안도 나오고 당도 바뀌어야 하고 정부와 청와대도 뜻을 모아서 2기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 전 의원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소박한 뜻”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 전 의원의 정계 복귀에 긍정적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 전 의원의 거취는 어떤 경우든 간에 전당대회에 참석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달려있다”면서 “당내 영향력을 가진 분들은 모두 당무 전선에 나오라는 것이 쇄신파의 주장인 만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논리는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오계가 주장하는 조기전대 시기는 8~9월이다. 김용태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을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변화가 당에서도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맞춰 당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조기전대가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도 조기전대에 대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내년 1~2월 조기전대론은 (10월 재보선에 대한) 패배주의가 깔려 있다. 한나라당 쇄신 첫걸음은 팽배한 패배주의를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최고위원도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돼서 중요한 예산 결산 등 국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에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쇄신위가 생각하는 조기전대 시기는 내년 1~2월이다. 박 대표도 조기전대와 관련, 1~2월 개최에 힘을 싣고 있다. 8~9월 개최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10월 이전 조기전대
단단한 당권 만들 수 있어

이재오계가 10월 이전 조기전대 개최에 힘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은 이 전 의원의 출마를 통한 정계복귀뿐 아니라 ‘이재오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당의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했던 이상득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을 하면서 중추를 잃었고 초선 그룹마저 세 갈래 이상으로 갈린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오합지졸’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조기전대를 통해 당대표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당권을 위해서는 이들을 ‘하나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당이 뭉치는 가장 좋은 계기는 ‘선거’다.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당 안팎의 힘은 빠르게 하나로 모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가장 빠른 선거가 10월 재보선이다. 이재오계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10월 재보선이 열리기 전에 조기전대를 개최해 이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대표가 부재했을 때는 차순위자가, 그 다음에는 다음 순위를 차지한 이가 대표직을 승계했다”면서 “차순위자의 대행 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 전 의원의 ‘당대표’ 구상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이 1년 반 동안 원외에서 활동하면서 정치권과 긴밀한 물밑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데다 조기전대를 준비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정 최고위원에게로 당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의원은 “여의도로 가지 않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차로 가면 1분 거리지만 내가 바라보는 한강다리는 엄청 길다”면서 여전히 정치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제 5년 단임 정부에서 3분의 1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 정권 탄생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죄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이 정부의 성공에 필요한 일을 해야겠다”고 말하는 등 정치 재개에 대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 국정보고대회에 참석했으며 13일에는 중앙대에서 강연했다. 이달 말에는 영호남을 방문해 농촌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달 말께 자신의 정치구상을 담은 <나의 꿈, 조국의 꿈>이라는 자서전 출간도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 11일 이 전 의원의 팬클럽 ‘재오사랑’이 울산과 고양 등에서 지회 발대식을 갖는 등 전국조직 완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오사랑’은 회원을 1만명 수준까지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이재오-정몽준 밀월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당권을 맡고 정 최고위원의 대권을 밀어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정 최고위원이 조기전대에 찬성하며 “박근혜든 이재오든 나오라”고 외치는 것은 계파 수장들끼리의 일전을 불사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이 전 의원의 출마를 쉽게 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은밀히 나도는 밀월설
이재오-정몽준 ‘일 낸다’

또한 정 최고위원이 “10월 재보선도 있고 지난 1년간 세상도, 정치 분위기도 변했고 당원들이 지도부를 바꾸라는 뜻이 강하다면 (10월 이전에 전대를 개최)해도 되지 않느냐”고 한 것도 사실상 이재오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것.

이 전 의원이 향후 행보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에도 정 최고위원이 자리를 함께하기도 했다.

정가 관계자들은 “조기전대에 대한 수많은 구상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어떤 것이 ‘진짜’인지는 조기전대가 개최되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면서도 “9월 정기국회 개최 전 결단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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