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박근혜 ‘차기대권플랜 풀가동’내막

2009.07.07 09:37:00 호수 0호

‘에너지정치’로 재충전…MB와 재결합 없다


박근혜 몽골 출장, 미국 방문 이어 친박계 의원들 동행
차기 지도자급 인물로 대내외 역량 과시, 자원외교 올인

박근혜 전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수선한 당내 상황에도 조용한 미소로 일관했던 박 전 대표지만 몽골 방문을 기점으로 주변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아직 당 쇄신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바깥바람을 쐬면서 조기전당대회와 개헌에 대한 고민으로 복잡한 머리를 정리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또한 측근들까지 대동한 외국 방문길은 대권을 향한 사전 행보라는 분석을 키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귀국과 동시에 조기전당대회에 대한 나름의 결론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 국내외 정치 상황에 대한 플랜이 하나둘 작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정중동. 멈춰있는 것 같지만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였지만 최근 상황은 더욱 그렇다.
박 전 대표가 오랜만에 외유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5박6일 일정으로 몽골 방문길에 오른 것.

몽골로 간 박근혜
자원에 관심, 교민에 손

몽골의회 산하기구인 몽 한의원친선협회의 초청으로 이뤄진 방문에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취임한 제5대 몽골 대통령 차히야 엘벡도르지 대통령을 예방하고 산자 바야르 총리, 담딘 뎀베렐 국회의장 등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양국 상호관심사를 논의했다.

또한 몽골 에너지광물부, 우라늄담당청 방문 일정을 통해 금, 우라늄, 납, 아연 등 풍부한 몽골의 광물자원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자원외교’를 통해 향후 몽골과의 외교에서 주요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도 출국 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에서 몽골 방문과 관련, “몽골은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과 남다른 관계에 있고, 세계적인 자원대국으로 우리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대표적인 나라”라며 “지정학적으로도 남북관계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방문길에는 친박 정갑윤, 유기준, 손범규 의원이 수행했다. 지난 미국 방문에 안홍준 유정복 서상기 이계진 유재중 이진복 이정현 의원 등 친박 의원들과 언론사들을 대거 동행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올 들어 두 번의 해외 방문에서 측근들을 대동한 것은 지난해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방문 때 측근 의원들의 동행을 막았던 것과 비교된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 방문 때처럼 국회 일정이 없는 기간이 아니라서 그 의미가 더 각별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박근혜’ 개인이 아닌 정치 지도자로서의 ‘박근혜’를 알리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올 들어 외국 방문은 대권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일정도 미국 방문과 비슷하게 짜여졌다. 주요 정치인들과의 만남뿐 아니라 교민간담회, 대성에너지파크 방문, 한국국제협력단 몽골 지원사업소 방문 등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측근들의 동행에 대해 ‘스킨십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미국 방문길에 함께했던 의원들과 몽골 방문을 함께한 의원들의 명단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국외 일정 동안 지근거리에서 함께하면서 짧은 시일 내에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몽골을 다녀오는 사이에도 친박계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당 지도부는 15명의 당협위원장 사퇴를 의결했다. 그리고 18명의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부산 서구 유기준, 부산 동래구 이진복, 부산 남구을 김무성, 부산 금정구 김세연, 부산 연제구 박대해, 부산 수영구 유재중, 대구 서구 홍사덕, 대구 달서갑 박종근, 대구 달서을 이해봉, 대구 달서병 조원진, 인천 서구 강화을 이경재, 경기도 안산상록을 홍장표, 경북 구미을 김태환, 성주고령칠곡 이인기, 의성청송 정해걸, 상주 성윤환, 안동 김광림, 경남 진주갑 최구식 의원 등 대부분 친박 복당 의원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친박계에 비밀지령
경기도를 사수하라

박희태 대표가 “1개 도 전체를 친박에게 준 셈”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친박의 위상이 높아진 것.

그러나 시·도당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친이 친박간 계파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도당위원장은 공천권과 선거조직 관리 등을 맡는 현장사령관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대권주자들이 세를 키우는 등 역량을 확인해 볼 수 있어서 비주류인 친박계도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영향력이나 위상 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울시당이다. 친이 홍준표, 정두언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진영 의원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지만 친이계의 세가 강한 곳이어서 승리는 언감생심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기도에서는 친이계 정병국 심재철 의원과 친박계 유정복 한선교 의원이 후보군에 올랐다. 인천에는 친이 조진형 의원과 친박 이경재 의원이, 대구에는 연임을 노리는 친박 서상기 의원에 친이 이명규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부산에서는 이미 친박 유기준 의원의 추대가 합의됐고 강원도 역시 친박 이계진 의원의 유임 가능성이 높다.

친박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곳은 경기도당이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권으로 가는 교두보로 꼽히는 만큼 경기도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노른자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27개 시와 4개 군, 20개 구에서 치러질 선거에 대한 영향력도 빼놓을 수 없다.

박 전 대표도 이를 염두에 두고 유정복(경기 김포), 한선교(경기 용인) 의원을 동행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동행 의원의 수를 줄인 데도 시·도당위원장 선거 출마와 지원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것.

실제 박 전 대표는 몽골 방문을 앞둔 지난달 24일 경기도 광주시 성분도복지관에서 열린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무료접종행사에 참석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지만 공식 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지라 참석 자체에 시선이 쏠렸다.

몽골에서 돌아 온 후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도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당 내 소장파의 조기전당대회 요구와 박 전 대표를 향한 출마 요구,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론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국 전 안병훈 전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최병렬 한나라당 상임고문 등 자문 교수단과 측근 의원들을 두루 만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했다.

박 전 대표를 만난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과거 야당 대표 때와는 달리 지금 대표를 맡게 되면 여러 정책을 약속할 수도 없고 실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당정이나 당내 마찰만 심화되고 국민들의 신뢰만 잃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박 전 대표가 “내가 각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 이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서 ‘역할론’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출국 전 ‘정치적 조언자’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경청한데다 귀국 행보가 당 쇄신안 발표 시점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로 돌아온 박 전 대표가 당 내 상황을 정리할 ‘한마디’를 입 밖으로 토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생각정리 끝
귀국 후 행보 주목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는 출국을 전후로 정치현안에 대한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했다”면서 “당장 조기전당대회 문제나 개헌에 대한 것 외에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통할 획일적인 ‘원칙’이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이미 국내외에서 대선을 향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 것을 봐서는 먼저 손을 내밀지도, 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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