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군인 상대로 가입자를 모집하는 신한은행의 ‘나라사랑카드’ 정보가 유출될 경우 군 기밀까지 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카드에 전·현역병들의 개인 신상이 담겨있는 탓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불안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2007년 1월부터 징병검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나라사랑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 카드에 가입하면 국방부의 국방업무 혁신사업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현역은 병역증과 급여·교통비 입출금, 매점(PX) 등 부대 내 복지시설 이용, 인터넷뱅킹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병사라면 ‘무조건’
예비군은 제대 후 전역증, 여비 지급 대체와 통장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기존 체크카드 기능에 교통카드, 영화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부가서비스를 지원받는다.
전·현역 군인들뿐만 아니라 발급 주체들도 나라사랑카드로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국방부는 병무 행정·전산 간소화로 매년 200억원대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또 병영 업무의 자동화 전자적 업무로 투명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높였다.
국방부·병무청 대행 역할을 맡은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5년 12월 사업 계약을 체결한 신한은행으로부터 카드 발급 대가로 1건당 2000원씩 수수료를 받는다. 연 35만명의 징병대상자를 감안하면 해마다 7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짭짤한 장사가 아닐 수 없다. 군인공제회는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10년 위탁 약정을 맺어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안정적인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득이다. 신한은행은 연간 35만명씩 2010년까지 약 140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수익이 없지만 잠재 고객을 미리 잡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보안’이다. 신한은행이 이 카드와 관련된 군 정보를 갖고 있냐가 관건이다. 자칫 유출시 대형 사고가 우려되는 이유다. 특히 신한은행이 ‘일본계 기업’이란 대중적 인식에서 불안감을 더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일본으로의 유출 걱정이다. 재일교포들이 창립한 신한은행 모기업인 신한지주의 일본계 지분은 20% 정도로 파악된다.
국방부와 군인공제회 측은 민간기업인 신한은행과 군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은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복제가 불가능한 첨단 IC칩에 공인전자인증서까지 탑재해 해킹이 절대로 불가하다”며 “더욱이 본인이 아니면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없을 정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아무리 은행이라도 임의로 확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나라사랑카드 회원의 개인정보는 전적으로 최첨단 시스템을 구비한 국방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카드 가입 시 소속부대, 계급 등 군 관련 기록을 제외한 이름, 주소, 주민번호, 계좌번호 등 보통 체크카드와 같이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신청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은행과 군 정보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전·현역병 76만명 가입 내년까지 140만명 예상 유출시 ‘대형사고’ 우려…은행 정보공유 의혹도
하지만 이들 해명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우선 신한은행이 ‘보통 사람’ 신분의 정보만 갖고 있다 해도 발급 대상자가 육·해·공 모든 징병검사자인 만큼 군인·군사정보와 다를 바 없다. 회원의 금융거래만으로도 군복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측은 “계좌 등 일반 금융 정보만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전·현역 군인이 이 카드를 사용하면 지출 내역과 장소 등이 카드사에 고스란히 입력된다.
2007년 1월 이후 입영자들은 예외 없이 자동으로 이 카드를 만들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나라사랑카드를 발급받거나 가입한 전·현역 사병들은 모두 76만명이다.
이중 일반인 회원은 거의 없다. 여기에 2002년부터 신한은행이 단독으로 발급하고 있는 군 간부 복지카드인 ‘국방전자카드’(회원 약 25만명)까지 합치면 신한은행이 100만명이 넘는 군인신상 정보를 쥐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은 희망자에 한해 사용내역 등이 적힌 고지서를 당사자가 근무하는 군부대로 발송하고 있다. 결국 신한은행이 회원의 소속 부대 등 군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도 이 부분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요즘엔 대부분 이메일이나 문자로 사용 내역을 전달받고 있다”며 “고지서 발송은 신한카드에서 맡고 있는데 우편으로 받는 회원은 극히 일부인 전체 가입자의 10%도 안 된다”고 둘러댔다.
이른바 ‘군인카드’ 정보 관리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차례 부각된 바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 정보유출 사고가 났을 경우 국가적인 큰 피해가 뻔하다”며 “징병검사, 군복무 기록 등 민감한 병역정보가 아닌 군 복무 여부만이라도 주요 정보가 될 수 있는 한편 그 대상도 앞으로 전 군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국방부서 자물통”
김명자 전 민주당 의원도 이 카드 사업이 발표된 200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라사랑카드 발급으로 사병들의 생활이 편해지는 등의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모든 병역자원이 의무적으로 카드를 발급받는 점에서 신상 유출과 보안성 문제 등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엔 현역 군인이 국방부 서버에 접속해 5만여 명의 예비군 신상정보를 빼내 인터넷 게임업체에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는데 당시 국방부의 허술한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