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손학규 ‘10월 복귀론’ 내막

2009.07.21 10:37:34 호수 0호



정동영, 민주대연합 ‘선발투수’
손학규, 10월재보선 ‘구원투수’로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 뒤로 물러났던 민주당 안팎의 거물들이 은밀하면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밖에서 시선을 끌고 있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미디어법과 관련, 발품을 팔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도 자주 만나며 거리를 좁히고 있고 복당 논의도 수면 아래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야인으로 돌아간 손학규 전 대표도 물밑행보를 걷고 있다는 전언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당의 요청에 따라 지원유세를 나선 후 충북지역을 돌며 민심을 챙기고 있다는 것. 당 지도부에서 ‘삼고초려’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가가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민주당 밖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과 민주당 안에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다. 둘 다 민주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이들이라 발걸음 하나하나가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

정 의원과 손 전 대표의 정치적 궤적은 묘하게 이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당에 몸담고 있던 정 의원과 손 전 대표가 만나게 된 것은 지난 17대 대선에서였다.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뛰쳐나와 새로운 민주진영을 건설하고 있었고 손 전 대표는 “시베리아에서 꽃을 피우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진영을 찾으면서 이들의 인연이 이어진 것.

정 의원과 손 전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다. 정 의원은 대선후보가 됐고 손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의 선두에 섰다. ‘같은 배’를 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쓰린 패배를 맛봐야 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은 무너지지 않았고 정권은 교체됐다. 쓰린 속을 가다듬기도 전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이들은 또다시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당 거물이라는 이유로 수도권에 전략 공천된 것. 둘 다 표밭이라고 칭해지는 지역구가 있었지만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을 살리겠다는 각오로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동영-손학규
따로 또 같은 걸음


정 의원은 동작을, 손 전 대표는 종로에 출마했고 나란히 낙선했다. 이후 정 의원과 손 전 대표는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정 의원은 미국 유학을 택했고 손 전 대표는 강원도 춘천으로 칩거, 야인으로 돌아갔다.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자의 반 타의 반 정치권을 떠나야 한 것까지는 같았으나 4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이들의 상황은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다.

정 의원은 전주 덕진 재선 출마를 위해 당을 뛰쳐나왔다. 정 의원은 원내복귀에는 성공했지만 당에 박힌 미운털이 가시지 않아 복당 문제는 풀릴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다.

반면 손 전 대표는 당의 구원요청에 구원투수로 수도권에서 지원유세에 나섰다. 손 전 대표는 “사정이 위중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려고 나왔다”며 “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칩거를 깬 이유를 밝혔다.

4월 재보선에서의 지원유세를 계기로 정치권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었던 손 전 대표는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최근 정 의원과 손 전 대표의 ‘10월 복귀설’이 제기되고 있다. 10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정 의원의 복당과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

민주당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바람’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강화, 서민행보로 치고 나가면서 민주당은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왔다. 그것이 ‘민주대연합’이다. 친노 진영이든 정 의원이든 시민사회진영이든 힘을 합쳐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월 재보선에서 다시 한 번 승리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다음 총선, 대선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길목인데 자칫 잘못하면 분열로 인해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정 의원의 복당문제를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난 공천 선거과정에서 불신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상태인데 선거가 끝났으니 무조건 함께 가자는 것은 정 의원도 입당해서 당원증을 받고자 하는 목표가 아닐 것”이라며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당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복당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정동영계뿐 아니라 전체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도 이러한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치권으로 복귀한 후 민주당의 상황을 고려, 복당 문제를 미뤘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 최대 이슈인 미디어법과 관련해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여의도역을 찾아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에게 직접 배포하는가 하면 국회 본청 중앙홀 점거농성장을 찾아 미디어법 저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격려했다. 미디어법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사회단체인 미디어국민행동과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민주당이 추천한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들과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서 움직이자
‘10월 복귀론’ 꿈틀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선자들을 대표해 선서문을 낭독한 뒤 인사말에서도 ‘미디어법’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유가족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경제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언론법)을 강행처리하면 분명히 정치는 파국으로 갈 텐데 아무에게도 득이 안 되지 않겠나. 의연하게 서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지적한 것.

당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 의원의 복당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고 ‘때’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10월 재보선을 전후 해 복당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면서 “민주진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다들 동의하고 있는데다 정 의원도 재보선에서 역할을 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 의원이 의원들을 만나는 횟수가 는 것으로 안다”면서 “민주당 의원들과는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의 복귀 시점도 10월 재보선과 맞닿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촌부로 돌아가 강원도 춘천에 칩거한 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재보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이외에는 춘천에서 자연을 벗하고 살고 있다.

칩거 중이라던 손학규
물밑행보에 복귀론까지


그러나 지역 정가는 손 전 대표의 행보를 다르게 짚고 있다. 충북 정가에 따르면 손 전 대표는 최근 충주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의 바로미터인데다 자유선진당의 세가 강한 충남지역과는 달리 민주당이 약진하고 있는 충북에서 민심을 살피고 있는 것.

충북 정가 인사는 “손 전 대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손 전 대표가 당 안팎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어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기회가 있었음에도 철저하게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 등을 보며 중도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손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지지세력인 ‘선진평화연대’도 활동 중이다. 중앙조직은 쉬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회원을 중심으로 활발한 모임을 갖고 있다. 복잡한 국회 상황 때문에 미뤄졌지만 최근에는 충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충북선진평화연대 회원들이 화양동에서 모임을 갖기로 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의 행보가 10월에 있을 재보선을 통해 정계에 복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 의원을 비롯해 이재오 전 의원 등 지난 18대 총선에서 물러났던 이들이 하나둘 복귀하고 있는 만큼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도 더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원내 복귀 후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손 전 대표를 찾아 삼고초려 했다고 한다”면서 “10월 재보선 전에 손 전 대표를 여의도로 불러들이는 문제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일부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손 전 대표를 찾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면서 “손 전 대표의 사람들이 당내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복귀하게 되면 상당한 지원군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경우 지역구는 수원 등 수도권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지난 4월 재보선에서도 수도권에 대한 영향력을 드러낸 바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가 한 인사는 “손 전 대표가 소리없이 1년여를 보낸 데다 지난 4월 재보선 지원사격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이미지가 좋아진 것으로 안다”면서 “선대위원장 등 직함도 마다한 채 평당원 신분으로 최대 격전지였던 부평을과 시흥 등 수도권 구석구석을 누볐고 스스로도 ‘손일병’이라고 할 정도로 낮은 포복을 보였다. 4월 재보선 지원을 계기로 정치권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다시 칩거하는 것으로 떨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모습이 다른 이들과 차별된 것은 확실하다”면서 “당이 10월 재보선 승리와 민주대연합 등을 들어 삼고초려하면 출마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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