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살얼음판 ‘당권이 뭐길래…’

2009.05.12 10:13:44 호수 0호

정세균·정동영 복당 힘겨루기 속사정


수도권 챙긴 정세균 vs 민주당 안방 차지한 정동영
원내대표 경선 ‘분수령’으로 냉각기 지나 갈등 폭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복당 힘겨루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정 대표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고 정 전 장관은 복당에 서두르지 않겠다며 관망에 들어갔다. 그러나 속내는 영 다르다. 설전이 오가지 않고 있을 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복당은 정 전 장관이 당으로 돌아온다는 것 외에도 전·현 주류의 승부이자 당권, 대권을 둔 전초전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수도권 쟁패를 필두로 취임 초부터 공들인 ‘뉴민주당 플랜’으로 당권 굳히기에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이고, 정 전 장관은 원내대표 경선까지 당내 기류 변화를 관찰,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이 민주당과 당분간 냉각기를 갖기로 함에 따라 정 전 장관과 당 지도부의 갈등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 기류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로 이어지면서 정 전 장관과 정세균 대표가 보이지 않는 칼을 숨기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복당’이라고 쓰고 있지만 ‘당권전쟁’이라 불리는 거물들의 진검승부가 차기 원내사령탑을 둔 ‘대리전’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vs 정 대결 2라운드

김부겸·이강래·이종걸 의원이 뛰어든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주류와 비주류간 계파싸움인 동시에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주류측 인사인 김부겸 의원은 정 전 장관의 복당에 대해 “언급조차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연대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은 정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하자 그에 대한 공천을 주장했다. 복당 문제가 불거지자 ‘빠른 해결’이 있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침묵을 지킨 정동영계 이강래 의원은 ‘화합형 인사’로 꼽힌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이종걸 의원과의 후보단일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에 박지원 의원이 뒤늦게 경선에 합류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당 원로와 중진의 권유로 출사표를 던진 박 의원은 “계파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통합으로 민주당을 살리고 대여투쟁을 효과적으로 할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양측을 모두 경계했기 때문. 계파갈등을 피하고 싶은 이들이 박 의원을 선택할 경우 정 전 장관의 복당문제도 그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측은 “당이 정 전 장관을 배제한 뒤 선거를 치르는 동안 양측이 다소 갈등을 겪는 것으로 비쳤던 만큼 서로 오해를 푸는 냉각기가 필요하다”면서 복당계 제출을 미루고 당선인사 등을 명분으로 이달 중순까지 전주에 머물 예정이다. 원내대표 경선과 비주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신의 복당 문제를 둘러싼 당 내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을 주류와 비주류 간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민주당을 잘 이해한다면 주류와 비주류라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이는 과거 총재가 있었을 때나 통하던 얘기”라며 “(계파싸움으로 보는 시각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 같아서 사실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어 정 전 장관의 복당문제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입장에서 “해결한다면 적절한 시점에서 해야 하고, 영원히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당이 모처럼 선전을 한 상황에서 복당 문제로 시끄러워지면 당 내부가 분열되는 것은 물론 6월 정기국회에서 미디어악법 처리에 온 힘을 다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보선에서 불기 시작한 순풍을 타고 지지율 상승을 노리면서 ‘대안야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까지 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 대표는 4·29 재보선 선거운동 과정을 설명하면서 “민심을 살펴보니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6개월, 1년 전과는 현저히 다른 의식을 확인했다”면서 “한가하게 내부에서 싸우고 있을 여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파갈등’에 집중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이 원내대표 선거를 이상하게 끌어 붙여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민주당에 오랜만에 쨍하고 해가 떴는데, 햇살을 가리지 말고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회심의 카드로 품고 있던 ‘뉴민주당 플랜’을 꺼내들었다. 정 대표의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뉴민주당 플랜’은 복잡한 당내 사정으로 발표가 미뤄졌으나 재보선 승리라는 상승세를 지원할 후속타로 모습을 드러낸 것.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뉴민주당 플랜’에는 당의 노선을 ‘새로운 진보’로 변경, 선명성을 강조했으며 정강·정책 등 분야별로 당의 정체성과 비전이 제시돼 있다. 또한 지방선거에 대비한 인재육성과 전국정당화로의 구상도 포함, 수도권에서의 승리로 도약의 밑거름을 마련한 정 대표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정 전 장관과 정 대표의 휴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당계 제출을 미룬 정 전 장관이나 그의 복당에 대해 너그러워진 정 대표나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진 당과 수도권과 호남으로 나뉜 지지층을 고려,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뿐 ‘복당’ 문제가 품고 있는 본질이 ‘당권경쟁’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빠른 시일 내에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박자 쉬고 진검승부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 대표는 수도권 교두보를 확보했지만 당의 뿌리인 호남 지지기반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정 전 장관은 텃밭은 차지했지만 당의 품에 안기지 못한 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 전 장관이 정계복귀를 한 만큼 내년 전당대회까지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주도권 다툼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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