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육참골단(肉斬骨斷)’ 승부수 진짜 속내

2009.07.07 09:41:27 호수 0호

대운하 포기 대신 핵심정책 지키고… 지지율 살리고…


“임기 내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 조건 완전해제
‘중도강화론’ 알리기…서민·중산층·실용 등 강조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사실상 포기했다. 한마디로 ‘육참골단(肉斬骨斷)’ 승부수다. 적에게 내 살을 내어주고 적의 뼈를 끊는다는 뜻으로, 지난해 6월 촛불의 힘이 거세지자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미뤄놨던 것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선언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임기 내’ 추진하지 않겠다고 묘한 여운을 남긴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홍보를 강화하면서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포기와 ‘중도강화론’을 강조하면서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국정동력을 새로 채우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귀추를 살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단호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중도강화론과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이 그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중도강화론’을 화두로 던졌다.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회 통합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중도강화론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중도층, 즉 ‘집토끼’를 불러 모으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서울시장 당시만 해도 중도였던 이 대통령의 이미지가 집권 후 ‘강부자 내각’ ‘고소영 인사’ 등을 거치면서 보수로 각인되기 시작했다는 것.

중도강화론 카드
MB다움의 회복

또한 촛불정국 등을 통해 기존 지지층이 흩어진 것은 뼈아픈 패착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중도강화론’은 이 대통령이 보수로 굳어지면서 잃어버린 중도층을 되찾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힘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 대통령의 자문그룹인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가 중도 강화를 지속적으로 조언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가세, 중도실용론의 부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중도강화론’을 강조한 후 서민 행보도 본격화했다. ‘중도 강화’를 강조한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와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대학입시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주문한 것. 신혼부부 및 저소득층 주택 제공 확대 등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서민생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8월 신설 예정인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도 자연스러운 통합의 선상에서 이뤄졌다.

또한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등 사회 곳곳을 찾아 시민들과의 스킨십도 늘렸다.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 역시 ‘중도강화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가 이 대통령의 경직된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2006년 처음 공개된 후 당내 경선과 대선과정에서 핵심 공약이 됐다. 대선이 치러질 때부터 국민적 반발을 샀으며 지난해 촛불정국이 절정을 이루면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대통령을 대표하는 정책으로 인식돼 왔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녹색성장도 한반도 대운하와 연관돼 반대에 부딪쳤다.

때문에 이번에는 과감한 선언을 했다.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라는 단서 조항도 없이 “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포기 선언을 한 것.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믿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면서 “정치하기 오래 전, 민간 기업에 있을 때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고 실은 1996년 15대 국회 때 당시 정부에 운하는 꼭 해야 할 사업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래서 중심적인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어 국론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정부에서는 그걸 연결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고 내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확언했다.

이 발언으로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를 잃었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은 이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포기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운하 반대’를 외치며 뭉쳐있던 반대세력을 와해시킬 ‘틈’을 얻었으며 대운하로 의심받아 발목이 잡혔던 4대강 살리기와 녹색성장 등 현 정부 주요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이 대통령이 “일부 국민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상 이름만 바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겠다”고 한 것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버린 MB
유도탄으로 반MB 따돌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대운하 반대 여론이 적지 않고 꼭 추진해야 하는 ‘4대강 살리기’마저 대운하와 연계해 의구심을 갖거나 정쟁 도구화하는 현실을 보고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 의견을 자세히 소개하고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된 연설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반도 대운하는 포기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강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물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생태 환경과 문화도 살리고 국토의 젖줄인 강의 부가가치도 높이면 투입되는 예산의 몇십 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며 “4대강 살리기도 그런 목적인 만큼 더 이상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결단’에 주판 튕기는 소리가 요란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계산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추진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았다.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는데다 사업 일정 상 ‘미완성’으로 남을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집중한 후 이를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는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잇기만 하면 되게 만들어 놨는데 안 하겠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 중 ‘제 임기 내에는’이라는 말도 ‘차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동관 대변인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백지화 등의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해 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과 대운하 포기, 친서민 행보로 이어지는 일련의 발걸음을 정치에서 등 돌린 ‘무당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여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면서 역설적으로 중도층이 더욱 두터워졌고 이를 끌어안을 최선책을 찾은 것이라는 평이다.

살 베어주고
뼈를 취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 사회갈등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해당된다는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분열상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선진화되기 어렵다고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그의 중점분야인 경제 또한 국민소통과 화합이 없이는 힘들다는 것도 이러한 선택을 하게 했다는 것.

이들은 “현 정국에 대한 ‘근원적 처방’으로 거론되는 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뿐 아니라 청와대의 조직개편, 인적 쇄신을 통해 현재의 국정기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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