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걸린 40대 남성, 수년간 감염사실 숨긴 채 성관계 맺어
결별 선언하자 동성애 미끼로 수차례 성폭행하고 금품갈취까지
감염사실을 숨기고 수십 명과 성관계를 맺은 에이즈 환자가 또 등장했다. 강원도 춘천의 40대 남성 동성애자가 그 주인공. ‘에이즈 괴담’을 낳으며 지역주민들을 떨게 한 제천의 에이즈 환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년 동안 위험한 성관계를 가져오다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동성애를 미끼로 금품까지 갈취하고 성폭행을 일삼는 등 각종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처럼 에이즈환자들이 무차별적인 성관계를 가지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에이즈 환자에 대한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수년 동안 한 남성과 성관계를 맺고 성폭행까지 서슴지 않은 장본인은 강원도 춘천에 사는 이모(44)씨다.
이씨는 2007년 6월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에이즈 환자였다. 최근까지도 그는 관할 보건소에서 진료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최소한의 보호막인 콘돔조차 착용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인 A(37)씨와 성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에 따르면 이씨와 A씨가 처음 만난 것은 2005년 12월 서울의 모 남성휴게텔이었다. 이들은 그후 1년여 간 집과 모텔을 전전하며 성관계를 가져왔다.
“동성애 알릴 거야”
자신과 성관계를 거부할 것이 두려웠던 이씨는 A씨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고 수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콘돔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이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상 전파매개행위의 금지에 저촉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그러다 2006년 A씨는 이씨에게 결별을 요구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이씨는 “동성애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2007년 5월 춘천시 모 모텔에서 강제로 성폭행을 하는 등 올해 3월 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A씨를 강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이씨는 동성애를 미끼로 A씨에게 150만원을 갈취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고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1일 동성 간의 성 접촉을 미끼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강제추행 등)로 이씨를 구속했다.
조사결과 A씨는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과 통화내역 조회 등으로 성관계를 맺은 남성이 A씨 1명인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씨가 일정한 주거지 없이 여러 지역을 떠돌아다닌 점을 고려할 때 성관계 대상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집중 관리되어야 할 에이즈 환자가 별다른 제재 없이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술한 에이즈 환자 관리실태가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특히 에이즈괴담을 낳으며 지역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충북 제천 에이즈 환자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 벌어진 사건에 많은 이들이 경악하고 있다.
이른바 ‘에이즈 택시기사 섹스파문’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에이즈에 걸린 택시기사 전모(27)씨가 감염사실을 숨긴 채 무차별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다.
전씨가 경찰에 붙잡힌 이유는 주택가에서 여성속옷 수백 벌을 훔친 것이 발각되면서였다. 그런데 이를 수사하기 위해 전씨의 원룸을 압수수색하면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에이즈에 걸린 전씨가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발견된 것. 2003년 6월 군에 입대했다가 에이즈 감염자로 진단을 받고 귀가 조치된 전씨는 피임기구도 사용하지 않고 수십 명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
2006년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것. 경찰조사결과 전씨는 자신의 집이나 택시, 모텔 등에서 술에 취한 여성들을 상대로 에이즈감염사실을 숨긴 채 관계를 맺어 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천의 보건소는 에이즈 검사를 받으려는 지역주민들로 가득했다. 연일 수십 명이 몰려와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은 채 검사를 받아 웃지 못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철저히 관리되어야 할 에이즈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허술한 관련법에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환자는 꾸준히 늘어 6000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 감염된 에이즈환자는 797명으로 이중 459명이 성접촉에 의해 감염됐다. 이는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편견이 감염자 늘려
현재 관련법은 에이즈 감염자의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환자가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얼마든지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에이즈 감염자 보호라는 온정주의가 더 많은 감염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즈 환자들이 불특정다수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무차별적인 성관계를 가지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에이즈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사회에는 에이즈 환자가 문란한 성생활을 한다거나 스치기만 해도 병을 옮기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같은 편견이 에이즈환자들을 음지로 몰아넣고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관리와 감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 환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거두고 그들을 양지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