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사단법인 형태의 가칭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 출범
외곽 조직 뭉친 개방형 연구소, 국내외서 세력 확장 중
주춤했던 정동영 의원의 대권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 의원은 4월 재보선에서의 승리로 호남에 대한 영향력을 확인하고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승리, 연승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곧 본격화될 것이라 예상했던 복당문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세균 대표가 민주당을 다시 손안에 넣으면서 향후 정세는 물론 대권행보까지 위협받고 있다. 정 의원은 9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가칭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를 통해 회심의 카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장은 ‘싱크탱크’에 불과하지만 대선에서 그를 도울 가장 든든한 우방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원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새로운 ‘호남 맹주’라는 호칭과 친DY계 원내대표 당선이라는 ‘기회’를 살려줄 새로운 카드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정 의원은 재보선 후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깊어지자 복당을 뒤로 미루고 지역기반을 추스르는 데 주력했다.
한경연 설립 준비 중
기존 조직 아우른 싱크탱크
그러나 여의도 복귀 후 ‘복당’을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악재가 터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다. 리더십 위기를 맞고 휘청거렸던 정세균 대표는 다시 당을 장악했고 정 의원의 복당론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중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설 계획이었던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한경연)’도 멈춰 섰다.
그러나 여야의 6월 국회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정 의원의 한경연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한경연은 전국적 조직 기반뿐 아니라 국외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정 의원이 대권 행보에 신호탄을 쏘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준비한 것으로 국내 복귀 후 대권을 위한 전진기지로 주목받았다. 정 의원의 귀국 전까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전주 재선에서 당선한 후 미 현지 회원들과 20여 분간 화상전화를 할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정 의원은 한경연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한경연을 씨앗으로 해서 우리는 한국에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의미의 진보는 그냥 과거 10년을 연장하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8000만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시대적 과제로 눈앞에 제기되어 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단 문제를 우리 시대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삶의 질 향상과 분단의 해소를 새로운 진보의 핵심적인 축으로 소개했다.
이를 위해 날로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보다 통합적인 경제, 보다 통합적인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남북관계를 극적으로 전환시켜내고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정책이 펼쳐질 때 우리의 역할과 비전을 분명히 하기 위한 연구를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연구소 슬로건을 ‘대륙으로 가는 길’로 정하고 이달 중 준비위원회를 구성, 친DY계를 끌어 모을 계획이다. 이미 미국 워싱턴, 뉴욕, LA 등지에 17개 지부 준비모임이 발족했으며 한국지부는 개방형 연구소를 표방,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해 1만명을 목표로 대대적인 발기인 모집에 들어갔다.
한경연에 참여할 친DY계 인사들은 누가 될까. 우선 한국지부 이사장에는 재보선에서 무소속연대를 형성, 동반 당선된 신건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한 기존 조직을 아우르는 싱크탱크의 역할 때문에 정 의원의 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 당시 내·외곽 조직에서 활동했던 100여 명의 교수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중에는 정 의원의 정책자문그룹이었던 ‘나라비전연구소(이하 나비연)’ 출신 인사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출범한 나비연은 당 내 경선과 대선 당시 정 의원의 선거전략과 정책 등을 짜는 실질적인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정책자문그룹과 조언그룹, 실무참모그룹이 방사형으로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나비연은 출범 당시 남궁석 전 국회 사무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권만학 경희대 교수가 연구소장을 맡아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을 참여시키면서 기틀을 세웠다. 이후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와 대외담당 부총장을 역임한 박명광 전 의원이 공동 이사장으로 영입됐다.
권만학 교수는 정 의원의 서울대 72학번 동기로 대학시절 유신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낸 것이 인연이 돼 30년을 같이 한 절친한 친구다. 지난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정 의원을 도왔던 그는 정책위원장과 통일·외교·안보 분야 본부장을 맡아 정책 파트를 진두지휘했었다.
이사장에 신건 거론
친DY계 전문가 집단 주목
연구소를 정점으로 정치·경제·통일외교 등 각 분야 대학교수들이 정책자문그룹으로 활동했다. 경제 분야 자문은 류근관 서울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교수,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김관옥 계명대 교수가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정 의원의 대학시절 스승인 최상용 고려대 교수와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 안병우 한신대 교수 등 자문을 담당하는 다수의 석학이 있었다.
정 의원과 서울대 72학번 동기인 배영수 서울대 교수, 임혁백 고려대 교수, 조형식 서울대 교수, 나성린 한양대 교수 등도 정 의원이 자문을 구하는 학자로 알려졌다.
신효근 전북대 치과대학장을 단장으로 한 자문교수단 50여 명의 교수진들도 그의 정책 브레인이다. 윤정모 전북대 학생처장, 최원철 전주대 대학원장, 이병렬 우석대 교수, 권병로 군산대 교수 등 도내 각계 대학의 교수진들은 과거 정 의원의 정책과 기획을 담당했다.
서유헌 서울대 교수, 김하수 연세대 교수,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 조성일 중앙대 교수, KIST 장현준 교수, 정무성 숭실대 교수도 그와 가까운 학자그룹이다.
정 의원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했던 이들은 새로운 싱크탱크에 참여, 녹록치 않은 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강재수 전 전북 정무부지사가 대표로 있는 ‘정동포럼’과 황의옥 전주시자원봉사자 회장이 대표로 있는 ‘평화경제포럼’은 정치는 물론, 경제·사회·문화·환경 등 전 분야에 걸친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전주고 동문이 주축을 이룬 ‘정동포럼’에는 이종인 전 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박종문 전 일본 요코하마 총영사가 포진하고 있으며 전주고, 서울대 동기동창인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과 고도원 전 청와대 연설담당비서관, 황병덕 민족통일연구원 박사, 미 라이스대 경제학과 교수인 채수찬 전 의원, 이현범 법무법인 세계종합 변호사, 조세형 전 의원 등도 전주고 인맥이다.
전국 회원 3만명이 넘는 교수 전문가 그룹인 ‘평화경제포럼’과 정 의원의 팬클럽인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도 한경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존 지지조직을 아우르는 싱크탱크에다 전국적 지원조직 역할도 하게 될 전망이어서 일각에서는 ‘홀로서기’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아니냐는 시각도 일고 있다.
살아있는 외곽조직
한경연 통해 결집 도모
일각에서는 ‘창당 가능’이라고 말할 정도로 친DY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인데다 운영원칙에 ‘역량 있는 모든 이들이 결집하는 인재의 산실’을 포함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 정치 신인 발굴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독자세력화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정 의원 측은 지도자 과정, 활동가 과정 등의 프로그램을 가동, 지방선거에 나설 인재양성에 나서기로 했으며 순회강연과 포럼도 준비하고 있어 이러한 관측은 힘을 얻고 있다.
정가 한 인사는 “정 의원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부터 그를 도왔던 인사들이 지난 대선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정책 브레인을 선보였었다”며 “이 조직이 다음 대선에서도 그를 돕기 위해 뭉칠 준비를 하고 있다면 한경연을 통해 탄탄하고 조직적인 기반이 단시일 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 인사는 “이미 대선을 경험해 봤던 이들인데다가 정책의 큰 줄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규모보다는 내실이 더 알찰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