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먹구름’ 박근혜는 ‘햇살 쨍’

2009.05.12 09:31:58 호수 0호

여권 4인방 ‘대권 기상도’ 관측

여당 차기주자들의 대권 기상도가 4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변하고 있다. 침묵했지만 친박계 후보의 당선으로 영남맹주임을 재확인한 ‘선거의 여인’ 박근혜 전 대표는 이후 미국행에 나서면서 ‘대선행보’임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 고위 인사들과 회동하고 교민들을 만나 대선 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참패로 득을 본 이는 박 전 대표뿐이 아니다. 이재오 전 의원도 이상득 의원의 패배로 ‘박근혜 대항마’로 떠올랐다. 친이계의 중심축이 이 의원에서 이 전 의원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정계 복귀 명분을 쌓아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정몽준 최고위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번 재보선으로 체면을 구겼다. 정 최고위원은 텃밭인 울산에서 지원군으로 나섰으나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 앞에 무릎을 꿇었으며 김 지사는 인천 부평을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만나 쓴맛을 봤다. 이들은 당의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며 비구름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대권기상도는 하루는 흐렸다 하루는 맑았다를 반복하며 한 치 앞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하지만 그 흐름의 큰 맥을 짚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선거’다. 정치인은 선거로 그 영향력을 평가받기 때문에 대권기상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거 후 대권주자 기상도
박근혜 ‘구름없이 맑음’

4월 재보선 후 여권 대권주자 4인방의 대권기상도 중 가장 맑은 것은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재보선 유세현장에 나타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등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정중동행보로 가장 많은 것을 얻어냈다.

재보선 최고의 격전지였던 경주에서 친이계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은 친박계 무소속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승리를 일궈낸 것. 경주 재선은 친이계와 친박계의 계파 대리전인 동시에 이상득 의원과 박 전 대표간 숨은 칼날이 오간 혈전지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후보였던 정종복 전 의원은 이 의원의 최측근이자 친박계를 향한 공천칼날을 휘둘렀던 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특보였던 정수성 전 육군대장이 박 전 대표와의 사진 한 장으로 승리를 일궈내면서 승리에 많은 ‘의미’가 실리게 됐다.

박 전 대표는 ‘선거의 여인’이자 ‘영남 맹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으며 친박에 대한 당 주류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민심의 심판’을 전면에 세울 수 있게 된 것.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우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여 세 확장도 노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친박계와의 화합을 위해 원내대표나 사무총장을 친박 인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당청회동에서 여권 화합방안으로 제시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이명박 대통령의 추인과 소장파의 지원사격으로 가속도가 붙은 것.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당헌·당규를 어기는 식의 원내대표 선출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의화·안상수·황우여 의원 등이 원내대표를 하기 위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들을 주저앉힌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이계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계파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마이웨이 행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추대론’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경선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 된다”고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당의 한 중진인사는 “박 전 대표의 반대는 ‘진정성’ 때문”이라며 “그동안 친박계를 끌어안겠다는 ‘말’만 되풀이 해 온 상황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꿰뚫어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재보선 후 그간의 침묵을 깨고 당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날렸다. 그는 재보선 참패 후 거론되고 있는 당 쇄신안과 관련,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원내 정당화, 공천시스템 투명화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쇄신안은 내가 대표 시절에 했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5박7일 미국 일정에 돌입했다.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초청에 따른 이번 방문에는 안홍준(경남 마산)·유정복(경기 김포)·서상기(대구 북구)·이계진(강원 원주)·유재중(부산 수영)·이진복(부산 동래)·이정현(비례대표) 의원 등 친박 의원들과 언론사들도 대거 동행했다.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싱가포르 방문 때와는 달리 의원들의 동행을 막지 않은 것.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측근들과의 스킨십 강화’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동행은 박 전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인데다 박 전 대표는 이번 방미 과정에서 집권당인 민주당 등을 비롯한 고위급 조야 인사들과의 면담뿐 아니라 교민들을 만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번 교민 간담회는 해외동포참정권 허용 이후 처음으로 갖는 것으로 교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대권 포석을 깔아두려 한다는 것이다.

직격탄 맞은 ‘형님’
이재오 ‘햇살 쨍’

박 전 대표와 동행하는 친박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미국 방문이 대권 행보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동행하는 친박 의원들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라며 “박 전 대표는 분명한 대권 주자인데 숨길 것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같이 가는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라. 수도권, 대구, 경북, 부산 심지어 호남까지 다 있다”면서 “교민간담회에서 각 의원들이 지역별로 나눠 앉아서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재보선에서 탄력을 받아 대권을 향한 가속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이상득 의원은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0대5’ 패배를 당하면서 사실한 한나라당을 관리해 온 이 의원의 책임론이 대두된 것. 경주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던 정종복 전 의원도 이 의원 측 인물인데다 재보선뿐 아니라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여 ‘2선 퇴진론’이 불붙고 있다.

이 의원 측도 이를 의식한 듯 “앞으로 당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 의원이 정치 전면에서 한 발 물러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이 주춤하면서 반대급부를 누린 것인 이재오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귀국 후 “당분간 한강과 무악재를 넘지 않겠다”며 당분간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 참여와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에서도 정치적 해석이 일 수 있는 행보는 사전 차단해왔다.


그러나 친이계를 아울러온 이 의원이 물러남에 따라 이 전 의원이 그를 대신해 친이계 중추에 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제기된 것. 5월 한달 동안 당 쇄신과 관련한 주장과 검찰의 정치권 사정이 거셀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 전 의원의 역할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권을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우선 강의로 활동을 재개했다. 7일 모교인 중앙대 국제대학원생들에게 ‘동북아 평화번영공동체’에 대해 강의한 것. 당장의 ‘역할론’에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10월 재보선 등으로 자연스레 정계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하나둘 쌓아갈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에서 힘겹게 뛰었던 정몽준 최고위원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울산에서 당 후보의 조력자로 유세에 나서는 등 많은 공을 들였으나 열매는 맺지 못했다.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 카드에 ‘공든 탑’이 무너진 까닭이다.

먹구름 몰려든 정몽준
당 기여도는 ‘상승기류’

이번이나 다음 재보선을 통해 ‘당 대표’ 등 전국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로 도약을 원했던 정 최고위원으로써는 쓰린 패배일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의 ‘대안’이 되지 못해 대권가도가 흔들리게 된 것도 그를 실망스럽게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재보선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당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안전한’ 지역구를 버리고 정동영 전 장관의 대항마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 밤낮없이 뛰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재보선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물론 당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은 것으로 소기의 성과는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재보선으로 흔들린 당 지도부 사이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쇄신안 등이 거세게 일면서 당 개혁을 주장해온 정 최고위원의 발언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 위기가 곧 기회가 되는 셈이다.

정 최고위원은 재보선 참패 후 “교과서에서 정당이 무엇인지 보면 정치적 결사체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 한나라당은 관료집단도 아니고 엉성한 친목단체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 실패의 원인을 찾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움직임도 비판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당 소장파들의 쇄신 요구를 대변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직 경기도지사 대결
김문수, 지역·당기반 ‘휘청’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재보선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에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 고전한 것. 전·현 도지사의 파워게임으로 펼쳐진 선거에서 지면서 경기도를 기반으로 대권까지 바라보고 있는 김 지사에게는 타격이 돼 돌아왔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는 것으로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재보선 후 “이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5대0으로 졌는데 (이 대통령이) 뭐가 성공했느냐. 대선후보 경선 때의 앙금과 후유증을 다 털고 통 큰 행보를 해야 한다”면서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었다.

또한 경주 공천과 관련,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친박이라는 이름 때문에 대화와 소통조차 안 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이혼은 안 했지만 한집에서 별거해 있는 그런 상태다. 한 지붕 딴 방이다. 서로 딴 방향을 쳐다보며 ‘잘해 봐’ 하는 거다. 이혼해서도 안 되지만 딴 방 살림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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