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위 조기전당대회론에 물러나는 박희태 ‘OK’
새 집 지을 후보들 마음은 상황 따라 오락가락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지난 3일 내각과 청와대 참모의 전면적 인적쇄신과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등을 담은 최종 쇄신안을 발표하고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공식 제출했다.
쇄신특위는 조기전당대회에 대해 당 내 10월 재보선 전 개최와 내년 1월 개최 요구가 있으며 이 중 내년 1월 개최 요구가 특위 내 다수의견임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조기전당대회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취임 1년을 맞았다. 그는 “해이해진 마음을 다시 조여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소리,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간의 소회와 각오를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조기전당대회가 개최될 시 일찍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조기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언제든 좋다”는 반응이다. 박 대표는 “임기가 앞으로 1년 남았지만 그것을 단축시키는 전당대회를 하자고 하면 지금 흔쾌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에 대해 “결단의 시시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면서 “결심하는 데 두 달, 석 달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마음을 정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박 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출마 준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양산 재선거에서 당선해 원내에 복귀한 뒤 후반기 국회의장직 도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차순위를 차지했던 정몽준 최고위원의 각오도 남다르다. 박 대표가 재선거에 출마하고 1월에 조기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그가 당 운영과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 최고위원은 조기전당대회에 찬성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제 비주류가 아니라 주류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내가 무소속 의원을 오래하지 않았느냐. 이제 당에 들어와 보니 주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당권과 대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 등 조기전당대회에 이름이 거론된 이들이 모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이 전 의원은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처지다. 이재오계가 요직에 앉은 것부터 이상득 의원의 2선 퇴진까지 모두 ‘이재오 복귀를 위한 시나리오’라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복귀할 경우 ‘형님’이 물러간 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친이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데다 박 전 대표와 겨눠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친박계는 조기전당대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조기전당대회에 나서서 승리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정 운영에 발을 맞춰줘야 하는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고 ‘팽’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전당대회에 나서서 대표가 되지 못했을 경우의 정치적 타격도 적지 않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위상이 한차례 추락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친이계를 꺾지 못했을 경우 친박계가 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주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 속에 물러나게 된 이와 당권에 도전하게 될 이들의 속내가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