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리스트 후폭풍>검찰 VS 정치권 대충돌 내막

2009.05.12 10:23:37 호수 0호

‘오월사정’에 서초 ‘후끈’ 여의도 ‘북풍한설’


잔인한 5월이 시작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로 주춤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박차를 가하면서 정치권이 전방위 사정 칼바람에 떨고 있다. 국회 일정 등을 고려, 의원들의 소환을 미뤘던 검찰은 한 달여 간 갈아놓은 칼날로 정치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제까지 검찰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맞춰졌던 만큼 5월 사정은 박연차 회장과 관련,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의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박 회장에게서 직접 금품을 받은 이들 외에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등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받은 이들까지 더해지면 사정의 범위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4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전 여권 인사들이 검찰에 불려갔지만 5월엔 여야를 막론한 전방위 사정이 펼쳐질 것이다.”
최근 정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월 사정설’이 확산되고 있다. 3월에 탄력을 받았던 정치인 소환조사가 4월 임시국회 기간에 주춤하다 국회 일정이 없는 5월을 기점으로 여야를 넘나드는 칼바람을 뿌릴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는 탓이다.



검찰 조사 1순위 천신일
MB측근에 박연차 ‘의형제’

정치권 주요 인사 중 우선 조사대상에 오른 이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다. 천 회장은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함께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 회장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모두 1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 대납 의혹, 대선을 앞두고 자사 주식을 처분해 만든 300억원도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 회장에 대한 조사의 파급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박 회장과도 수년간 호형호제한 사이로 박 회장과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박진 의원도 천 회장의 소개로 박 회장을 만났다.

정가는 검찰 수사가 천 회장 ‘너머’를 겨냥할 수 있다면 이상득 의원 등 여권 핵심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에 대한 수사에 대해 “대선자금을 타깃으로 한 수사가 아니다”라면서도 “수사를 시작했으니 어디로 번질지는 모른다”고 여운을 남겼다.


소환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도 박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한 ‘연결고리’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06년 박 회장에게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소개, 20여 명에게 1억여 원의 정치 후원금을 제공했다 구설수에 오른 바 있으며 PK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박 회장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3월 중순 ‘박연차 정·관계 로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후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 회장한테서 1억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12만 달러와 현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하는 등 정치권에 대한 1차 수사에서 6명의 전·현직 정치인이 구속됐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됨에 따라 구속된 이들과 소환된 의원들에 대해 증거 확보에 집중하고 처리는 5월로 유보했다. 이에 따라 구속된 6명의 정치인들 외에 소환조사를 받은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서갑원 민주당 의원,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될 방침이다.

배기선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한도액을 초과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배 전 의원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이 가장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것은 검찰이 선거관리위원회에 후원금 내역을 요청한 정치인 20여 명이다. 천 회장에 대한 수사가 여권 핵심을 노리거나 김혁규 전 지사가 소환, 새로운 ‘거리’를 만들어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전 여권을 향하던 검찰의 칼날이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나 박진 의원 등 현 여권인사들을 향하는 등 다음 타자가 누가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미 혐의가 드러난 이들이 아니라 ‘앞으로’ 혐의가 나타날 이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눈 없는 검찰의 사정칼날
혐의 있는 이들 더  있다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 박진·허태열·권경석·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우윤근·김우남 의원,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등의 후원금 내역을 건네받아 조사했으며 이중 김무성·권경석 의원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후원금 내역으로 인해 10여 명이 기소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의 2008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내역에 따르면 박 회장 본인이나 부인·자녀 명의의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은 없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측근인 정승용 정산개발 대표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과 민주당 김우남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냈다.

또한 정 대표의 동생인 정범영 김해 삼산종합건설 대표도 같은 시기 김정권 의원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에게 500만원씩 냈다.


박 회장이 최근까지 이끌어온 김해상공회의소의 박영석 김해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으며 강복희 김해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김정권 의원에게 500만원을 냈다.

박 회장이 인수한 휴켐스 직원 임모씨와 박모씨 등 두 명은 민주당 이강래, 우윤근, 서갑원 의원에게 500만원에서 1000만원씩 전달했다.

이 중 김정권 의원은 2006년에도 태광실업 임직원 양모씨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부산·경남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연루됐다고 보는데 매우 불쾌하다”며 “2004년 당시 당적을 옮겼거나 부산·경남 지역에서 고위 지도층에 있던 인사 등이 박 회장의 로비대상이었을 것이고, 나는 당시 박 회장의 돈을 받으면 독약이 될 것이라고 주변인들에게 조언했다”고 답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이번 사건이 시작된 후 실명이 거론된 인사만 70여 명”이라며 “PK지역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정치권에 금품을 뿌린 박 회장의 스타일상 현재까지 검찰에 소환되는 전·현직 정치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 정기국회까지 현직 의원들의 소환이 이뤄지면 여의도의 분위기도 뒤숭숭해질 것”이라며 “‘박연차 게이트’ 검풍의 파괴력은 아직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의원 모금 내역
‘연차 수당’ 받은 의원 상당

이미 ‘친노’의 살점이 뜯겨나간 야권보다는 여권에서 초조한 기색이 읽힌다. PK를 기반으로 한 정당은 여권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기는 하지만 양쪽 진영에 줄을 대고 있었던 데다 사업을 위한 특혜 부분과 관련, 여권과의 거리감이 가깝기 때문. 4·29 재보선 참패로 당 쇄신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타격이 더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설로만 돌았던 ‘박연차 리스트’처럼 ‘PK사정설’도 현실이 될까 두렵다”면서 “당 핵심 인물들이 검풍에 휘말리면 가뜩이나 힘든 당이 휘청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한 대대적인 사정이 이뤄지면서 검찰과 정치권의 대결구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검찰은 한 달여 간 준비해온 증거를 토대로 속전속결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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