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북정책 바꿔야 풀린다”

2009.06.09 09:23:00 호수 0호

햇볕 전도사 박지원 의원이 본 ‘新북풍’

북한의 군사 도발 후 남북간 긴장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거침없이 초강수를 내민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대북정책의 추진을 지켜봤으며 대북특사로 북과 직접 대화를 나눠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오바마 정부에 대한 압력’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인정하고 지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150일 전투’나 4월5일 장거리 로켓 발사, 5월25일 2차 핵실험 및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강경행보를 이어가면서 한반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의 행보에 대한 각계의 해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의 강경한 언행이 원활한 후계자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내부결집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 도발, 오바마 정부 겨냥

박지원 의원은 그러나 이러한 관측에 일견 동의를 보내면서도 북이 강경행보를 취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오바마 정부에 대한 압력’을 꼽았다.

박 의원은 “북한은 당초 후보 때부터 ‘김정일을 만나겠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오바마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오마바 정부가 취임 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 중동문제와 러시아 문제에 집중하면서 북한에 계속 무관심하자 시선을 끌기 위해 강경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1994년 제네바협정과 2005년 9·19 합의를 통해 두 번 핵을 포기한 적이 있는 북한이 오바마 정부의 등장에 잔뜩 기대를 했으나, 오바마 정부가 쳐다보지도 않자 불만이 생기고 초조해져 생긴 일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때문에 박 의원은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보일 때까지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행보가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지만 북이 핵실험 이후 ICBM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후속타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더욱 긴장상태로 몰아가면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서해상에서 남북간 군사적 충돌, 비무장지대와 판문점 등지에서 국지적인 도발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정운 후계체제’ 수립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자 박 의원은 “나는 북한 내부문제에 대해 상세히 알지는 못한다”고 한 발 물러났다. 다만 “후계자가 임명됐다고 하면 북한 정권의 속성상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강압이 있을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과시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남북관계는 악화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미국과 북한이 가을부터 대화를 할 것”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5월4일부터 8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사실상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났고, 서울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했는데 박 의원은 두 자리에 모두 배석해 대화내용을 들었던 것.

그는 “(당시 오간 대화)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었다”며 “중국은 국제적 고립상태로 초조해져 있는 북한을 설득해서 미국과 수교하도록 중재하고,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9·19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이런 노력을 하고 오바마 정부의 대북라인 정비가 마무리되면 가을쯤부터 북미간 대화가 시작될 것이었다는 말”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통한 남북관계의 정상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햇볕정책의 전도사’였던 박 의원에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북의 강경행보 후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9.8%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 24.9%를 크게 앞지를 정도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아예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믿지도 않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활발히 움직이고 북한은 강경한 언행만 쏟아내고, 일본은 훼방만 하고 있는데 정작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금 이명박 정부에 대북정책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있냐”면서 미국 여기자들은 면담을 하고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고 재판을 받아 곧 석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 정부는 개성공단에 억류된 직원이 개성에 있는지, 평양으로 갔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다리는 것도 정책이라고 하는데 속수무책인 가운데 사실상 남북관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박 의원이 생각하는 북핵문제와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법은 무엇일까.


박 의원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처방은 효과도 없을 뿐더러 북한이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지금은 최고위층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신성시하는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문서는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 두 가지뿐인데 북한에게 성경과 같은 존재인 두 문서를 제쳐두고 교과서 수준에 불과한 총리가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를 갖고 대화를 하자고 하니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

그는 “방법은 딱 한가지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대통령이 직접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인정하고 지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도 움직이고 남북관계를 해결할 실마리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남북간 단절된 대화의 물꼬를 트고 보다 심도있는 대화를 위해 ‘특사’를 교환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MB 대북정책 ‘없다’

박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북한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 대통령이 직접 6·15와 10·4 선언을 인정하고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특사 파견 등을 제안하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특사로 김 전 대통령과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내 경험에 비춰보면 이 대통령의 특사는 이 대통령의 음성을 전할 수 있고 끝까지 임기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에서도 특사를 믿고 대화상대로 인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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