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의원 지적 당첨조작 의혹 감사 착수
나눔로또시스템 원천데이터 공개 여부 촉각
‘말 많고 탈 많던’ 로또조작 의혹이 결국 감사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감사원은 최근 로또복권 위탁사업자인 나눔로또와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 등을 상대로 예비감사를 거쳐 본격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눔로또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그리스업체 인트라롯은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원천 데이터의 공개를 거부해 검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연 감사원이 국민적 관심이 쏠린 ‘로또 미스터리’를 시원하게 풀 수 있을까. 이번 감사의 도화선이 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지적한 로또 의혹의 핵심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로또복권 운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지난해 9월.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제2기 로또사업(나눔로또)에 치명적인 시스템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당첨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로또복권의 당첨 번호가 확정되고 나서 복권 판매 금액을 정산하는 등 대국민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복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진 의원이 지목한 로또조작 의혹은 모두 7가지에 이른다.
① 판매액-정산액 불일치
지난해 6월21일(290회차) 특정단말기에서 판매를 마감한 직후인 오후 8시25초 정산·출력한 한 주 동안 총 판매금액(722만5000원)과 이틀 뒤인 6월23일 나눔로또 메인시스템에서 정산한 금액(719만7000원)이 일치하지 않았다. 2만8000원(28게임)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진 의원은 “로또복권 시스템은 8359대의 단말기(판매점 7315대, 농협 1044대)와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는데 모든 데이터는 전용선을 통해 실시간 동기화되도록 구축돼 있다”며 “따라서 특정 단말기에서 구입하거나 취소한 모든 데이터가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에 실시간 기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 메인-감사시스템 오류
로또복권시스템 중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각각 동일한 2개씩의 시스템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데이터 값이 절대 다를 수가 없다. 그러나 전 의원은 “2개의 감사시스템 데이터 또한 불일치한다”고 꼬집었다.
진 의원에 따르면 나눔로또 2기가 시작된 2007년 12월2일부터 지난해 8월9일까지 총 36회차 중 무려 12회차에 걸쳐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간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가 지속된 것은 ‘고질적 내지 의도적’인 시스템 오류라고 진 의원은 전했다.
③ 정산 정보조작 흔적
감사시스템 간의 데이터들도 일치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29일, 5월16일, 5월17일 총 3회에 걸쳐 감사시스템 데이터가 불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월29일과 5월17일의 경우 추첨이 이뤄진 토요일이었다. 이날 데이터 값이 다른 것은 메인시스템에서 정산한 판매액 등 정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 의원은 주장했다.
그는 “다만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검증할 기준조차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로또복권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음에도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④ 정산·출력시간 지연
복권위가 제출한 ‘로또복권시스템 추첨당일 업무프로세스’를 보면 토요일 오후 8시에 판매마감을 하고 8시30분까지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에서 각각 정산·출력한 판매건수·금액 자료를 근거로 8시45분에 추첨방송이 진행된다.
그러나 판매금액 마감이 오후 8시30분을 넘긴 사례가 5회나 발생했다. 심지어 262회차의 경우 추첨방송 종료 후인 오후 9시59분에야 정산·출력이 이뤄졌다.
또 262회차∼271회차 2개월 동안 267차, 270회차를 제외한 매주 ‘감사시스템 판매액 미확인’‘작동지연’등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즉 메인시스템의 데이터조작 여부는 물론 판매건수와 판매금액조차 검증하지도 않은 채 추첨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⑤ 토요일만 오류 미발생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간 데이터 불일치 현상은 토요일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진 의원은 “추첨일인 토요일에만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간의 데이터가 일치했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금액을 일치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명백한 시스템 조작”이라고 단언했다.
복권위는 토요일에는 ‘Special cancle’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한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간 판매데이터가 다를 경우 추첨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 8시 회차마감과 동시에 ‘Special block’을 인위적으로 걸어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금액을 일치시키고 있다.
⑥ 추첨 전후 취소액 발생
토요일 회차 마감 후부터 당첨처리까지 일련의 과정을 기록한 문서가 ‘추첨처리확인서’다. 지난해 1월19일 작성된 ‘268회차 추첨처리확인서’를 보면 회차 마감 확인이 이뤄진 후 1차 총판매액 확인란에 메인시스템 정산은 오후 8시30분∼31분, 감사시스템 정산은 오후 8시45분으로 기록돼 있다. 비고란에는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취소금액이 4000원(4게임) 차이가 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이날 추첨방송은 오후 8시44분에 시작됐다. 추첨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간에 4000원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추첨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6개의 당첨번호를 확인 뒤 1등 번호를 기입한 4개의 게임을 추가시킬 개연성이 충분히 의심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268회차 로또 1등 당첨자는 7명이다.
⑦ 총판매액 확인란 삭제
추첨처리확인서의 양식을 변경한 흔적도 발견됐다. 지난해 3월 일부언론을 통해 로또시스템 문제가 제기되자 나눔로또와 복권위는 추첨처리확인서 항목에서 감사시스템 금액란을 삭제했다. 메인시스템의 총판매액 확인검증기능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대신 ‘감사데이터 수신완료’란 표기만 남겼다.
이 같은 7대 의혹을 제기한 진 의원은 “한마디로 온 국민이 경악할 만한 대국민 사기사건”이라며 “신뢰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로또복권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복권위와 나눔로또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