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가다 지금은 몰락한 A씨(모그룹 전 회장)의 숨겨둔 재산을 추적하던 검찰이 드디어 수상한 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자신의 ‘오른팔’인 B씨를 통해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검찰 레이더망에 딱 걸린 금액만 무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른다. A씨와 B씨는 어떤 관계이며, 어떻게 재산을 빼돌린 것일까. 이들이 풍기는 구린내를 쫓아가봤다.
검찰이 최근 재벌 총수였던 A씨와 개인사업가 B씨의 관계를 비밀리에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 수상한 뭉칫돈 흐름이 포착된 것. 안 그래도 지난 수년 동안 A씨의 숨겨둔 재산을 찾던 검찰로선 질질 끌어온 내사에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A씨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총수였다. 하지만 그룹의 해체와 비자금 파문 등으로 외형상 빈털터리로 전락했다.
검찰의 추적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A씨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했으나 완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진행된 수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명의이전 ‘단골수법’
다만 검찰은 A씨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측근들의 명의로 돌려놓는 수법을 동원한 혐의만 잡았다. 따라서 A씨가 분명히 어딘가에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괴자금을 추가로 은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물론 그의 가족들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모은 쌈짓돈으로 여전히 ‘황제 생활’을 하고 있다. 호화 주택에서 버젓이 생활하는가 하면 고급 외제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도 목격된다. 검찰은 가족들의 재산도 A씨가 빼돌린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환수엔 실패했다.
B씨는 A씨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A씨가 잘나가던 한때 A씨 일가의 뒤치다꺼리를 떠맡은 ‘집사’로도 유명하다. A씨도 B씨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B씨가 A씨에 대해 일일이 속사정까지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A씨가 몰락할 당시 항간엔 ‘A씨가 금붙이와 달러를 감춰둔 금고 비밀번호를 B씨가 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검찰은 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A씨가 만약 빼돌린 돈이 있다면 B씨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B씨를 A씨의 차명재산·비자금 관리책으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이들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돈세탁 기법을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덧붙여진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극비리에 내사 중인 A씨의 차명재산은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과는 별개”라며 “A씨가 빼돌린 회삿돈 등 비자금이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유출 경로와 명의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검찰, 옛 재벌총수 A씨 빼돌린 차명재산 추적
수상한 돈흐름 포착 ‘오른팔’B씨 극비리 내사
특히 검찰이 의심하는 점은 ‘땡전 한 푼’없던 B씨가 갑자기 사업가로 변신한 배경이다. B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업체는 1990년대 중반 설립됐지만 줄곧 수익이 없는 ‘유령회사’로 법인만 존재하다가 돌연 몇 년 전부터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지난해엔 두 배로 매출이 뛰어올랐다.
눈에 띄는 점은 B씨가 A씨 일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B씨의 회사는 A씨 일가가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나오는 물량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더구나 B씨는 A씨 일가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표이사까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A씨가 총수로 있던 그룹의 일부 부동산 등 사업권을 매입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A씨 일가 역시 B씨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결국 두 회사가 B씨와 A씨 일가로 얽히고설켜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사실상 같은 회사로 볼 수 있을 만큼 경영자들이 모두 A씨의 친인척이나 측근들로 채워져 있다”며 “사업영역도 비슷해 서로 밀고 당기며 공생하는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운영 배경 의문
B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검찰 내사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A씨와도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A씨를 보좌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B씨의 개인재산이 A씨의 차명재산이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B씨의 회사는) 괴자금이나 검은돈이 아닌 A씨와 전혀 관계가 없는 돈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두 회사의 관계에 대해 “말 그대로 관계사로 보면 된다. 때문에 사업이 겹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B씨가 A씨의 ‘오른팔’인 정황만으로 차명재산·비자금 관리책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A씨의 차명재산 의혹에 대한 첩보를 여기저기서 긁어모으는 중이다. A씨가 꼬불쳐 둔 검은돈의 실체가 드러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