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성향 바뀌면서 판매량 20% 증가
지난 2006년 창업시장에 붐을 일으켰던 막걸리가 3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름철을 겨냥한 얼음막걸리가 인기를 끌었지만, 겨울철 비수기를 극복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불황이 깊어진 요즘 소비자들의 가벼워진 지갑을 저렴한 막걸리가 열게 하고 있다는 것. 막걸리는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 개발로 인한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에 주류를 판매하는 일반음식점에서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퓨전주점 창업자는 “여름이 가까워져서인지 소주나 맥주 대신 막걸리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막걸리 업체에서 들여오는 양도 예전보다 늘렸다”고 말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주류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로 독보적 자리를 지켰던 막걸리가 수입맥주와 낮은 도수의 소주, 와인 등이 인기를 끌면서 1988년 맥주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현재 3%까지 전락하게 됐다.
저가격·고품질 소비급증
3~4년 전 막걸리가 창업시장에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면서 주점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막걸리에 주목했었다. 그 당시 막걸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색다른 차별성을 찾지 못해, 흘러가는 트랜드로 묻혔었다.
최근 부활한 막걸리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판매량이 20%가 넘었다. 대표 서민주로 통하는 소주마저 판매가 주춤할 정도로 불황기 술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 막걸리만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몇 년 전 막걸리 창업이 유행했을 때와는 막걸리 소비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막걸리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점과 달리, 주류를 판매하는 모든 곳에서 막걸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주전자에 담아서 따라먹는 방식이 아닌, 소주처럼 병에 담긴 막걸리를 선호한다. 탁주뿐만 아니라 청주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음식점 창업자들은 막걸리 매입량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가격대비 용량이 크고 맛이 좋기 때문에 요즘같은 불황에 딱이라는 것.
막걸리 전문점을 창업하면 위험요소도 많이 따르고 계절성을 탄다는 부작용이 많이 있었지만, 메뉴에 막걸리를 추가하는 것은 비용도 적게 들고 고객들에게도 부담이 적기 때문에 막걸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부나 부침과 어울린다는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라지고 있다. 막걸리와 곁들이는 안주를 살펴보면 흔히 소주, 맥주와 먹는 일반 안주들이 많다. 낮은 자리에 있었던 막걸리가 이제는 소주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