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민심 ‘창에게 물어봐?’

2009.06.30 10:00:00 호수 0호



충청권에 마음 준 MB, 자유선진당 안고 범보수결집 구상
발끈한 선진당, 날 세우는 창…속내는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뿔났다. 청와대가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후임에 모두 충청권 인사를 기용한데다 여권에서 선진당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충청권 연대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개각이 이뤄질 시 이 총재, 심대평 대표가 후보로 거론돼 ‘충청권 연대론’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는 당장 이명박 대통령에 비판의 화살을 날리면서 선긋기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속내까지 그럴까”라는 의혹어린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총재의 ‘야심’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자유선진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충청권 연대론’ 때문이다. 청와대는 충청권 인사인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와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충청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선진당과의 연정론이 급부상한 것.

뜨는 연대론 불편한 창

여기에 가시화되고 있는 7월 개각에서 국무총리로 심대평 대표와 이회창 총재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충청권 연대론’이 뜨기 시작했다. 국정쇄신의 연장선상에서 선진당과 연정, 심 대표 등의 총리 기용설이 제기된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도 “쇄신파나 국민들이 탕평인사를 늘상 말해왔다. 이제는 어떤 지역을 뛰어 넘는 능력에 의한 인사, 그리고 어떤 국가적인 사업을 위한 인사에 대한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충청권 총리’의 입각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다만 그는 대연정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여러 가지 고민하고 접근해야 할 내용”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과 맞물리면서 ‘연대론’은 힘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1시간40여 분간 배석자 없이 3자 회동을 가졌다.

이후 선진당은 청와대 회동과 관련,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결론적으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고 정부로서는 일방적으로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숙원사업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정부 여당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세종시’ 문제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는 선진당에 이 대통령이 손을 내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범보수결집’을 위한 행보 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 충청권 민심을 얻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마땅한 차기 대선주자를 찾지 못한 이 대통령이 이 총재를 끌어들여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있다. 박 전 대표와의 화합책에 대해서는 줄곧 당 안팎에서 의견이 제시됐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이제는 당내에서도 화합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의 충청권 러브콜이 본격화되자 선진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이상민 정책위의장은 성명서를 내고 “최근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 국세청장 내정자가 충청 출신이라고 발표했는데, 참으로 가소롭다”면서 “그들이 언제 충청을 대변했고, 언제 충청인들과 깊은 유대를 가져왔으며, 충청인이라고 자처라도 한 적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의장은 일각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는 ‘충청인사 총리설’에 대해서도 “누가 그런 장난질을 하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왜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을 떠났고, 왜 이명박 정부가 점점 어려움에 빠지고 있는지 아직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이 국민 뜻을 무시하고, 법을 지키지 않으며,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지키지 않고, 독선적이고 일방적으로 국정운영 하는 자세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도 “청와대 회동 내용이 불만스럽다”고 쓴소리를 했다. 청와대가 회동 내용에 대해선 부인하면서 세종시 문제도 원칙적 언급만 있었을 뿐 구체안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론에 대해 “이 대통령 주변에 정신 빠진 사람들이 많다”며 “중도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좌도 우도 아닌 순수한 중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제가 생긴 것은 이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너무 우에 와 있어서 중도로 옮기면 해결된다는 생각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만의 대통령의 아니라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의 대통령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그러나 이 총재의 냉랭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그 안의 다른 ‘속내’를 짚어 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불거진 연정론은 선진당이 ‘잡을 수 없는 손’이었으며 한나라당을 향한 이 총재의 마음은 다르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둔 마지막 기회

실제 세종시라는 충청권의 숙원 사업이 물 건너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내민 손을 잡는 것은 지지기반을 뒤흔드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또한 이 총재는 보수를 등에 업은 인물로 현재는 야당의 입장에 있지만 뿌리는 한나라당에 있다. 대권을 향한 꿈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당만의 홀로서기로는 차기 대선은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정가 한 인사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승리와 자유선진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서는 ‘연정’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이번에는 때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정론’이 나온 직후 이 총재가 돌변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허를 찔리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발끈’하고 나오겠냐”고 반문하면서 “야권에 있음에도 야당인 민주당과는 거리를 두고 한나라당 주변에서 기웃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 내 그의 세력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서 “자기 정치를 하거나 친이, 친박 진영으로 흩어졌지만 재선 이상 의원들 상당수가 2000년 총선에서 이 총재로부터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단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총재가 이 대통령의 손을 잡느냐, 박 전 대표의 손을 잡느냐의 여부가 문제일 뿐 대권을 향해서는 누군가와는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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